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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i Nov 20. 2022

지금은 출장 중

November 2022


사실은 내가 매우 좋아하는 내 생일.

올해는 (와볼 것이라고는 단 1도 생각하지 않았던 나라의) 호텔에서 혼자 노래나 들으면서 문서나 뒤적이면서 보내고 있다. 무슨 지난주 일이나 된 거 같은데, 어제 새벽에는 연착이 되어 아주 급한 환승을 하게 되면서 숨 헐떡이며 터키 공항을 뛰었는데, 내 캐리어는 속 편안하게 컨베어벨트에 누워 있다가 다음 비행기 타고 따로 옴. 일행들은 핸드캐리 하여 문제가 없었는데, 정작 짐 안 온 나는 짐 생각보다는 일행들 눈치가 보여 좌불안석. 호텔에 와서 엄마랑 통화하는데 엄마가 '니 잘 못 아니라고 마음 편하게 가지라'라고 말하는데, 들을 때는 다음엔 나도 핸드캐리 해야겠다고 무미건조하게 말하고 끊었지만, 끊고 나서는 쪼끔 울었다. 역시 우리 엄마 나잘알.


팔자에 원래 박제되어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살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던 일들이 파도처럼 밀어닥치고 있다. 남들은 나보고 잘할 거라고 걱정을 왜 하냐고 하는데, 나는 원래 미지의 것을 선호하는 편도 아니라 마음이 심히 덜컹거리고 있고, 더군다나 물어볼 사람도 거의 없는 그런 아주 외로운 조직구조로 마음은 바쁜데 손은 멈춰있는 난감함에 아이 캔 낫 컨트롤 마이 한숨.


그중의 하나가 이 해외출장인데, 아무튼 이건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그런 영역의 업무다. 일과 중에는 그럴듯한 인터내셔널한 나의 모습에 멋있기도 하면서도, 해가 지고 호텔 방문을 닫고 나면 인생이 더욱 고되고 외로운 것이 된다. 내 인생 이렇게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면 되는 것인가. 정약용 선생이 이르길 삶이 사납게 닥쳐올수록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근데 내 인생 이렇게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면 되는 것인가. 더군다나 원래도 풀어줘도 그어진 선 밖으로는 안 나가는 인간 각도기는 회사와 연결된 비즈니스 트립이라는 선 안에서는 더욱 숨통 조이지는 것.


뭐 언제는 내가 아는 업무만 했나. 내 생각대로만 흘러갔나.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했던 모든 업무들이 전혀 잘 몰랐던 그런 일들이었고, 회사 들어와서는 내 삶도 내가 설계한 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긴장을 좀 줄이고 불안감도 잘 컨트롤해야겠다. 여유를 갖고, 차근차근하게. 몇 달 뒤에 이 글을 보면, 걱정을 사서 했구나 생각이 들 수 있도록. (그러나 지금은 우주로부터의 응원 기운이 조금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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