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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리 Aug 21. 2023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

월요일 아침 읽으면 좋을 에세이, 월모닝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마음’이다.     


우리는 종종 그의 마음을 알면서도 알지 못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알지 못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알지만 이해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나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처음부터 가슴 아픈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아니 사람이라는 동물이 좋은 말만 하며 살 수 있는가 말이다. 아무리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싫은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 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밥 먹다가 갑자기 코를 풀면 비위생적이니 자제해달라는 싫은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예외는 있다. 연애 초창기에 우리는 상대방이 코를 파도 아무 말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랑의 호르몬이 신선할 때나 통하는 순간일 뿐, 아무리 사랑해도 꼭 해줘야 하는 말이라면 해줘야 한다. 법칙은 아니지만 내 경우에는 그렇다. 나는 아무리 사랑하는 자식이라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입냄새가 나면 어서 양치를 하라고 재촉한다. 어떤 때는 아들이 서운해 한다. 자기를 위해서 해주는 말인 줄은 알겠지만 무안하다고 말이다.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 아니 알지만 이해하고 싶지 않은 일인 것이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 확실하다. 다른 사람을 예로 들 것도 없다. 내가 그렇다. 어떤 때는 그냥 넘어가는 일인데, 몸이 아프거나 심기가 불편하면 갑자기 버럭하는 순간이 있다. 한 때는 이런 내가 너무나 부끄럽고 괴로웠다. 기분이 좋을 때는 집이 아무리 색종이와 레고로 어질러져 있어도 감정의 동요가 없다. 그러나 어떤 때는 머리가 어질어질해지고 가슴 깊은 곳에서 불구덩이가 올라와 공룡이 포효하듯 화를 쏟아낸다. 그럼 똘똘한 둘째 녀석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한다. 어제는 오늘보다 더 지저분했는데 왜 어제는 괜찮다가 오늘 갑자기 화를 내느냐고 말이다. 그 말에 더 약이 올라 잔소리를 조금 더 길게 이어간다. 결국은 둘째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고, 군기가 잔뜩 들어간 군인처럼 치우기 시작하면 나의 화가 조금 가라앉는다.


 늘 자애로운 엄마로 살고 싶지만 그것은 소망일뿐이다. 정말로 나는 보통의 인간이자 보통의 엄마, 감정 통제가 쉽지 않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이런 나를 진즉에 이해한 아이들이라 크게 상처를 받는 것 같지는 않다. 먼 훗날, ‘우리 엄마는 참 예민했다’고 회상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물론 나의 두 아이도 부모가 되면 내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어린 시절, 혼난 추억이 많다. 물론 사랑해준 기억도 몇 개는 있지만 혼난 기억이 훨씬 많아 마음이 오그라든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지인들과 이야기해보니 ‘나의 부모는 최고로 멋지다’고 말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부분 부모에게 서운하고 혼났던 기억들로 인해 상처받아 있었다. 분명 우리의 부모는 자신의 삶을 희생해가며 우리를 키워냈을 텐데 말이다. (물론 몇몇 부모는 아닐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러했다.) 이래서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시쳇말이 존재하는 것인 지도 모르겠다.


 최근에는 사춘기 첫째와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때마다 마음이 서늘해진다. 서운한 말 몇 마디 했다고 마음이 상해 눈빛이 달라지는 아이를 볼 때면 나의 부모가 떠오른다. 내가 사춘기였을 때, 나 또한 내 아들과 똑같았을 테니 말이다. 물론 지금도 진행형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부모가 되어봐야 안다는 말이 존재하는 것 같다. 나 또한 나의 부모가 주었던 서운함과 상처를 꽤 많이 기억하고 있는데, 부모가 되어 보니 그 심정이 이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왜 그때 엄마가 눈을 흘겼는지, 왜 그때 아빠가 화를 냈는지 말이다.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 그것들의 대부분이 마음이다. 알면서도 알지 못하고, 알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을 만나더라도 아닌 척, 의연한 척, 굳센 척, 괜찮은 척 해야겠다. 왜 그랬냐고 속속들이 따지기보다는 말없이 묻어주는 것이 더 아름다울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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