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님 Mar 06. 2017

[나 홀로 미국 서부 여행 2탄] 8일차

스탠포드 대학교, 애플 본사

2016/02/09

Stanford University, Apple Inc.


비싼 가격에 비해 새벽에 쌀쌀하고 조금 퀴퀴하긴 했지만 나름 며칠 머물며 정든 Post Hotel을 떠날 시간이다. 아침에 꽤 일찍 일어났는데 짐을 싸도싸도 줄지가 않아서 시간 버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어차피 차 끌고 갈거니까 꼭 캐리어 하나에 다 들어갈 필요 없을 것 같아 결국 월그린 쇼핑백 하나 손에 든 채 체크아웃하고 짐을 맡겨놨다.

내가 떠나는 거랑은 상관없이 샌프란은 오늘도 여전히 맑음! 시티은행에서 $340을 인출했다

다시 호텔에 짐 가지러 가는 길. 이게 샌프란에서의 마지막 MUNI 버스가 되겠군. 호텔에서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걸어서 3블럭 정도 되는곳에 Alamo 렌탈카 업체로 갔다. 30-40분 정도 줄을 서서 차를 빌렸다. 여행 오기 전에 한국에서 미리 예약하고 왔는데 어디서 만 25세 미만 Underage는 스포츠카 종류를 못빌린다고 그래서 "언더에이지인데 머스탱 빌릴 수 있나요?" 했더니 "그럼! 근데 지금은 안돼" 이랬다 ㅋㅋㅋ

Economy를 선택하긴 했지만 쉐보레 스파크일지 기아 모닝일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키를 눌러보니 현대 엑센트였다. 내 기억속의 엑센트랑 많이 다른 모양이었다. 하긴 요즘 차니까..내가 늙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트렁크에 짐을 실으니 세상 편했다. 네바다 주 번호판의 횬다이라니..어색했다. 생각보다 넓고 좋았다. 어차피 혼자니까. 그리고 우리나라 차라 뭔가 익숙한 인테리어였다. 그래도 처음 타보는 차인데다 샌프란 시내를 뚫어야 된다는 긴장감에 시트 조정만 30분은 했다 ㅋㅋㅋㅋ


아침부터 구글맵 경로보며 차가 저렇게나 밀리는걸 보고 빨리 출발하려고 했는데 전화하고 짐싸고 하다보니 늦어서 11시에야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지상 주차장인데도 GPS가 안잡혀서.. 제발 주차장을 빠져나가자마자 GPS가 바로 잡혀서 바로 경로를 딱! 안내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긴장하며 빠져나왔다. 근데 어우..엑셀이 너무 팍들고 브레이크도 너무 팍 들어..역시 처음 타보는 차는 적응이 필요하다.  


주차장을 나와서 네비가 시키는대로! '응..? 여긴 MUST TURN LEFT 차선이네..일단 그럼 좌회전해서 한 바퀴 돌까?' '잉? 여기는 MUST TURN RIGHT 차선이네..P턴하지 뭐' 이런식으로 시내를 20분 맴돌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결국 마지막에 길을 찾아서 좌회전 하려는데 아무리 봐도 좌회전 신호가 안보여서 '비보호 좌회전이 많다더니 비보호인가..' 하고 가려는데 어떤 청년이 "노노노노노!"하면서 오른쪽에 신호등을 가리켰다. 내가 창문열고 미안하다고ㅠㅠ 했는데 댓츠오케이!!하면서 세잎드라이브! 하고 떰즈업하고 갔다. 좋은 도시야..

시내를 빠져나와서 고속도로 램프 들어가는데도 구글맵이 하는말을 못알아들어서—영어 아니고 한국어였음—딴길로 갔는데 유턴되는데가 별로 없고 일방통행도 무진장 많은데다 또 Must Turn Right 차선타고 이래서 뺑뺑 돌았다 ㅋㅋㅋㅋ 겨우겨우 램프 들어갔더니 속도가 미쳤다. 엄청 고속인데 차들이 다닥다닥 붙어서서 간다. 이게 천조국의 고속도로인가요..? 가끔 속도제한 지키는 차들도 있고, 흐름대로 가는 차들도 있고.

처음엔 쫄아서 천천히 갔다. 일단 1차선은 카풀이니까 피하고, 막차선은 엑싯이니까 피하고.. 내 뒤에 차가 나를 거의 들이받을거처럼 들이대다가 칼치기로 차선 바꿔버리기 일쑤 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무서웠다. 그러다 그냥 나도 밟기 시작했다.

해가 뜨거워서 그런건지 손에 땀이나서 에어컨을 켰는데도 뜨뜨미지근한 바람만 나오길래 제대로 킨거 맞나 A/C버튼 찾는데, 진짜 잠깐 한 눈 판사이에 황천갈까봐 무서웠다..에어컨 조작까진 어떻게 하겠는데.. 눈이 너무 부셔서 선글라스를 끼고 싶었는데 가방에서 선그리 케이스 꺼내서 열고 안경닦이 빼고 어쩌고 해서 쓸 자신이 없었다..눈부심+눈에 에어컨 바람 직빵으로 렌즈가 건조해져서 계속 눈이 감기는데 부릅뜨고 운전했다. 달리다보니 좀 익숙해져서 속도 낮고 커브 없는 고속도로에서 재빨리 선글라스를 꺼내서 꼈다!

30분정도 달려서 램프를 빠져나왔다. 시내(?)에는 STOP 사인이 있는데 무조건 멈췄다 가야된다. 난 전에 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면서 이 교통법규를 들어봤기 때문에 익숙했지만 이거 모르면 진짜 띠요띠요 벌금 물기 딱 좋다..물론 렌트하면 그 나라 기본적인 규칙은 찾아보겠지..만?

스탑싸인이 정말 좋은게 신호등이 필요없고 번갈아가면서 한 대씩 지나가는게 오히려 교통흐름에 좋은 것 같았다. 보행자 지나가면 무조건 양보해주고. 그렇게 1시간이 걸려 스탠포드 대학에 도착했다!

도착하고 나니 휴..긴장이 다 풀렸다. 주차비를 선불로 계산해야 되는데 아무리 봐도 시간을 입력하는 게 없어..금액을 정하는건가..주차구역 넘버도 입력해봤는데 잘 안돼..한참 기계를 만지작거리다 '에이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그냥 나섰다.

워후! 광활한 트랙을 질러 Visitor Center로 갔다.

요기 처음 왔는데 어떻게 구경하면 되나용? 하면 지도와 함께 친절한 설명을 해준다. 기념품샵(Bookstore)이 목적이었는데 정 반대에 있어서 좀 멀다.

정말 무진장 넓은데다가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단 한걸음도 걷고싶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자동차로 투어하고 싶었다. 여기 대딩들은 자전거를 많이 타는 이유를 알겠더라..살빠지겠다.

Hoover Tower. 당신과 셀카를 함께 찍기에 당신은 너무 높군요. 찍어줄 사람도, 삼각대도 없어요. 어차피 역광이라 잘 안나올거예요.

게다가 전망대 입장료까지 받는군요. 안들어가고 뒤돌아서 셀카나 찍겠습니다. 순광이라 사진이 정말 잘 나왔군요.

시계탑 종소리가 나서 따라가보니 Meyer Green이 나왔다. 여기서 가로지르면 북스토어인데 그걸 모르고 마냥 멀다고 생각하고 뒤돌아 가버렸다ㅠㅠ

이 곳이 가이드가 꼭 보라고 추천해준 Main Quad다. 중세풍의 아주 넓고 큰 건물이다. 갈길이 바빠서 일부만 둘러봤지만 사방에서 본 메인콰드와 건물 곳곳을 둘러보고 메모리얼 처치까지 보면 좋을 것 같다!

이제 다시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덥다!!

스탠포드 대학 근처에 차로 10분거리로 Stanford Shopping Center라는 엄청 큰 쇼핑몰이 있다. 아주 예쁜 건물의 애플스토어가 있는 곳. 내가 가본 쇼핑몰 중 제일 좋았다. 이렇게나 큰데 죄다 1층짜리고 평지로 되어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그림의 빈자리 넘치는 주차장..

이 때 가져갔던 립펜슬을 거의 다 써서 깎았어야 했는데 한국에서 연필깎이를 안가져갔었더랬다. 마침 세포라에 가서 발견했지만..한국에서 1500원이면 사는데..하면서 짠돌이처럼 안샀다. 역시 이렇게 다양한 컬러의 파데가 있는게 다인종의 쌀국 답고요. 하하 세포라!! 코덕은 커녕 화장도 잘 안하지만 그냥 옳다. 구경만 해도 좋다!

하늘 보면서 커피 마시고 쇼핑 하고..여유로운 분위기다.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내가 사탕 별로 안좋아하는데 유일하게 좋아하는 씨즈캔디!!! 들어가서 이것저것 맛별로도 사고 큰거 한박스도 사고싶었지만 더 이상 가방이 무거워 질 수 없어 참았다. 밥도 먹고 여유롭게 옷도 쇼핑하고 싶었지만 얼른 애플 본사에 가야돼서 굶주린 배를 움켜쥐며 참으며 길을 나섰다!

대시보드에 폰을 놓는건 아무래도 위험한 것 같아서 셀카봉을 거치대 삼아 앞유리 사이에 꽉 끼워봤다. 처음엔 성공적인 듯 싶었으나 가속페달과 함께 자꾸 고꾸라짐^^..







처음에 애플 본사로 똑바로 찾아 들어갔는데..주차장이 만차라 빙글빙글 돌다보니 입구를 못찾아서 교통 흐름대로 쓱 나왔더니 어느새 280번 도로를 타고 다시 노쓰 샌프란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

맵 아이콘에 나와있는 280번 고속도로를 몇키로 달려서 나와서 유턴 후 다시 South 방향으로..

근데 이번엔 애플 본사 입구로 들어가는 길을 놓쳐서 그대로 직진^^ 눈앞에서 계속 빙글빙글 도는중!

여기가 말로만 듣던 그 원 인피니티 루프입니까?

드디어 도착한 2년만에 다시 만난 1 Infinite Loop!

스토어가 싹 리뉴얼 되어있었다. 예전엔 복잡한 동선으로 진열되어 있었는데 아주 깔끔하게 바뀜!

본사 스토어에서만 살 수 있는 이런 기념품들도 예전보다 훨씬 예뻐졌다! S'well이랑 콜라보한 텀블러 은색이랑 흰색중에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서서 보고있으니깐 직원분이 다가왔다. "저 흰색이랑 은색중에 고민이예요" 하니까 너무 친절하게 같이 고민해줬다. 얘기하면서 "우리나라엔 애플 스토어 없어요..리셀러 스토어만 있어요.." 하니까 코리아에서 왔냐면서 '어우..오우!!! 어우.....ㅠㅠ' 하며 특유의 미국 감탄사를 보여줬다 ㅋㅋㅋㅋㅋ

흰색으로 결정하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 물건을 가져온 뒤 들고있던 아이폰으로 계산 해줬다. 영수증은 내 Apple ID로 PDF로 발행될거라 했다. wow...신기해

너무 친절해서 고맙다 감동이다 사진 같이 찍어달라 했더니 너무 흔쾌히 찍어주셨다. 그러면서 애플 특유의 그 행성 배경화면 나오는 커다란 LED앞에서 기념사진도 찍어준다고 했다. 그..그건 필요 없는데 하며 찍었는데 왜이렇게 굳어있냐고 자꾸 웃으라고 치즈 하길래 억지로 웃었더니 호두까끼 인형처럼 나왔다..


방문자가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실내인 화장실도 한 번 갔다가 햇살 받으며, 돌아다니는 직원들 보며 여유롭게 앉아있었다. 사실 원인피니티 뤂에서 사진 찍어달라고 하고싶은데 막상 말을 못걸겠어서 30분동안 앉아있었다. 한국말을 쓰며 지나가는 한국인 직원도 봤지만 말을 못걸었다. 어느새 해가 지고있었다 ㅠㅠ ㅋㅋㅋㅋㅋ 정말 용기내서 겨우(?) 찍어달라고 하는데 이사람도 자꾸 웃으라고 웃으라고 했다..

내가 그렇게 무표정인가!

너무 좋아서 발길이 안떨어졌다. 렌트카 빌린지 6시간만에 돌아가기 아까워서 산호세를 갈까말까 고민했지만 미국에서 밤운전도 처음인데다 퇴근길 고속도로가 밀리면 어떤 변수가 생길 지 모르니까 그냥 떠나기로 했다. 애플 본사..정말 앱등이 필수코스다.

사실 아까 앉아서 Yelp 검색해보며 먹을걸 엄청 찾았었다. 산호세에 맛있는 한식집 있다길래 가고싶기도 했다. 이때쯤 좀 외국음식 물려서 한식 먹고싶었다. 그냥 스탠포드 쇼핑센터에 들러서 먹을걸 사가기로 했는데 아무리 봐도 적당한 데가 없어서 치폴레 먹기로! 근데 여기 오는동안 노을이 너무 예뻐서 빨리 도착해서 노을 사진 찍으려고 엄청 밟았는데도 이미 해가 다 졌다..고속도로인데 텔레토비 동산같은, 윈도우 XP 배경화면 들판이 양 옆에 있고 그 사이로 노을이 지는 풍경에서 운전 해봐야된다 진짜.....넋놓고 구경하다가 사고나기 딱좋게 예뻤다.....대박

샌프란에서의 마지막 날은 어차피 공항 근처에서 잘거라 차를 이용하는 일정이 가능했던 것 같다. 그렇게 싼 숙소도 아니고 나름 체인점이었는데 대실망한 Travelodge. 이런 느낌은 마치 아이덴티티에 나올 것만 같은 여관 느낌ㅋㅋㅋㅋㅋㅋㅋ 카페트와 침구 비맞아서 썩은 퀴퀴한 냄새 작렬해서 숨을 못쉴것 같았다. 에어콘 풀로 가동하고 창문 다 엶. 캔들이라도 켜고싶었다. 이게 $60+Tax라니 애플스토어 텀블러 두개는 사고 남을 돈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20시가 다 돼서야 개봉하는 오늘의 첫끼를 먹읍시다!! 치폴레!!!

하루종일 물도 못마시고 다녔더니 목말라 죽을 것 같았다. 목말라 죽는것보다 더 잔인하게 아이덴티티처럼 죽지 않을까 두려움에 벌벌 떨며 나가서 자판기 콜라를 뽑아왔다. 나만 혼자 무섭고 스릴있었다.

가지고있던 핫 살사 소스를 추가하여 빅뱅이론과 함께 흡입 시작. 내용 아는 에피였는데도 영어 진짜 못알아듣겠더라^^ 근데 워낙 양이 많아서 배고팠는데도 다 못먹었다 ㅋㅋㅋㅋㅋ 신선한 맛이었다!

스토어에서 사온 내 영롱한 텀블러를 보며.. 회사에 들어가면 물 떠 마시려고 샀지만 과연 회사에서 이 텀블러를 쓸 수 있을까 고민하며 퀴퀴한 이불 사이에서 잠을 청했다.

작가의 이전글 [Airpods] 에어팟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