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스트립, 지니어스 바
대관람차가 보이는 플라밍고 호텔에서의 마지막 아침이다.
체크아웃할 준비를 하고 짐을 가지고 내려왔다. 산 게 없는데 여행할수록 짐이 느는 것 같았다.
커다란 BMT 샌드위치와 와일드베리 스무디를 받았다. 전날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해서 배고팠어서 그런지 짠데도 잘 먹었다. 와구와구 먹다가 입술이 아니라 코랑 볼 화장까지 다 지워질 뻔했다.
내가 교환학생 와서 미국 땅을 처음 밟은 뒤에 서른몇 시간 동안 학생식당 카드가 없어서 찌질하게 편의점도 못 가고 굶으면서 서럽게 울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세븐일레븐에 가서 처음 사 먹은 게 비프 샌드위치였는데 한 입 먹고 욕하면서 바로 쓰레기통으로 던졌던 그 기억이 아직도 미국 생각할 때마다 난다.
그때에 비해 영어 실력은 똑같고 입맛만 변해 짠걸 잘 먹게 되었지 껄껄.
자리에 앉아서 선크림 챱챱 바르고, 체크아웃하고, 짐 보관함에 맡기고 스트립으로 출발.
영화 세렌디피티처럼 프로즌 핫 초콜릿을 먹어볼까 생각했었지만 혼자서는 도저히 못 먹고 달아서 못 먹는다는 말을 보고 단념했다. 짠 거엔 익숙해져도 단건 여전히 못 먹는다.
애플스토어를 가기 위해 시저스 팰리스 쪽으로 향했다. 사실 시저스 팰리스 찍은 사진 아니고 검은색 흑마 머스탱 찍은 사진임.
The Forum Shops 안에 애플스토어가 있기 때문에 쭉 따라 들어갔다. 정말 카이사르의 궁전답게 고대 로마 틱 하게 꾸며놓았다. 고대는커녕 로마도 안 가보긴 했지만 어쨌든 여기서 하는 쇼도 비슷하다.
샵 안에는 반클리프 몽블랑 발렌시아가 등등 우왕 쳐다보는데도 돈 들어갈 거 같은 명품들 밖에 없었다.
오늘 급하게 지니어스 바에 온 이유는 이렇다. 전전날 플라밍고 체크인 전에 일찍 도착해서 짐을 맡겨놓고 놀았는데, 그때 랩탑이 들어있는 백팩에 충격이 가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지만 나의 짧은 영어로는 호텔 컨시어지에 전화해서 누군가를 조질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엉엉 울며 지니어스 바로 왔다.
이어폰 포트는 사고 나서 얼마 안 돼서 이어폰 꽂은 채로 낙하하여 이어폰이 부러지면서 생긴 자국인데 ㅋㅋㅋㅋㅋ하판의 저 들뜸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지니어스랑 잠깐 얘기하는데 케이스 교체는 200불 이상 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더니 잠깐 안에 들어가서 보고 나온다고 했다. 멘붕..
한 10분 기다렸을까 나오더니
"이거 임의로 뜯었었지? 안에 키패드 교체한 거 같던데? 물자국? 맥주 자국? 같은 것도 있고"
"응.. 애플케어 끝나서 그냥 부품만 구해서 교체했어. 얼마 전에 지니어스 바 갔을 때 그 지니어스도 그랬는데 그냥 대충 손만 봐줬어 ㅠㅠ
"이 정도면 괜찮나?"
하고 봤더니 완벽하진 않지만 나름 맘에 들게 됐다! 역시 지니어스 바가 있어야 된다ㅠㅠ
이제 호텔 구경 시작 >,<
오늘도 열심히 아무거나 보이는 대로 삼각대로 놓고 셀카 찍는 중
기분이 좋아져서 씨즈캔디를 90센트 주고 샀당. 덤(?)으로 초콜렛도 주셨당.
파란 하늘.. 주황 머스탱..미쳤따
Paris, paris 호텔의 에펠탑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쇼! 여행 가기 전에 검색하는데 분수쇼가 대체 뭐길래 그렇게 유명한가 했더니 정말 스케일이 다른 분수쇼였다. 물줄기 쏘아 올리려고 폭죽 터지는 소리가.. 숙박비 터지는 소리 같고 하하
매 시간마다 음악도 다르고, 낮에 봐도 이쁘고 밤에 봐도 이쁘기 때문에 시간 날 때마다 보는 걸 추천.
개인적으론 낮에 보는 게 파란 하늘 배경이기 때문에 더 예뻤다!
혼자 사진 찍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사진을 부탁했다.
그러더니 "사진 찍게 모여!!!!" 하는데 우루루루루루루 많이도 모여서 당황했다.
내 카메라가 DSLR도 아니었는데 그래도 사진 잘 찍어줄 사람을 찾고 있었나 보다.
나보고 어디서 왔냐고 자기들은 쿠바에서 관광 왔다고 하는데 에너지가 넘쳤다.
사진 몇 장 찍어주고 동영상도 찍어줬더니 갑자기 고맙다고 자기들이랑 사진 한 장 찍자고 했다.
내가 좀 경계하는 눈치였던지 "이 여자 내 와이프야! 걱정하지 마!!" 하더니 찍은 사진이 이렇다.
갑자기 뽀뽀하는 바람에 막을 틈도 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너무 웃고 있는데?..
지금 봤는데 목걸이로 뭐 저런 걸 매고 다니냐 진짜ㅋㅋㅋㅋㅋㅋ 그러더니 그 와이프 분이 와챕으로 사진 좀 보내달라고 번호 찍어주고 갔다. 좋아해야 되는지 기분 나빠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유쾌했다.
그렇게 혼자 돌각대로 셀카 찍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엘모가 내 카메라를 집어가더니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안 찍겠다고 하면 카메라 들고 튈까 봐 무서워서 알겠다고 하고 찍었다.
난 혼자 독사진 찍는 줄 알았는데 얼굴 찌그러진 생긴 엘 모년이 내 옆에 서서 찍었다. 지금 봐도 병신 같네.
그러더니 자기랑 사진 찍었으니까 팁 줘야 된다고 협박을 했다.
돈 없다고 뻐기는데 해코지할까 봐 무서웠다. 하필 1달러짜리가 없었다. 무서워서 쫄아서 주머니를 털며 '나 돈 없어' 하려고 했는데 5달러짜리가 나왔다. 그랬더니 "You can pay 5 dollars. " 이 지랄..
너무 어이가 없는데 카메라 뽀개질까봐 줬다. 그리고 길바닥에 서서 너무 성질이 나기 시작했다.
5달러가 아까워서 스타벅스도 안 가고 아끼고 아껴 여행 중인데 엘모 새끼.... 너무 빡쳤다.
곧 라스베가스 다시 가는데 다시 마주치면 한국어로 욕 시원하게 해 주고 올 셈이다.
이와중에 머스탱
벨라지오 안으로 들어와봤다. 루나 뉴 이어 때문인지 중국 장식이 엄청 돼 있었다.
그리고 발견한 쟝 필립 파티시에.. 크레페를 꼭 먹고 싶었으나 배도 안 고프고 5달러 뜯긴 게 너무 억울해서 근처에 앉아서 90센트짜리 당보충을 했다.
호텔 밖에 나와서 사탕을 빨기 시작했다. 팁 뜯겨서 화났는데 사탕 먹으며 신나는 노래 들으니까 괜히 신났다. 날 아는 사람 아무도 없고, 내가 핫팬츠를 입어도 내가 여드름이 많이 났어도 내가 바닥에 앉아서 사탕을 먹건 말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거였다. 한국인 아니면 아무도 날 쳐다보지도 않았다.
코카콜라 스토어!!!!! 지도를 봤을 땐 다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관광하기 편하겠구나 싶었는데 라스베가스의 한 블럭은 다른 도시의 세배쯤은 되는 듯.. 맥북 메고 돌아다니니 빠르게 지쳐갔다.
그때 또 관광객 팁 뜯으러 돌아다니는 마리오 패밀리를 봤는데, 요시 등에 타고 코카콜라 스토어까지 빠르게 갈 수 있다면 팁 $5 낼 수 도 있는데 생각하며 찍었다.
우와 쓰레기통도 코카콜라 병이야!!! 엄청 거대한 폴라베어가 사람을 쓰다듬으면서 다니고 있어!!!!
이거 너무x100 귀여웠다. 큰 사이즈부터 작은 사이즈 쥬르륵 있는데 다 사고 싶었다. 쓸모는 없다만.. 뭐 쓸모야 찾으면 그만.. 작은 건 좀 큰 소주잔으로 써도 되겠지..
요런 작은 뱃지들 다 사서 죄다 가방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고 싶었지만 참았다. 코카콜라 맛 별로 샘플링되어있는 것도 있었는데 후덜덜 몇 가지 빼곤 이미 다 맛본 것들이라 아쉽지 않았다.. 으윽 아쉽지 않아!!!
요즘 직구도 잘 되어있어서 그 나라에 가야지만 살 수 있는 물건 이런 개념이 없어져서 돈 아끼려고 별 쓸데없는 건 잘 안 사려고 하다가 보자마자 "어머 이건 사야 돼" 한 거.. 후추병이라니 정말 너무 귀엽다!!!!!
후추병으로 쓰고 있진 않고 사무실 한 구석에서 귀여운 장식품이 돼 주고 있다. 영수증도 귀여워.
뚜껑 오픈 너무 멋지다.. 그리고 라스베가스에서 발견한 뉴욕의 쉑쉑! 이 아니라 흰색 머스탱 데헷 ^^
구형은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만..
뉴욕뉴욕 호텔 보러 길을 건넌다!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대로가 차들로 꽉 차 간다.
정말 뉴욕같이 잘 꾸며놨다. 저 룸들은 건물 안쪽에서 다 연결되어있겠지? 별 쓸데없는 생각 중인 공대생. 빌딩 숲이나 자유의 여신상이나 정말 뉴욕같이 해놨다.
저 롤러코스터는 The Big Apple 롤러코스터라는 건데 며칠 뒤에 식스 플래그 갈 건데 뭐하러 저런데 돈 쓰나! 하면서 아꼈다.
카지노고 슬롯머신이고 뭐고 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데 미니언 만은 그냥 못 지나치겠어 으윽..!!!
호텔 안쪽도 진짜 뉴욕 길거리처럼 잘 꾸며놨다. 스트릿 사인도 있고.
대박인 건 호텔 앞에 브루클린 브릿지가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동부 햄버거의 상징인 쉑쉑도 있다는 거!
테이블 각대 열일 하는 와중에 아줌마 시선강탈;;
뉴욕에서 찍으나 라스베가스에서 찍으나 정말 찍기 어려운 것임엔 틀림없군요 자유의 여신상님..
아직 볼 게 많이 남았는데 해가 저물고 있었다.
사자를 보러 MGM 그랜드에 갔는데 못 찾았다. 사자 전시관은 폐쇄된 듯했다. 그리고 솔직히 엑스칼리버 호텔보다 매일 보는 롯데월드가 더 예쁜 것 같았음.
손톱 달이 예뻐서 그냥
랩탑에 카메라랑 충전기랑 물이랑.. 허리가 너무 아팠다. 10000보 걸고 주저앉았다.
마지막으로 구경할 룩소 호텔. 만달레이 베이 옆에 있다. 힘들어서 안에 들어가 보진 않았다.
컨셉이 이집트 피라미드 같다.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네바다 사막에서 길을 잃으면 룩소 호텔 꼭대기의 빛나는 레이저를 보고 라스베가스 시내 방향 찾으라고 만들었다는데 진짜 저게 보일까?
사진 찍는 사이에 해가 완전히 졌다. 이제 집에 가야 할 시간.
오 밤에 보니 촌스러운 빌딩 색깔이 좀 덜 보이고 더 진짜 뉴욕 같았다.
레트로 카를 마당에 컨셉으로 놔둔 트로피카나 호텔. 호텔 별로 방문객 화장실을 다 가보고 어느 호텔이 가장 좋은지 나름 쓸데없지만 진지한 실험 중이었어서 지친 몸을 이끌고 굳이 들어가 보았다. 슬롯머신 따면 아우디 주나요? 지금까진 MGM 화장실이 베스트였다!
아니 스트립쇼 호객을 왜 나한테 하는데...
정말 건물들도 그렇고 화려하기 그지없는 도시다.
아침에 먹은 조식이 오늘 먹은 전부여서 저녁을 먹어야 했다. 원래 고든 램지 햄버거 먹을랬는데 어디선가 고든 램지가 나타나서 친구 없이 혼자 왔냐고 역정 낼 것 같아서 안 갔다.
판다 익스프레스랑 치폴레랑 매우 고민했다. 안 짜고 차갑고 쥬시 하고 신선한 게 먹고 싶었다. 냉면밖에 떠오르는 게 없었다.
판다 익스프레스는 너무 단짠일 것 같아서 결국 치폴레를 갔다. 배가 반밖에 안고파서 치폴레도 반 그릇만 먹었으면 싶었지만 그런 건 없었다. 신선한 게 너무 땡겨서 과카몰리도 추가했지만 역시 아보카도는 맛이 없구나! '치폴레 정말 맛있는데 된장찌개 먹고 싶다. 김치찌개 먹고 싶다. 엄청 매운 비냉 먹고 싶다. 아냐 한국 가면 매일 피자 먹고 싶을 거야. 치폴레 먹고 싶을 거야. '라고 되뇌었지만, 롤러코스터 타이쿤처럼 초록색 얼굴로 콜록콜록하고 토할 것 같아서 버렸다..
벨라지오 분수쇼의 야경도 감상해준다.
옆에는 코스모폴리탄 호텔이 있다.
폭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엄청 높이 올라간다.
에펠탑의 야경도 감상해주고 플라밍고에서 짐을 찾았다. 급 컨디션이 하락하더니 춥고 으슬으슬했다.
20000보 채우고 싶었지만 호스텔로 가는 택시를 탔다. 도미토리에서 자야 하는데 싱글룸 쓰고 싶단 생각이 간절했다. 호스텔까지 가는 동안 Lyft기사가 나름 열심히 친절하게 말 걸어줬는데 컨디션이 안 좋아서 제대로 대답을 못했다. 영어 너무 못해서 수 일치나 시제는 고사하고 ㅋㅋㅋㅋ지금 아프니까 조용히 가줬으면 좋겠다는 말도 못 하고 쭈굴쭈굴해있었다.
나름 경비를 아끼고자 이틀은 호텔—싸구려 호텔이긴 하지만—에서 잤고 이틀은 '라스베가스 호스텔' 묵을 예정이다. 가격은 매우 싸고 시설은.. 나름 그저 그런. 그치만 위치가 스트립에서 너무 멀어서 버스 타고 15분 정도는 가야 스트립이 나온다. 밤에 다니기도 무서운 동네다.
행운이었던 건 택시에서 바랬던 대로 6인실 도미토리를 혼자 썼다는 사실이다! 아주 안심하고 조용하게 잘 수 있었다. 물론 다음날 공용 화장실도 전세 낼 수 있었지!
그리고 오늘의 Moves.. 엄청나게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