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의 삶은 꼭 낯선 우주에 홀로 덩그러니 있는 느낌이었어. 아침에 눈을 떴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더라고. 제주도에는 학교도, 출근할 곳도 없었어. 하루의 시간표를 어떻게 만들어야할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어. 길 잃은 강아지처럼 주변 동네를 떠돌았어.
몸이 점점 굳는다고 느껴본적 있니? 몸에서 마음까지 돌처럼 가만히 멈추는느낌. 집 안으로 침대 안으로 숨어들어서 나가고 싶지 않았거든. 그렇게 점점 나는 화석이 되려나 싶었어. 창문 밖을 보면 모든 것이 살아있는데 나만 동떨어진 거 같아. 똑같은 일상인데 왠지 모르게 기운이 없고 즐겁지가 않아. 집 앞 동네를 나가 걷는 것도 무서워.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더이상 걷지 못할 거 같았거든. 이대로 죽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공포가 밀려왔어. 앞이 잘 보이지 않고 식당에서 밥을 시켰는데 한 숟가락을 먹고 더이상 먹을 수가 없었어. 밥을 안먹는다고?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너무 이상한거지.
2021.12
최근 6개월 사이에 눈이 너무 안좋아져서 핸드폰이 거의 보이지 않았어. 몸이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하니까 무섭더라고. 어느날 집 근처 한의원을 찾아갔어. 의사선생님은 뭔가 알고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기력이 없어요
한의사 선생님은 나의 이야기를 듣더니 천천히 이야기를 해 주셨어. 기력이 없다는 건 우리 몸에 기가 돌지 않는거라고. 몸에 기운이 끝까지 돌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거라고 말이야. 막혀있는 기를 뚫어주기 위해 2가지 방법을 알려주셨어. 첫 번째는 호흡하는 것. 단전에 힘을 주는 것. 호흡을 할 때 횡경막까지 들어올리고 내리고 하는 연습을 할 것. 손 끝과 발 끝을 세게 눌러 지압할 것. 머리부터 발끝까지 탁탁탁 두드리고 눌러주셨어.
두 번째는 뇌파를 바꾸는 거래. 한의원에서는 뇌파를 조절해주는 음향파동치료, 그리고 침치료, 배에 뜸을 하고 왔어.
단전에 힘이 들어가야 온 몸에 힘이 들어간다고 배에 뜸을 뜨는게 좋겠다고 하셨어. 핸드폰은 잠시 라커에 넣어두고 음악을 듣는 음향파동기계 안에 들어갔다가 침치료를 받았어.
오랜만에 맞는 침이라 약간 무서웠는데 아픈 감각보다 너무 지쳐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게 더 컸어. 움직이지도 못하고 침을 맞았어. 처음 해봤던 음향파동기계. 왼쪽에 보이는 커다란 통에 몸을 통째로 집어 넣었지. 목 위로 얼굴만 나오고 몸은 다 기계 안으로 들어가는거야. 음악과 함께 진동이 느껴져. 잠시 따뜻한 온도에 잠이 들었어. 그 상태로 몽롱하게 음악을 들어.
202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