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만나는 나
주희야 안녕
나에게 편지를 쓰는게 오랜만이지?
파리에 와서 5일이 지났어
길에서 울고불고 눈물을 흘리는 날도 있었지만
오늘은 걸으며 만나는 풍경에도 감사하게 되네
해외여행이 몇 년 만인지 몰라.
한 때는 여행 블로거를 꿈꿨던 나인데 말이야
이렇게 오랫동안 여행을 가지 않고 지냈던 건
아마도 더 잘 해내고 싶은 무언가가 있어서겠지.
일을 우선순위로 놓고 지내본 지난 6년은
나에게 참 돌아돌아 큰 깨달음을 주는 거 같아
“자유를 경험하려면 반드시 속박을 경험해야 한다”
는 요가선생님의 말처럼
지난 날들은 필연적으로 내가 경험했어야 할
고통의 시간이었던 거 같아
나를 물아붙이고 치열하게 살아야만 했지.
6년동안 나는 참 몸도 마음도 많이 변했어
건강과 마음의 평안을 중심으로 삶의 기준을 만들어
전에는 맨 땅에 헤딩을 밥 먹듯이 하고
너무 많은 선택지들에 휩쓸려 어디로 떠내려가는지
알지 못하는 삶이었던 거 같아
오늘 오르세 미술관에 다녀오며
그림책을 소중히 껴안고 눈물이 날 듯이 벅차는 감정을 느꼈어
그리고 나를 위해 이렇게 여행을 와준 나에게 너무 고맙더라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가 여행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
지구 반대편에 와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일들이
결국 나를 사랑하게 하는 만드는 걸로 귀결이 되네
해맑고 톡톡 튀는 그런 주희
에너지가 넘치고 애정이 넘치는 주희
이곳에서 내가 알던 내 모습들을 다시 찾아 돌아가.
자주 만나자 우리.
2024.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