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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den Kim May 28. 2018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게 된 싱가포르의 속내

의문의 1승을 얻게 된 싱가포르

본 글은 제가 2018년 5월 28일자 매경이코노미에 기고한 원고를 재편집한 글입니다.

“판문점에서의 남북정상회담을 축하해요.” “두 정상의 만남의 의미가 남다를 거 같아요, 축하드려요.” 지난 4월 27일 금요일, 캠퍼스에서 마주쳤던 교원과 학생들이 필자에게 전해 준 축하 메세지다. 축하 인사를 받는 내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도저히 언어로 명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70년 가까이 분단국으로 지내고 있고,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대한민국을 대표해 이곳 적도의 나라 싱가포르 국민들로부터 축하를 받는 기분 같았다고나 할까? 


지난 일주일 새 남·북·미 외교가는 드라마틱한 전개와 반전을 거듭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오는 6월 12일,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얼굴을 맞대기로 최종 합의하였다. 현대 외교사의 역사적인 한 획을 긋게 될 북미정상회담의 개최를 맞이하는 싱가포르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여러 동료 및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결과, 필자가 예상했던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아직까지 김정은 위원장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 세계가 주목하는 대형 외교 이벤트를 자국에서 주최한다는 데에 대단히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무엇보다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가운데, 향후 자국이 취하게 될 국가적 이익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타국의 평화정착 마중물을 위한 장소를 제공한다는 의미도 존재하지만, 실리적 측면에서 싱가포르라는 도시국가가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성과를 결코 간과하지 않는 것이다. 


싱가포르가 느끼고 있는 이런 감정은 싱가포르 정부 및 국민들이 함께 공유하고 있는 실용주의적 가치 (pragmatism)에 근간한다. 싱가포르의 실용주의는 1965년 독립 당시의 척박한 대내외 환경에서부터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서울 크기만한 영토와 적은 인구, 천연자원의 부재 및 주변국들과의 격한 대립은, 자연스레 국가의 생존과 번영 자체를 국정 운영의 최우선 기조로 삼게 만드는 환경으로 작동했다. 이러한 태생적 환경은 싱가포르를 현실주의 외교 및 자국 경제 우선주의로 내몰기에 충분했다. 고도의 중립성과 균형감을 바탕으로, 외교 문제에 있어 어느 한쪽 편만을 들지 않았으며, 경제발전과 고용을 늘리기 위해 국내자본과 외국자본의 투자를 차별하지 않았다. 


싱가포르가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 EAS(동아시아정상회의) 등 지역 안보 국제회의에서 의장국 역할을 하고 있는 이유 역시, 지역 정세의 안정이 싱가포르의 생존을 담보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세계 평화를 위한 이상주의의 추구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생존과 번영에 필요한 실질적 이익을 위해 UN에 가입했다는 과거 싱가포르의 UN 총회 연설은 현실적 외교를 중시해야 하는 소국의 서러움과 생존전략을 동시에 잘 보여준다. 


따라서, 세기의 회담이라 일컫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싱가포르가 기대하는 바는 단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이상주의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향후 자국이 얻게될 잠재적 이익들을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는 눈치이다. 무엇보다 역사적 외교 협상의 무대로 활용되어 왔던 자국의 ‘협상 및 중재’의 중립국 이미지를 한층 강화하여, 이를 국가적 브랜드로 다시 한번 전 세계에 각인시킬 수 있다. 또한 중장기적 관점에서 북한과의 새로운 경제협력기회를 모색할 수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강화를 통해 현실 외교측면에서도 실리를 챙길 수 있다. 국가의 생존과 국민의 번영을 위한 도약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싱가포르만의 실용주의적 접근으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싱가포르는 종종 ‘작고 붉은 점 (Little red dot)’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그만큼 싱가포르가 매우 작고 주변 환경에 취약한 국가임을 잘 나타내 주는 별칭이다. 하지만 그들의 태생적 환경은, ‘점’으로서의 소국이 어떻게 경제성장과 안보유지를 바라는 국민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지 해답을 강구해야만 하는 근본적 질문을 던져주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싱가포르의 실용주의는 자연스레 형성될 수 있었다. 6월 12일, 싱가포르 앞에 또 다른 역사적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필자가 싱가포르 정부와 국민들에게 이야기를 전해 줄 차례인 것 같다.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의 호스트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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