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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거북이 Apr 11. 2020

3년 전 꿈꾸던 아이와 닮아가는 내 아이

아이가 주는 되물림 감동

두 아이를 공동육아어린이집에 보내기 약 한 달 전, '사전아마' 프로그램을 통해서 나는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 관련 글 : https://brunch.co.kr/@silkturtle/9 


공동육아어린이집의 '꽃'이라고 불리는 7세 아이들을 보니 상당히 활발하고, 자연과 각자의 놀이법으로 다양하며 주도적으로 놀고 있었다. 그리고 낯선 어른이 어린이집 활동에 참여했음에도 아이들은 낯설어하지도, 어색해하지도 않고 친근하게 본인들이 궁금한 점을 서슴없이 물어와 오히려 놀랬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이 자연과 어울려 자연스럽게 노는 모습만 보았을뿐인데, 나의 입가는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우리 아이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을 했다. 하지만 내 기대와는 조금 많이 달랐다. 내 아이는 외향적이라기보다는 내향적이었고, 누군가가 자신을 부딪혀 넘어지게 해도 모기보다 작은 목소리로 "하지마~"라고 혼잣말을 할뿐이었다. 그리고 등원하고 아이들과, 형님들과도 잘 지낼 줄 알았더만 내 아이는 다른 아이들의 활동과 놀이를 오래 관찰하는 아이였다. 다소 낯설게 느껴진 내 아이의 행동은 짝지와 대화를 하면서 알 수 있었다. 


"난 채원이의 오랜 관찰 행동이 너무 이해가 잘 가."

"어? 그래?"

"...... 사실은 내가 그래. 어렸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사실 감춰져 있지만 그런 기질이 있지." 


내가 이해가 하지 않았던 아이의 기질은 바로 짝지의 기질이었던 것이다. 어른이 되면서 짝지도 많이 사회화가 되어 잘 보이지 않던 내면과 어린 시절의 행동 양식들을 나의 첫째 아이가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기대와 현실의 내 아이에 대한 간극을 확인한 후 나는 아이에 대한 기대를 많이 내려놓았다. 쉽진 않았지만 공동육아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며 아이를 맡고 있는 방교사와 이야기를 하며 조금씩 내 아이에 대해 더 깊이, 더 많이 알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내 첫째 아이는 7살이 되었고,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형님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3년전 그랬듯 또 나처럼 사전아마 활동으로 어린이집을 미리 체험해본 신입 아마들이 있었다. 그 중 한 명의 엄마가 어느날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제가요, 사전아마활동을 하고 집에 가려는데 한 아이가 저에게 그림을 하나 주더라고요. '예쁘게 그린 공주' 그림이었는데 그게 바로 '저'라고 하더라고요. 얼마나 감동 받았는지 몰라요. 너무 좋아서 집에 가져갔는데 우리 딸 아이가 예쁘다고 하루종일 가지고 놀다가 찢어져버렸지 뭐예요. 그때는 그게 누군지 몰랐는데 그게 바로 '채원이'였더라고요." 


순간 찌릿! 했다. 내가 사전아마를 하면서 한 아이에게 받았던 감동을, 내 아이도 다른 낯선 엄마에게 줬다니! 

감동도 되물림되는 것인가? 그 엄마의 떨림을 200% 이상 이해할 수 있었을뿐만이 아니라 내가 아닌 다른 엄마에게 스스럼없이 감동을 선물한 채원이의 마음도 고마웠다. 


그 엄마는 그 뒤로 내 아이가 그림책을 혼자 끄적이며 만들던 모습도 유심히 보며 매우 흥미로워했던 모양이다. 그간 아이가 그림을 그려달라고 해도 그려주지 않고 특별한 기술을 알려주지 않고(물려줄 그림 기술이 없기도 하다;) 기다려온 보람이라도 되는 것인지...... 


그러다 또 한 엄마가 그런다. 


"우리 아들이 채원이를 워너비로 생각해요. 그네를 그렇게 높게, 힘차게 타는 누나의 모습이 부러웠던지 자주 채원이가 그네를 타는 이야기를 해요."


그 엄마에게 채원이가 모기만한 목소리로 자기 목소리도 못 내던 아이였음을 이야기하면 깜짝 놀란다. 그리고 나도 놀란다. 지금 채원이는 자신에게 불편한 것이 있으면 이야기도 곧잘 하며 때론 치지말라고 소리도 지른다^^; 그러고보니 4살 때 채원이와 7살 때 채원이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조금 과하다 느낄 때도 있지만 적어도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아이가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간 친동생 외에 다른 동생들의 그네를 밀어준다거나 무엇인가를 도와주려거나 가르쳐주려는 행동은 눈에 띄게 많이 보이지 않았는데 방교사가 적어준 날적이에도 산나들이를 갔을 때 동생들을 잘 챙겨주고 가르쳐주고 한단다. 

교사가 새로 오셨는데 교사에게도 자신이 아는 이것저것 어린이집에 대한 모든 것들을 이야기해줬나보다. 교사도 고마워하고 동생들도 좋아한다. 

놀이터에서 보면 채원이가 그 남자 동생이 그네를 타는 것을 직접 밀어주기도 하는데, 밀어주는 리듬을 잘 타는 것을 보니 힘도, 마음의 여유고 늘고 많이 컸구나하는 생각도 든다. 동생들도 예뻐한다. 


이젠 조금씩 정말 어린이집에서 본인이 제일 형님인 것을 몸으로 체화하고 모범을 보이거나 동생들을 도와주려고 하는 것 같다. 




그저 감사하다. 어느 순간 내 아이에 대한 나만의 기대를 조금 내려놓고 지내고 있었더니 어느새 이렇게 엄마의 기대보다 성장한 아이의 모습에 참으로 감사하다. 내가 받은 감동을 다른 엄마에게도 선물한 채원이를 이렇게 마주할 수 있어 또 감사하다. 





* 공동육아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쓴 부모 에세이도 함께 읽어보세요^^ 

https://brunch.co.kr/brunchbook/hamk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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