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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거북이 Apr 13. 2020

코로나를 견뎌내려다 병이 났다.

아침에 일어나면 귀가 아프다. 코도 물로 가득찬듯 맹맹하다. 주변의 충고에 따라 이비인후과에 갔다.


“아침에 일어나면 귀가 너무 아파요. 중이염을 치료하다가 항생제가 싫어서 쉬면서 낫기로 하고 치료를 다 못했었어요. 중이염이 심해진게 아닐까요?”


“귀를 좀 볼게요.”


휘이잉- 귀 청소기가 있는 것인지 귀 속을 바람이 휘젓고 지나갔다. 간지러웠다. 기분 좋은 바람이었다.


“중이염이 심해졌나요?”


“깨끗해요. 정상이예요. 염증도 하나도 없고, 귀 주변도 아주 깨끗해요.”


“그런데 왜 아침에 일어나면 귀가 아프죠?”


“중이염은 아니예요. 깨끗해요.”


“혹시 코, 비염 때문일까요? 일교차가 심하잖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코가 좀 맹맹하고 머리가 아파요.”


“아니예요. 정상이예요.”


“저 눈도 좀 뿌옇게 보이는 것 같아요. 핸드폰 블루라이트 때문일까요? 중이염이 눈에도, 코에도 영향을 준걸까요?”


“아니예요. 정상이예요. 신경쓰이시면 염증약을 조금 드릴게요.”


“이거 먹고도 아프면 또 오나요?”


“괜찮아지실꺼지만 그때도 아프시면 오세요.”


그리고 혹시 몰라 안과도 들르려는데 마침 가려던 안과가 문을 닫았다. 약사는 봄 즈음에 환절기 즈음에 먼지나 알레르기, 일교차로 이런 손님들이 조금 있단다. 일시적으로 눈이 좀 불편하다고 느끼기도 한단다.


매일 두 아이와 지내며 어린이집 엄마들과 종종 마실도 하며 지내던 일상이 잠시 멈춰졌다. 아이들은 어린이집 긴급보육을 자주 이용하게 되었고 그래도 나는 낫지 않았다.


원래 나는 3-6월초까지가 매우 바쁜 시기이고 이 시기에는 다른 일은 잘 하지 않는다. 코로나로 취소된 일도 있지만,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고 싶은 클라이언트들은 또 조금씩 연락이 온다.


어쩌면 잠시 방황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길을 찾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 사이에서의 균형을 맞추는 일, 그렇지만 일단 입금이 되는 일에 우선시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 입금이 되지 않아도 내 일이라면 최우선으로 해야할텐데... 6월 초만 끝나면, 끝나면 이렇게 중얼거린다.  

그리고 체력과 에너지가 닿지 않아 아이들과 잠시 시간을 하고 있지 못하는 것에 대한 생각들이 많아진다.


많은 쓸데없는 생각들이 날 아프게했던 것일까. 요며칠 누워서 지내는데 아이 둘은 서로 놀이를 만들어내며 신나게 논다. 이제 며칠 엄마가 누워있었음에 아이들도 적응을 하는 건지... 그래도 주말 내내 밖에서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엉엉 울고, 피곤한데도 책을 읽어달라고 엉엉 우는 아이들을 보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다시 몸을 일으키기 위해서 내게 필요한 것을 찬찬히 다시 생각해본다. 오늘 일을 해야해서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엄마랑 지내고 싶다는 아이들을 보냄이 갑자기 미안해진다.


일단 해야하는 일부터 잘 해내자. 그리고 정신을 차리자, 다시!


내가 누워있는다고 밥을 누가 대신해준다거나 장을 대신 봐준다거나 설거지를 대신해준다거나 하는 기적은 잘 일어나지 않으니.

짝지 찬스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너무 많이 쓴 것 같아서 다소 미안하다.


어쩌면 내가 짝지랑 단둘이 보낼 시간이 필요한지도,

곰발의 수혈이 필요한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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