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새끼 때 코코는 날씬하다 못해 말랐다. 생후 두 달째, 우리 집에 왔는데 몸무게가 700g이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황당한 사실은 코코가 생각보다 컸다는 거다. 털이 복슬복슬해서 통통통 집안 곳곳을 뛰어다니던 게 아직도 눈에 선하다. 통통해 보였던 몸의 비밀은 목욕하고 나서야 밝혀졌다. 그건 포메라니안이면 모두 가진 풍성한 털이었다. 목욕을 시키려고 코코의 등에 물을 뿌렸더니 순식간에 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래도 코코가 날씬하다 못해 말랐는지 몰랐는데 의사 선생님 때문에 알게 됐다. 강아지를 데려오면 개월 수에 맞게 예방 접종을 해야 한다. 우리도 그 시기에 맞춰 병원에 가곤 했는데 하루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강아지가 너무 말랐어요. 여기 등을 보세요. 뼈가 그대로 드러나잖아요.”
그게 마른 것인지 진짜 몰랐다. 당시 코코는 사료를 하루 두 숟가락 먹이고 있었다. 이건 우리가 정한 양이 아니고 코코를 데려온 곳에서 그렇게 주라고 했다. 왜 그렇게 정보도 없이 키웠나 모르겠다. 제대로 공부 좀 할걸.
배가 고프면 험악한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본다.
중성화 수술이 쏘아 올린 살들
그렇게 말랐던 코코가 결정적으로 살이 찌게 된 건 중성화 수술과 맛있는 간식을 계속 준 우리 식구들 때문이다. 일단 사람도 욕구가 있듯 강아지에게도 그렇다. 그런데 그중 하나를 중성화 수술로 강제로 제거하게 되고 모든 욕구가 음식으로 갔다. 그렇지 않아도 식탐이 많은데 수술 후 더욱 집착하게 되었다. 이 시기를 잘 넘겼어야 했는데 하필 우리 식구들은 코코의 눈빛을 못 이겼다.
눈만 봐도 예뻐서 홀랑홀랑 넘어가 이것저것 준 게 코코가 뚱뚱한 강아지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슬개골 탈구 때문에 살을 빼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정말 쉽지 않았다. 동그랗고 까만 눈을 하고 무릎 꿇고 앉아서 눈 맞춤을 하면 나도 모르게 간식을 꺼내 입에 물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찐 살은 어느새 등과 목에 늘어지기 시작했다. 옆으로 누우면 살이 치즈처럼 펼쳐진다. 진짜 포메라니안 특유의 털이 아니었으면 더 심하게 표가 났을 거다.
십 년에 걸친 살이 드디어 빠지기 시작했다.
다리 다치고 나서 사료를 하도 안 먹어서 네츄리스를 잠시 먹였다. 지금은 힐스와 섞어 먹이고 있다.
물론 우리도 살 빼보려고 별짓 다 했다. 우선 사료부터 다이어트용으로 바꾸었다. 처음에 로얄캐닌 다이어트 사료를 먹였는데, 생각보다 기름져서 고민하다 지인의 추천으로 힐스로 바꿨다. 그럼에도 코코의 살은 빠질 생각을 안 했다. 결정적으로 쿠싱약을 먹고 나서야 서서히 빠졌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그동안 쿠싱 때문에 살이 더 안 빠졌고 약을 먹으면 더 빠질 거라고 하셨다. 그 말대로였다.
그런데 서서히 빠지던 코코 살은 병원에 열흘 동안 있으면서 400g이나 더 빠지며 코코 생에 다시 못 볼 것 같은 앞자리 숫자를 봤다. 우리가 병원에서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너무 감격한 나머지 동시에 이렇게 말했다.
“너무 말랐다!”
그때 선생님의 황당한 표정이란. 선생님은 살이 빠져 이전보다 호흡하는 것도 편해졌고 앞으로도 더 빼기를 권하셨다. 워낙 먹는 걸 좋아하는 코코에게 가혹한 얘기라 우리는 더 빼는 건 고사하고 제발 유지만 하기를 기도했다.
덕분에 그동안 주던 간식을 모두 없애버리고 채소를 주기로 했다. 우선 첫 번째 후보는 오이였다. 살도 안 찌고 아삭해 괜찮은 후보군이어서 잘라서 줘봤다. 결과는 코코가 고개를 휙 돌리며 실패했다. 그다음 후보군은 당근이다. 개인적으로 당근을 정말 싫어하는데 코코는 어떨지 궁금했다. 의외로 코코는 정말 좋아했다. 아삭아삭하고 향도 나고 잘 먹다 보면 단맛이 난다. 그래서인지 진짜 잘 먹는다. 당근은 눈이나 간에도 정말 좋고 채소라 딱 맞다. 그 후 코코의 간식은 당근이 되었다.
선생님은 채소도 조금만 주라고 했지만, 그것마저 제한해 버리면 코코 견생에 낙이 없을 것 같아 당근은 충분히 준다. 어떨 땐 너무 당근 과식을 해 자제시키기도 한다. 그 결과 현재 코코는 병원에서 나온 그대로를 이 주째인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일을 겪으며 다이어트에 먹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진짜 쉽지 않겠지만 제발 이 상태로만 유지하거나 좀 더 빠지면 소원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