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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누나 Apr 18. 2023

첫사랑은 역시 안된다.

링링이를 짝사랑한 코코

소심한 코코


친구네 강아지는 실외 배변으로 하루 두 번 이상은 반드시 산책한다고 한다. 친구가 시간이 안 나면 다른 식구가 대신 산책을 시킨단다. 그래서 친구네 강아지는 매우 활발하고 주변 사람들과도 인사를 잘한다. 게다가 아는 친구 강아지도 생겼다고 한다. 


나는 솔직히 이게 매우 부럽다. 우리 코코가 활발한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내가 친구만큼의 노력을 쏟지 않았다는 게 돼서 코코에게 미안한 마음과 반성이 되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뭔가 부족했는지 코코는 내향적인 강아지로 자랐다. 나처럼 낯가림 심하고 친구 만들기 어려운 성격이 되었다. 


코코가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생긴 건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와서다. 20년 넘게 살던 고향에서 2년 전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솔직히 너무 익숙한 곳이고 고향이라 이사 오기 싫었는데 여러 이유로 올 수밖에 없었다. 


고향에서는 코코가 동네 유명인사였다. 다리가 아픈 코코를 아빠가 자주 안아 돌아다녀서 주기적으로 가는 곳도 있다. 특히 잡화점에 자주 가자고 했는데 거기 직원분들이 코코를 예뻐해서 간식도 주고 좋아해 주셨다. 그래서 낯가림 심한 코코가 그나마 행복하게 산책할 수 있었다. 


이사 와서 산책하던 중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는 코코

그런데 이사 오고 나서 상황이 바뀌었다. 낯선 거리, 낯선 동네여서 그런지 이전보다 더 예민해졌다. 우리 식구는 코코의 낯섦을 줄이기 위해 매일 비슷한 코스로 산책하러 갔다. 집 뒤에 작은 공원이 있는데 공원 한 바퀴 돌면 다리가 약한 코코에게 딱 맞는 시간이 된다. 


코코, 첫 친구 링링이를 만나다


공원을 돌다 보면 다양한 사람과 강아지를 만나는데 그중 코코의 견생에 첫 친구가 될 수도 있는 강아지를 만났다. 바로 리트리버 링링이다. 


솔직히 엄마가 산책하다 만난 강아지라 암컷인지 수컷인지도 모르는데 우연히 몇 번 본 적이 있다. 링링이는 우리 아파트 1층에 사는 성견 리트리버다. 연갈색의 긴털을 자랑하는 멋진 강아지로 보호자님의 말에 따르면 딸 때문에 키우게 되었다고 한다. 


낯가림 심한 코코가 처음엔 링링이 보고 많이 짖었는데 몇 번 보다 보니 익숙해졌는지 어느새 꼬리를 신나게 흔들고 있었다. 게다가 링링이만 보면 좋아서 먼저 다가간다. 문제는 링링이가 코코에게 관심이 없고 오히려 엄마나 나처럼 사람에게 더 호기심 있어한다는 거다. 


개모차에 태워 산책을 나간다.

엄마나 나는 산책할 때마다 링링이를 볼까 싶은 마음에 매번 기대하고 데리고 나간다. 그러다 우연히 링링이를 마주치면 아니나 다를까 조그마한 코코가 링링이에게 다가가 꼬리를 흔들고 링링이는 코코를 몇 번 보다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간다. 


속상하게도 우리 코코는 링링이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그래도 한동네에 친구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애써 위로하고 있었는데 슬프게도 요즘 링링이가 안보였다. 엄마가 아무래도 이사한 것 같다고 했다. 원래 우리 집 바로 1층에 살아서 오가다 은근히 자주 봤는데 벌써 몇 달째 모습이 안 보였다. 


요즘 날이 좋아 산책하러 나가기 좋다.


아무래도 코코의 첫 짝사랑 상대는 멀리 가버린 것 같았다. 요즘에도 점심을 먹고 난 이후 꾸준히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데 다른 강아지는 많이 보이는데 링링이는 여전히 볼 수 없다. 어쩐지 코코도 나도 아쉽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정말 링링이는 이사를 갔을까? 


아무래도 코코의 첫사랑은 끝난 것 같다. 아쉽지만 대신 우리 식구가 코코를 더 예뻐해 줄 수밖에 없다. 


▶ 다음 편에 계속

▶ 출처 

- 사진 : 개인소장 및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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