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하는 강아지의 애견카페 첫 방문
코코가 성견이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코코가 집 아니면 동네만 돌아다녀서 새로운 곳으로 데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번뜩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곳이 애견카페였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운전을 못 한다는 데 있다. 결국, 지인에게 연락해 급하게 코코를 데리고 갔다.
사실 가기 전에 나름대로 기대가 있었다. 코코가 잘 적응해서 다른 강아지들과 해맑게 어울려 노는 모습을 상상했다. 새끼 때는 면역력이 약해서밖에 데리고 다니지 못했지만, 이후로는 산책하면서 나름대로 바깥 활동을 해서 괜찮을 거로 생각했다.
애견카페에 도착해 문을 딱 열었을 때 우선 개 냄새가 확 풍겨왔다. 게다가 울타리가 쳐져 있어서 밖에 나오지 못하게 막아놨다. 울타리를 열고 들어가니 넓은 공간에 개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 보호자들이 앉을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아 음료수 하나 시켜놓고 코코는 가운데 넓은 공간에 내려놓았다.
다른 강아지들이 서로 어울려 놀고 있어서 쉽게 어울릴 거로 생각했다. 그리고 지인과 자리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코코가 쪼르르 내 다리 밑으로 자꾸만 왔다. 올려달라는 듯 발짓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코코가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막연하게 코코는 펫숍에서 왔으니 아이들과 같이 있었을 거로 생각했다. 게다가 산책도 꾸준히 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애써 위로했는데 사실 아니었나 보다. 게다가 개들은 주인 닮아간다고 한다던가. 낯가림 심한 나를 따라 하는지 코코도 낯가림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반려견의 사회화 시기를 3주 후부터라고 한다. 이 시기에는 바깥의 상황이나 다른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다고 한다. 사회화는 다른 사람과 개들도 만나야 하지만 각종 소리를 접하게 하고 산책이나 놀이를 통해 좋은 기억을 심어줘야 한다. 사회화는 최소 1년 정도는 다른 강아지와 함께 어울리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 새로운 자극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산책하고 다니긴 했어도 우리 식구끼리 다녔지 다른 강아지와 만나게 해 줄 생각은 못 했다. 우리 동네가 코코 어릴 때까지만 해도 조용하고 사람이 별로 없어서 더 그랬다. 사회화가 아직 완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코코는 수많은 강아지 친구들을 만났고 이게 꽤 불편했나 보다. 애견카페도 나름대로 사회화를 배울 수 있는 곳인데 얼마나 부담스러웠으면 계속 내 자리만 맴돌고 다른 강아지가 코코를 뒤쫓아가면 코코는 도망 다니기 바빴다. 혹시나 두면 놀까 싶어 계속 지켜봤지만 코코는 내 다리 근처만 맴돌 뿐이었다. 딱 봐도 너무 힘들어 보여 결국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코코는 그 뒤 한동안 카페에 갈 수 없었다.
개를 키우는 내 지인은 자주 애견 운동장에 데리고 나가고 산책도 하루 세 번 이상하며 다양한 자극을 주었다. 그 결과 지인의 강아지는 동네 인싸가 되었다. 그러면 우리 코코의 사회화 교육은 실패한 걸까?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성견이 되어서도 사회화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너무 한꺼번에 자극을 받는 것보다 천천히 자극을 받으라고 조언하고 있다. 본의 아니게 코코는 이 조언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사 오면서 친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게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에 우연히 친구가 생겼다.
긴 몸통과 우아한 갈색 털을 가진 그 아이의 이름은 바로 '링링'이다.
▶ 다음 편에 계속
▶ 출처
- 사진 : 개인소장 & 픽사베이
- 강아지 사회화 정보 : 네이버 지식백과 ‘다시 쓰는 개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