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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강아지가 탈출했다.

초보 보호자의 어설픈 산책법

by 글쓰는 누나

연약한 강아지와의 산책 눈치 게임


처음 강아지가 왔을 때 우리 식구 최대 관심사는 ‘도대체 언제 산책을 시킬 수 있는가.’였다. 바로 나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안 된다고 말렸다. 예방접종이 끝날 때까지는 산책을 안 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아지 때의 코코는 크기도 작았다. 코코가 온 지 얼마 안 돼 병원에 가서 몸무게를 쟀을 때 700g이었다. 의사 선생님이 혼을 내며 너무 말랐다고 사료를 더 먹이라고 했다.

동물병원에서 준 반려동물 건강수첩, 예방접종에 관한 정보가 쓰여 있다.

우리는 빨리 예방접종이 끝나기를 바랐다. 작고 하얀 강아지를 데리고 나가면 얼마나 사람들에게 주목받을지 기대가 되었고 코코의 반응도 궁금했다. 그런데 주사는 생각보다 많았다. 그렇다고 안 맞기에는 코코의 건강을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할 일이었다. 동물에게 치명적인 전염성 질병들은 치료해도 회복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미리 예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들춰본 반려동물 건강수첩을 보니 코코도 여러 가지 주사를 맞았다. 총 다섯 가지 주사를 여섯 차례에 걸쳐 맞았는데, DHPPL, 코로나 장염, 켄넬 코프, 개 인플루엔자, 광견병이다. 7월에 태어난 코코는 9월에 우리 집에 왔다. 입양 전부터 주사를 맞기 시작해서 최대 11월까지 주기적으로 병원에 갔다.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을 때 우리는 이제는 데리고 나가도 되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탈출한 강아지 VS 당황한 사람


솔직히 너무 오래되어 첫 산책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모두 놀랐던 사건이 하나 있다. 어느 날 밖에 있다 집으로 들어오는데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사진 속 강아지처럼 코코도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게 웃으며 돌아다녔을 것 같다.


“언니, 큰일 났어! 코코가 탈출했어!”


무슨 일인지 들어보니 아빠와 동생이 코코를 데리고 산책을 했는데, 코코가 쏙 빠져나갔다는 거다. 코코는 목줄 말고 하네스라고 불리는 가슴 줄을 했는데 어설프게 채웠는지, 너무 말라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쏙 빠져나가 이리저리 도로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거다. 전화를 받자마자 얼른 달려갔다. 그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코코를 못 찾으면 어떻게 하지? 차라도 지나가면 큰일인데.’


아파트 뒤편 산책 장소까지 가는 길이 길게 느껴졌고, 등 뒤에 땀이 쭉 나는 것 같았다. 서둘러 갔을 땐 다행히 아빠가 코코를 안고 있었다. 코코가 있던 곳이 엄청 큰 도로는 아니었지만 차가 다니는 곳이라 다들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번 잃어버리면 찾기 힘들 수도 있고 차라도 다녔으면 큰일이었을 텐데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후에는 코코와 산책을 할 때 하네스를 좀 더 조이고 신경을 썼다.




초보 보호자가 배변을 치울 때 벌어지는 일


평소에는 분홍색 배변봉투를 챙기고, 봉투가 모자랄 때 도시공원에 비치된 걸 쓴다. 쓸 것 같아 챙겼는데 코코가 안 써서 한 개가 남았다.


강아지를 키우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했다. 그중 가장 낯설고 하기 싫었던 게 개똥 치우는 거였다. 하네스를 하고 데리고 다니면 코코가 다리를 쓱 들고 소변을 본다. 외국에서는 소변도 치워야 한다고 하는데 다행히 우리나라는 아니다. 그런데 대변이라도 보면 배변 봉투를 꺼내 담아서 집으로 가져가야 한다. 이게 정말 낯설고 싫었다. 배변 봉투 넘어 전해지는 따끈한 강아지 똥의 감촉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때 마음속으로 ‘이렇게까지 치워야 하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철딱서니 없는 마음이고 아무것도 모른 채 키운 시절이었다.


아빠는 코코를 모시고 다녔다


코코를 가장 많이 데리고 다니며 산책을 시킨 사람은 바로 아빠다. 동생과 나는 일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바빴을 때 아빠는 퇴근하고 오시면 꼬박꼬박 코코와 산책했다. 코코는 한 살이 되기 전 다리 상태가 안 좋아졌는데 아빠는 안쓰러웠는지 자주 안아서 동네 한 바퀴 돌곤 했다. 아빠는 코코를 안고 아파트 근처에 있는 상가 사람들과 자주 인사하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우리를 보면 ‘누구네 집’이 아니라 ‘코코네 집’으로 동네 사람들에게 불렸다.


우리 얼굴은 몰라도 코코 얼굴은 다 알 정도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 행복한 산책 시간은 오래 하지 못했다. 그날이 왔기 때문이다.




▶ 다음 편에 계속

▶ 출처

- 사진 : 개인 소장, 언스플래쉬

- 예방접종 정보 : 반려동물 건강수첩 내 인용 (개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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