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노란색 이파리가 마치 불에 탄 듯 이글거린다. 바깥으로 삐죽삐죽 뻗어있는 해바라기, 잎이 다 죽어버린 해바라기 노란 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다. 고흐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다. 색깔도 밝고 노란 해바라기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고흐의 그림을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지인이 고흐 전을 가자고 했을 때 기꺼이 수락했다. 전시는 몇 개월 전부터 시작됐는데 사람이 엄청 많다는 얘기를 들어서 조금 덜 있을 때 가려고 차일피일 미뤘다가 전시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라 주말에 갔다.
발권한 시간과 대기시간까지 얼추 두 시간은 현장에서 기다렸다. 겨우 들어간 전시장은 안에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람에 치여가면서 그림을 봤다. 그렇게 본 그림은 역시 고흐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을 만큼 멋지고 위대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은 ‘교회에서’다. 교회 안을 그린 그림인데 맨 앞줄과 중간 줄 맨 뒷줄까지 모두 세 줄에 사람이 가득 앉아 있다. 다들 표정이 어딘가 모르게 괴로워 보이는데 자세히 그린 것 같지 않은데 표정이 살아 있다. 아마도 목사님 설교가 듣기 싫었거나 장례식이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어두운 얼굴들을 하고 있다. 이 우울한 그림은 난생처음 보는 고흐의 그림인데 이상하게 내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어떤 그림은 풍경화인데 위에는 태양 아래는 들판을 그렸다. 태양은 아주 샛노란 색으로 그 주변에 태양 빛이 퍼지게 그렸다. 그 퍼지는 모습마저도 선으로 표현했는데 마치 일본의 전범기 모양을 닮았다. 이 그림을 책으로 봤을 땐 원화를 볼 때와 다르게 태양 빛이 밋밋해 보여 원화의 위대함을 깨달았다.
고흐의 그림 중 ‘생트 마리드라메르의 풍경’도 좋았다. 화면이나 프린트된 걸로 보면 평면적인데 실제로 보면 뒤에 마을은 평면처럼 보이나 앞에 라벤더밭은 마치 튀어나올 것처럼 그렸다. 사실 고흐의 모든 그림이 마치 3D처럼 입체적이다. 이걸 종이로 인쇄된 그림은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고흐의 위대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유명한 작품들은 오지 않아 아쉽긴 했다. 듣기로는 유명작품은 아예 해외반출이 안 되게 되어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사람에 치여가면서 작품을 봤고 흔한 작품이 온 게 아니라 다소 낯설었지만 그런데도 그림 면면에 드러난 고흐의 심리상태나 그림을 사랑하는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언젠가 다시 기회가 되면 사람 없이 조용한 분위기에서 고흐의 그림을 다시 보고 싶다. 평생을 그림에 바칠 정도로 미쳐있는 화가의 그 정신을 다시 느끼고 싶다.
★ 사진 출처 : 개인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