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장에서 우리는 만족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비자의 공간에 대한 경험을 해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실전에서 적용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 1 손님시점
이제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분식집이 있다. 눈에 확 띄는 주황색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들어가기 전에 입구옆에 세워진 팝업현수막에 메뉴가 보인다. 특제소스가 올라간 오므라이스가 있다는데 사진만 봐도 침이 고인다. 갑자기 오므라이스를 먹어야겠다고 결심한다. 두꺼운 철제손잡이를 잡고 문을 연다. 자동문도 슬라이드 도어도 아닌 빈티지 감성이 물씬 나는 철문은 차갑고 무겁다. 낑낑 소리를 내며 문을 열고 들어간 매장에 분식집에서 날만한 아는 맛있는 냄새들이 입맛을 자극한다.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은 없지만 창가와 가장 가까운 편안한 2인석 테이블에 먼저 가방을 놓고 입구왼쪽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한다. 내 주문번호가 쓰여 있는 영수증을 소중히 간직하고 오므라이스가 나올 때만 기다린다. 띵동 소리와 함께 내 번호가 찍히고 메뉴를 받으러 주방으로 간다. 두둥. 비주얼이 사진 그대로다. 자리에 메뉴를 놓고 보니 수저가 없다. 자연스럽게 테이블 옆 서랍을 열어보지만 서랍자체가 없다. 다시 주방으로 가서 수저가 어딨 냐고 물어본다. 직원이 가리킨 곳에는 수저와 물 티슈가 있었다. 주문을 했던 키오스크 옆자리였는데 위치가 생뚱맞기도 하지만 잘 보이지도 않는다. 수저를 챙기고 드디어 오므라이스를 한 숟갈 떠서 입에 넣는다. 음.. 특제소스 라기보다 아는 맛이다. 그래도 양에 많아한 접시 다 비우니 배가 꽤 부르다. 주방에서 다시 메뉴를 리턴하고 가게를 나온다.
#. 2 사장님 시점
오늘 점심은 오므라이스 손님이 많다. 힐끗힐끗 바라보는 홀에는 혼자온 손님이 서너테이블 보인다.
손님이 들어온다. 음식을 하고 있어 눈을 볼 수는 없지만 들으실 수 있는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어서 오세요~ 오므라이스주문이 들어왔다. 메뉴이름은 사장님 특제소스오므라이스 지만 사실 기성품에 과일을 추가로 더 넣을 뿐이다. 메뉴를 드린다.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한다. 잠시 후 손님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다가와 수저가 어딨 냐고 묻는다. 왜 손님들은 수저를 못 찾을까. 키오스크옆에 저렇게 잘 보이는 곳에 두었는데도 말이다. ”키오스크옆에 있습니다 “라는 말을 하루에 몇 번 하는지 모른다. 말도 하기 지쳐 손가락으로 위치를 가리킨다.
동네 분식집에 간 소비자의 경험을 해부해 보았다.
손님과 사장님의 관점이 그리고 팩트가 전혀 다르다. 누군가는 굉장히 억울할만한 일이다.
소비자가 만족하는 경험해부는
이런 것이다. 더 세부적이어야 하고 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손님입장. 사장님 입장에서의
해부에서 중요한 기준은 감정이어야 한다.
우리 매장에서 느끼는
경험이 한 개든 백개든 과정 속에서 순간순간 어떤 기대를 하고 또 그 기대는 어떻게 채워지고 결국 어떤 감정으로 기억되는지 반드시 다루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