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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제의 딸 Jun 04. 2020

미미는 어디에

01. 원치 않은 것을 강요받았던 기억

홍대의 브런치 카페. 이 곳은 카페부와 요리부로 나누어져 있고, 그중 나는 카페부였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정말 다양했다. 음악을 하는 사람, 그림을 그리는 사람, 뮤지컬을 하는 사람, 연기를 하는 사람, 정통 요리 코스를 밟은 사람, 학생 그리고 나처럼 에너지 순환을 위해 온 사람 등 정말 내, 외적으로 다양했다.

개개인마다 특색이 있었는데, 가장 휘황찬란한 아이는 바로, ‘미미’였다. 가슴을 슬쩍 들춰, 눈 모양 문신을 보여주며, “이게 바로 나의 제3의 눈이야”라든지, 담배를 또 피우러 가냐며, 농담 삼아 비아냥대면, “담배는 내 영혼, 내 친구야”라든지, 아무튼 희한하고, 이상한, 정말 재미있는 친구였다. 홍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곳은 매일 정신이 없었는데, 어느 누가 실수를 해서 쩔쩔매도, 오더가 잔뜩 밀려도, 그래도 이 친구가 있으면 분위기가 유쾌해지는 마법이 일어났다. 이를테면 잠깐 짬이 날 때 우린 직원들과 같이 ‘케이크 빵’이라는 것을 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케이크를 사는, 케이크 두어 개 내기하는 것이다. 그 케이크를 먹을 때 미미는 포크를 사용하지 않았다. 포크를 사용하는 우리를 향해 “이런 사대주의 근성!”이라며 큰소리치고, 남은 케이크를 한 손을 집어, 와구 먹는 그. 역시 미미. 우린 그런 그를 미워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런 유쾌함이 우리 모두를 웃게 했다.

  

미미와 함께하는 어느 주말. 북적이는 카페. 그날은 요리부에서 새로운 직원과 회식을 하는 날. 요리부에 속한 ‘실장’은 자신이 브런치 오더를 다 준비해놓고 가겠다며, 미리 요리부 직원들을 회식 장소에 보내고, 혼자 일을 했다. 하나의 브런치 오더와 밀려드는 카페 오더. 그 와중에 실장은 요리를 마친 상태에서 손님에게 호출하지 않았다. 그녀가 손쉽게 여긴, 미미가 대신해주길 바랬던 것이다. 카페부는 밀린 오더를 처리하기 바빠 요리가 나온 줄 몰랐고, 그렇게 1시간이 지나 결국 손님이 찾아왔다. 미미는 손님에게 연신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그 음식을 서비스로 드렸다. 평소 유독 미미에게 지나치게, 가벼이 말과 행동을 하던 실장. 그날은 미미도 참을 수가 없었다. 조용히 커피 머신을 정리하고, 정산 마감을 한 뒤, 앞치마를 벗고 그대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미미가 사라졌다. 미미가 없는 브런치 카페. 유쾌함이 덜했다. ‘실장은 미미에게 왜 그랬을까.’ 생각하다, 나도 그에게 가벼이 행동한 적은 없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은 항상 웃음이 있길 바랬다. 웃음을 강요했다. 재미있는 얘기가 있지 않은지, 묻고 또 묻고, 농담과 대화가 이어지길 바랬다. 그렇게 미미 덕에 한껏 웃음이 지나고 나면,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의 웃음이 지나간 자리엔 무언가 모를 쓸쓸한 얼굴을 본 적이 있다.


난독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힘들었던 고등학교 시절. 중학교에서 같이 진학한 친구 오리와 시간이 맞아 하교 후 같이 카페를 갔다. 평소 재미있고 유쾌한 나였기에, 그날따라 유독 말수가 없는 내게 재미있는 얘기를 강요했고, 웃음을 강요했다. 그녀와 헤어지던 순간을 기억한다. “너 오늘 좀 이상하다?” 그 후로는 오리와 만남을 가진 적이 없다.


웃긴 사람이 항상 웃음을 주어야 하는 사람은 아니니깐. 고독해질 때도, 어떤 말 못 할 사정이 있을 때도, 생각에 잠길 때도 있을 수 있다.


웃긴 애가 우스운 애는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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