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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성 Feb 11. 2016

#36. 발로 호흡할 수도 있어

[임신을 위한 힐링]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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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 : 어떻게 숨을 쉬어야 하는데요?

삼촌 : 깊고, 고르게 쉬어야지. 그렇게 하려면 너의 몸이 복식호흡을 계속 기억하게 해야해.


선영 : 복식호흡이라…. 말을 듣기는 했는데, 어떻게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배로 숨을 쉬지요? 가르쳐주세요.

삼촌 : 배울 필요 없어. 다만 기억해내기만 하면 돼. 원래 네가 잘하던 것이니까. 너는 어릴 때 복식호흡을 아주 잘 했었어.


선영 : 제가 어릴 때요?

삼촌 : 아이들은 대개 속 편하게 살잖니. 그래서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을 하지. 근심 걱정할 일 없고, 편안하고 만족스런 상태가 되면 저절로 복식호흡이 된단다. 너도 마음이 편하거나, 잠을 잘 때에는 저절로 복식호흡을 하게 될 걸? 숨쉴 때 가슴은 별로 움직이지 않고, 그저 배만 오르락 내리락하지.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세상 살기 복잡해지고,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걱정 속에서 늘 마음이 복잡해지지. 그러면 몸에 힘이 들어가고 가슴으로 얕은 숨만 쉬게 된단다.

힘 좀 빼고 살아야 하는데 말이다.


삼촌은 나에게 눈을 찡긋했다. 마치 인생에 달관한 사람처럼 편안한 미소를 띠며.

힘 좀 빼라는 말이 마음에 박힌다. 정말 나는 힘 들어가 있는 것같다. 그러니까 힘들지.


삼촌 : 배로 숨을 쉰다고 하니까 뱃속으로 공기를 집어넣는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더구나. 복식호흡이란 뱃속으로 공기를 집어넣는 것이 아니고, 숨을 들이마실 때 저절로 배가 나오고, 내쉴 때는 저절로 배가 꺼지는 호흡을 말하는 거야.


삼촌은 계속해서 복식호흡에 대한 강연을 이어나갔다.


삼촌 : 숨을 쭈욱 들이마시면 쪼그라져있던 폐가 쫘악 늘어나거든? 이때 폐가 늘어나려면 몸통 속에 그만큼 공간이 마련되어야 하겠지? 숨을 들이마실 때 이 공간이 어떻게 확보되는가에 따라서 흉식호흡인가, 복식호흡인가를 구분하는 거란다. 폐가 위치하고 있는 공간의 외곽을 흉곽(胸廓)이라고 하는데, 앞과 옆으로는 갈비뼈가 감싸고 있고, 아래쪽은 횡격막(橫隔膜)으로 막혀져 있지.

선영 : 횡격막이요?


삼촌 : 그래, 생물 시간에 배운 적 있지? 가슴과 배를 구분짓는 막이란다.

횡격막 윗쪽의 가슴 부위에는 심장과 폐가 있고, 아랫쪽 배 부위에는 위장, 간장, 소장, 대장과 같은 내장이 있지.

횡격막은 돔 형태로 생겼고, 배에서 가슴 쪽으로 볼록하단다.

이것은 일종의 근육이야. 근육이기 때문에 수축되기도 하고 이완되기도 해.


호흡 수업 열기는 점점 달아올랐다. 삼촌은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고, 나도 의자를 바짝 끌어당겨 앉아 삼촌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삼촌 : 자, 우리가 숨을 들이마시면 폐가 확장되겠지? 그런데 폐의 앞과 옆쪽 공간은 갈비뼈에 막혀서 많이 확장될 수가 없어. 하지만 아래쪽에 있는 횡격막은 탄력성이 있기 때문에 밑으로 쭉 늘어날 수 있지. 그래서 한 번에 보다 많은 숨을 들이마시려면 횡격막을 밑으로 내려서 폐가 세로로 확장되도록 해줘야 한단다. 이게 바로 복식호흡이야.

숨을 들이마실 때 배가 나오는 것은 횡격막이 밑으로 내려오면서 배를 밀기 때문에 밀려서 나오는 것이지, 뱃속으로 공기가 들어가서 나오는 게 아니야. 그래서 복식호흡을 횡격막 호흡이라고도 한단다.

한 번 해봐라. 배에다 손을 얹고, 숨을 들이마실 때 배가 나오는 것을 느껴봐.


삼촌의 말대로 편안하게 숨을 들이마시니 배가 불룩 나왔다.

그동안은 길을 걷거나, 남들 앞에 있을 때 배가 이렇게 불룩 나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항상 배를 집어넣고 다녔던 것이 나를 피곤하게 하고, 날카롭게 했던 것이구나.


삼촌 : 공기는 배로 내려가지 않지만, 기(氣)는 내려간단다. 거듭 말하지만 그 기는 생명과 평화의 기운이라고 생각하자. 편안하게 복식호흡을 할 때 그 기는 파동이 되어 아랫배까지 전달되는 것을 상상해봐. 의식을 통해 그 기를 발끝까지도 내려갈 수 있어. 의식을 통해 발로도 호흡할 수 있지.


선영 : 의식을 통해 발로 호흡을 한다고요? 이 무슨 말씀이신가요?

삼촌 : 하하, 내가 뻥치는 거 같으냐? 숨을 들이마실 때 그 기(氣)가 저 발 끝까지 가는 것을 느끼면 된다. 숨을 내뱉을 때 발로 숨을 내보낼 수도 있지.



삼촌 : 그저 상상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뇌는 우리의 상상에 순종하여 우리 몸을 지배한단다.

발로 호흡을 한다는 말이 틀린 말일 것 같니? 사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 하나하나가 호흡을 하고 있고,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서 ATP라는 에너지가 만들어지잖니. 그러니 발로 호흡한다는 말도 말이 돼.


삼촌은 물을 한 잔 마시고는, 컵을 들어올리며 한마디했다.


삼촌 : 이 물도 마찬가지지. 방금 내가 삼킨 이 물은 내 몸 속에 들어와 온 몸으로 퍼지며 나를 적신단다. 그 물이 어디 장과 콩팥으로만 흐르겠겠니. 마찬가지로 내가 들이마신 산소도 그렇단다. 손끝, 발끝, 세포 속까지 흘러가 거기서도 호흡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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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은 지금 여기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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