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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성 Jan 12. 2016

#31. 약이 되는 음악, 독이 되는 음악

[임신을 위한 힐링] #31

삼촌에게서 전화가 왔다.


삼촌 : 너희 집 아래에 있는 별다방이야, 잠깐 나올래?

선영 : 어, 웬일이세요? 알았어요.


후다닥 내려갔다.


삼촌 : 나는 별다방이 좋아. 별다방은 이 세상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지. 난 별다방 올 때마다 여긴 뭐가 차이를 만들어내는 걸까... 이 생각을 꼭 하게 돼. 하여간 어느 매장을 가도 내가 좋아하는 류의 음악이 나오더라고. 가요가 안나와서 좋아. 나는 젊은 남자 가수가 질질 짜면서 소리쳐 부르는 노래 진짜 못 듣겠더라. .

선영 : 하하, 삼촌 취향이구나. 근데 삼촌 커피 별로 안드시잖아요?


삼촌 : 그래도 커피 냄새는 좋잖아? 난 그냥 분위기가 좋아서 스타벅스를 찾아. 사람이 참 웃겨. 우리 집도 좋은데 꼭 바깥으로 기어나오거든. 집에 혼자 덩그러니 있을 때의 느낌과 이렇게 사람들이 있는 곳에 있을 때의 느낌이 다르잖아. 음악도 좋고, 사람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도 좋고. 저 사람들이랑 얘기할 것도 아니고, 사귈 생각도 없는데, 꼭 사람들 있는데로 나온다니까.

선영 : 그니깐요. 집에서 마시면 500원도 안드는 것을 꼭 밖에 나와서 5천원내고 마신다니깐요.


삼촌 : 맞아, 그게 분위기 때문이지. 너 분위기라는 말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아?

선영 : 네?


삼촌 : 분위기의 분(雰)은 안개 분, 위(圍)는 에워쌀 위, 기(氣)는 기운이야.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안개처럼 주위를 감싸고 있는 기운이 바로 분위기야. 기(氣), 여기엔 기가 가득차 있다니까?



삼촌이 또 도사같은 얘기를 시작하려나보다.


선영 : 음, 그래요. 카페에는 재잘거리는 사람들의 기운이 있어요. 집에서는 얘기를 잘 안하는데 이런 데 나오면 수다떠는 사람들의 기운과 어우러져서 함께 수다를 떨게 된다니까요.

삼촌 : 그래 맞아, 그래서 내가 숙모랑 카페나 펍에 자주 가잖니. 여기 세상의 원리가 있어요. 물론 내용이 중요하지만 배경도 중요해. 삼촌이나 숙모가 가끔 유럽 여행을 그리워하잖아. 근데 여행가면 하는게 뭔지 아니? 카페 가서 수다 떠는 거야. 아니 여기서 수다를 떠나, 거기 비행기 타고 가서 수다를 떠나, 하는 짓은 똑같은 거잖아. 근데 배경이 다르잖아. 옆에 외국인들 앉아있고, 주위에서 영어 막 들리고 그러면, 분위기가 완전 다르잖아. 어떤 배경 속에 있는가에 따라서 내용이 확 달라져. 어떤 때는 내용보다 배경이 더 중요하더라고.

선영 : 맞아요, 호호.


여자처럼 수다 떠는 삼촌을 보며 나는 맞장구를 쳤다.   


삼촌 : 너 음악 좋아하니?

선영 : 그렇게 간단히 물으시면 음악 안 좋아한다고 하는 사람, 아마  없을 걸요?


삼촌 : 하하, 그런가?


삼촌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다시 물었다.


삼촌 : 그럼 특별히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있니?

선영 : 아뇨, 뭐 그냥 분위기에 맞는 음악이다 싶으면 좋은 거죠. 근데 요건 또 왜 물어보시는데요?


삼촌 : 우리 시대에 음악이라는 것은 말야, 사람의 기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거든. 그래서 기분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음악을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단다. 마음의 기분이 좋아야 몸의 기분도 좋아지거든.

선영 : 음악을 가려들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삼촌 : 응. 음악에는 기운과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야. 음악은 글보다도 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삼촌은 잠시 미소를 머금더니 말을 이었다.


삼촌 : 너 군대 안 갔다왔지?

선영 : 삼촌은 참... 제가 군대를 왜 가요.


삼촌 : 군대에서 말야, 지휘관들은 일반 사병들에게 큰 소리로 군가를 부르게 해. 노래 소리가 작으면 더 크게 부르라고 호통을 치지. 군인들이 악을 쓰면서 군가를 부르고 나면 화이팅의 패기가 생기거든. 또 그냥 걸을 때하고 행진곡에 맞춰서 걸을 때는 사기가 달라져. 왜냐면 군인용 음악에는 용기와 충성이라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야.

선영 : 근데 삼촌은 군대 시절을 어디서 보냈어요?


삼촌은 흠칫했다.


삼촌 : 음, 여자들이 군대 얘기 싫어한다고 하던데, 내가 괜히 이 얘기를 꺼냈나보다.

선영 : 아뇨, 괜찮아요. 삼촌 또 뭔가 예를 들기 위해서 하신 말씀이죠? 이제 삼촌 스타일 파악했어요. 근데 군대 생활 어디서 하셨냐니까요?


삼촌 : 허허, 나는 좀 특별한 곳에서 했어. 국가기밀이야.

선영 : 에이, 군대 안 갔다오신 거 아니세요? 말 못하시는 거 보니까...


삼촌은 당황스러운 듯 껄껄 웃다가, 결국 털어놓았다.


삼촌 : 음, 나는 나이가 아주 많이 들어서 군대를 갔어. 내가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는 바람에 눈이 아주 안 좋아졌었고, 그래서 좀 특별한 군복무를 한거야.

선영 : 큭, 삼촌 방위였구나!


삼촌 : 오, 노. 그것보다 더 특별해. 나는 대한민국에 공익근무요원이라는 것이 처음 생기던 시절, 늦은 나이에, 모 구청 교통지도과에 소속되었었어. 불법주차 단속하고 버스 전용 차로를 지키는 일을 했었지. 내가 떠서 호루라기 불면 온 동네가 난리가 났었다고.

선영 : 우어, 정말 대단하셨네요.


나는 키득거렸다.


삼촌 : 자자, 본론으로 돌아가자. 뭐야, 어디에서 삼천포로 빠진 거지. 아, 군대 음악 얘기였구나. 세월이 흘러도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음악은 영혼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는 음악이지. 가사가 없는 음악인데도 진한 감동을 느낄 때가 있고, 또 가사도 모르는 외국 노래를 듣는데도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 받는 적이 있지?

선영 : 네, 그럴 때 있어요. 전에 인터넷에서 폴 포츠라는 사람이 노래하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오페라곡이었는데, 물론 저는 가사도 모르고, 무슨 배경인지도 모르는 거였는데 그 사람 노래를 들으면서 눈물이 찔끔 나더라고요.


삼촌은 손바닥을 한 번 마주 치더니 드디어 긴 연설을 시작하셨다. 나는 묵묵히 삼촌의 말에 귀기울였다.



삼촌 : 그래, 나도 그 동영상을 봤었어. 대단하더구나. 뭔가 느껴지는데 그걸 뭐라 말로 설명할 수가 없지? 그 음악의 메시지가 말로 전달된 것이 아니라 느낌으로 전달되었기 때문이지.

딸기 맛을 아무리 말로 설명해봐라. 맛 한 번 보느니만 못해. 말로는 정확하게 설명이 안 되지. 느껴봐야 알지.

첫 키스의 느낌을 말로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니? 첫 키스를 해봐야 느낄 수 있는 거지.

언어, 그 이전에 존재하는 순수 생각 덩어리, 그것이 바로 느낌이야. 뇌의 언어중추를 통하여 언어로 만들어지기 이전의 느낌.  

이 세상 모든 것은 눈에 보이건, 보이지 않건, 진동을 발하고 있어. 색깔, 냄새, 소리, 전자파, 감정... 이런 게 다 진동이지.

물론 음악도 진동이야. 음악은 그저 소리의 진동만 담고 있는 게 아니라 감정의 진동도 담고 있어. 음악가가 작곡을 할 때 어떤 생각과 감정 속에 잠겨서 만들면, 그것이 그 음악의 진동에 고스란히 담기지. 그리고 그것을 연주하는 사람이 어떤 생각과 감정 속에서 연주하느냐에 따라 그 진동은 또 변하지.


삼촌이 장황해지신다. 그래도 흥미롭다.


삼촌 : 느낌 혹은 감정은 영혼의 언어야. 그래서 음악은 말야, 우리의 뇌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영혼에게 말한단다. 대뇌의 언어 중추에게 해석될 필요도 없이, 음악은 바로 직통으로 우리 영혼에게 속삭여. 전달하는 것은 바로 느낌, 감정이지.

우리 집에 기타가 두 대 있거든? 그 두 기타를 가까이 놓고, 한 기타의 줄 하나를 튕기면 다른 기타에서 같은 음의 줄이 덩달아 진동을 한다. 물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공명(共鳴)이라고 해.

이런 현상은 마음의 세계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단다. 만약 네 안에 음악이 내는 진동과 같은 진동이 내재되어 있으면 말야, 음악이 울릴 때 너도 덩달아 울린단다. 음악과 공명하는 거지. 네 안에 있던 진동이 음악 진동의 힘을 받아 더욱 커지는 거지.



음악의 진동과 꼭 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진동이 네 안에 있다면 말야, 이내 그 음악의 그것과 같아질 수도 있어.

또 설령 음악이 내보내는 진동의 주파수와 너의 주파수가 꼭 같지는 않더라도, 만약 음악의 진동이 강력하면 너는 어느새 그 음악을 따라가게 된다. 이것을 물리학에서는 동조(同調)라고 해.


이처럼 음악은 힘이 있어. 너의 대뇌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너의 영혼을 사로잡지.

왜냐면 음악의 진동을 너의 온 몸의 세포가 다 느끼기 때문이지. 너의 생각이 뇌에만 있는게 아니잖아.  


자, 그러므로 네가 듣게 되는 음악의 느낌을 잘 살펴봐야 해.

만약 어떤 음악이 네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거나 불안감을 일으킨다면 더 이상 듣지 마.

가사를 유심히 들어보고, 만약 슬프고, 우울한 가사를 담은 노래라면 꺼.

그런 진동에 공명하거나 동조하기를 거부하자는 거지.


대신 너를 고요하게 하거나, 또는 즐겁게 해주는 음악을 선택해봐.


마음 속의 긴장과 어지러운 생각들이 고요해질 때 몸 역시 편안한 이완 상태가 된다. 몸과 마음이 일치를 이루며 평화로워지지.

몸이 이완되면 막혔던 기(氣)와 혈(血)이 소통되어 순조롭게 흐른단다. 눌렸던 길이 뚫리면서 자궁으로도, 난소로도, 머리의 뇌 속으로도 두루 소통된단다.

단, 마음이 고요해지되 우울해지지는 않는 음악을 선택해야 해. 명상 음악으로 나와 있는 음악들이 대개 무난하지. 밝은 느낌의 재즈 음악도 좋고, 무엇이건 네가 느끼기에 싱그럽고 파릇한 봄날 같고, 청명한 가을 하늘 같은 느낌을 주는 음악이면 다 좋아.

즐겁게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도 물론 좋지. 음악의 멜로디에 맞추어 허밍을 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이야말로 그 음악의 진동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강력한 방법이야.


그리고 음악은 대개 기억과 연결되어 있어.

남에게 아무리 좋은 음악일지라도 만약 너에게 그 음악과 함께 한 불쾌한 기억이 링크되어 있다면 그 음악은 최악일 수도 있지. 네가 그 불쾌한 기억을 갈아엎을만한 힘이 지금 없다면 그것과 링크된 음악은 멀리하렴.  



자, 음악을 적극적으로 먹어봐. 좋은 음악은 영혼에 힘을 주고 마음에 안식을 주는 약과 같아. 영혼에 안식을 주고, 영혼을 즐겁게 하는 음악의 리스트를 잘 추려두렴. 그리고 그 음악에 자신을 공명시키고, 동조시킨다면 보약보다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도 있거든.


너의 하루하루 삶 속에 좋은 백뮤직을 잘 깔아라.

같은 영상이라도 백뮤직을 어떻게 까는가에 따라 그 영상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단다.

백뮤직은 때로 우리가 핵심이라고 느끼는 실제 사건보다도 더 큰 진동을 울린단다.

꼭 귀로 듣는 백뮤직이 아니라

네 마음 속에서부터 좋은 백뮤직이 울려나오도록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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