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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oAzim Jun 15. 2024

6월 18일 휴진합니다


https://m.seoul.co.kr/news/editOpinion/opinion/medicine-ksy/2024/06/21/20240621030002?wlog_tag3=naver&fbclid=IwZXh0bgNhZW0CMTAAAR2TtAgBon_i-jtI_7toVm8RYFv0hNCuN1YmgyasYd9dZ1wyezHe3uLhQAE_aem_ZmFrZWR1bW15MTZieXRlcw


6월 18일 저는 휴진을 합니다.


공식적으로 휴진 승인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6/18 외래는 열려있습니다. 예약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기존의 예약환자들에게 '병원대표번호로 전화를 해서 예약을 바꿔주십시오' 하는 안내 메시지를 보냈더니 다행히 대부분 변경해주셨습니다. 저는 화요일 환자를 분산하기 위해 수요일과 목요일 추가 외래를 열었습니다. 이 때로 화요일 환자들은 대부분 변경이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에 연구실 전화번호를 발신번호로 해서 문자를 보내는 실수를 하는 바람에 몇 통의 전화가 연구실로 왔습니다. 상대방의 높은 목소리톤이 내가 담당의사라는 것을 밝히자 순식간에 낮아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전화해서 다른 날짜로 예약을 변경하면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전화기 코드를 뽑아놓고 병원 대표전화를 발신번호로 해서 다시 문자를 보냈습니다. 몇 통은 직접 받을 생각이긴 했지만 너무 연달아 전화가 와서 코드를 뽑아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은 분들은 일일이 전화를 드려 일정을 변경할 예정입니다. 지금 한 분 남았는데 이분은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오시면 봐야하겠죠. 원래 환자 수가 70명이었으므로 완전한 휴진은 아니고 69/70의 휴진이겠네요.


그러나 이게 다 무슨 짓인가 싶습니다. 한숨이 나옵니다.


휴진을 하는 이유는 의정사태를 정리할 정부의 확실한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부가 '사직서수리금지와 진료유지명령을 철회'한다면서 '이 철회의 효력은 장래를 향해 발생한다'라고 굳이 명시함으로써 사법처리의 여지를 남겨놓은 것은 옳지 못한 일입니다. 사직서수리날짜를 6월로 하라고 각 병원에 종용한 것도 문제입니다. 어떻게든 누군가에게는 3개월의 진료공백의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물론 의사들의 잘못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책임에서 정부는 자유로운가요? 그 책임을 의사들에게만 물을 수 있나요?

복귀를 해야만 명령위반의 사법처리를 면해주겠다는 식으로 함정을 파놓은 것은 비겁한 일입니다. 철회를 하던 취소를 하던 조건없이 하시고 일단은 진료가 정상화되는 것을 최선으로 하여야 합니다. 물론 그래도 전공의들은 상당수가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대책없이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기만 한다면 아무도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의협도 제발 막말을 하며 갈등을 더 부채질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 회장님 입 좀 제발!) 서로 으르렁대면 똑같은 놈들로 보입니다.  사실 어차피 국민의 지지와 이해를 받기는 글러먹었으니 감정분출이라도 하려고 그러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적어도 환자들의 불안과 분노를 일부러 자극하는 말들은 자제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휴진에 참여할 수 없다고 하신 분만병원, 아동병원, 뇌전증 전문의 선생님들의 의견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의협회장님은 이들에 대한 막말을 거두십시오. 환자의 안전을 위해 휴진할 수 없다는 입장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6월 18일 이후로 추가 진료를 연 것은 그 때문입니다. 의사표시는 하되 환자의 안전을 희생하고 싶지는 않아서입니다. 환자를 불안하게 하고 위협하고 싶은 의사는 없습니다.

 

학생들과 전공의 선생님들에게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불안한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환자와 여러분 간에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지는 말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의료의 미래인 여러분도 소중합니다. 그러나 환자를 버릴 수도 없습니다. 환자를 불안하고 힘들게 만들어야만 이 사태가 정리될 거라고 생각하신다면, 교수들이 자신만의 안위를 위해 환자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너무나 슬픈 일입니다.


내일은 당직입니다. 주말당직 후 회복에는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해서, 화요일 휴진을 하기로 한 건 차라리 잘한 것 같기도 합니다. 제발 이 끝없는 갈등과 불신과 불안, 그리고 몸을 갈아넣는 과로의 세월이 하루빨리 정리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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