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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oAzim Nov 04. 2024

폐경치료분야의 쇼닥터

미국의 소셜미디어에 폐경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최근에는 CNN의 산제이굽타가 하는 팟캐스트에서도 다뤄서 흥미있게 들었다. 최근 폐경기가 가까워오니 나 스스로도 관심이 많아지기도 했다(그런데 미레나를 해서 생리가 거의 없기 때문에 폐경이 된건지 안된건지 잘 모르겠다...)

폐경시에 많은 여성들이 여성호르몬 감소로 인한 갱년기 증상을 겪는다. 얼굴 홍조, 우울감, 질 건조증, 피로, 식은땀 등등. 아직 나는 그런 증상을 겪지는 않고 있는데, 실은 이전보다 피로하고 땀도 잘 나는게 당직 때문인지 폐경때문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웃픈 현실이다….


폐경기의 호르몬치료에 대한 가장 대규모의 권위있는 연구는 미국에서 이루어진 women’s health initiative (WHI) 연구다. 내가 학생 때였던 1990년대 후반은 WHI 연구결과가 나오기 전이었다. 여성호르몬 치료의 골다공증 예방효과에 대해 배우고 엄마에게도 권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내과전공의를 하던 2000년대 초반 WHI study 결과가 나오며 모든 것이 다 바뀌었다. 무작위배정 대조임상시험 결과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은 군에서 뇌졸중, 폐색전증, 유방암의 위험이 의미있게 증가한 것.


그 이후 유방암에 대한 공포 때문에 여성호르몬치료는  마치 금기와도 여겨졌으나, 증상이 있는 조기 폐경기환자 (60세 미만) 에서 단기간 처방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호르몬 치료의 위험을 둘러싼 공포로 인해 상당한 여성들이 치료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박탈당하고 살아왔던 것도 사실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둘러싼 분노와 요구를 둘러싸고 유명인이 된, 그리고 스스로 호르몬치료를 통해 효과를 본 산부인과의사 Dr Haver에 대한 기사가 뉴욕타임스에 실려서 읽게 되었다. <폐경기 여왕의 작전> (The Menopause Queen’s Gambit) 이라는 제목은 최근 흥행했던 넷플릭스 시리즈 <퀸스갬빗>에서 따온듯하다.

https://www.nytimes.com/2024/10/30/well/dr-mary-claire-haver-menopause.html?smid=nytcore-ios-share&referringSource=articleShare


기사에서 호르몬치료를 적극적으로 하여 여성들의 고통을 줄여주어야 한다는 Dr Haver의 이야기에는 공감가는 면이 없지는 않고 폐경기학회의 권위자들도 동의한다. 문제는 전문가의 권위를 가지고 주류 의학과 약간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소셜미디어를 거치면서 구체적인 맥락과 뉘앙스가 사라진 채 대중의 열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Dr Haver는 1시간 정도의 상담 진료에 1500달러(약 200만원)를 받고  보험환자는 받지 않는다고 한다. 회사를 세우고 각종 supplement를 팔고 온라인 다이어트프로그램도 판다. 우리나라에서 폐경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약처방은 모두 건강보험 적용이 되고 미국도 웬만한 보험으론 다 커버가 될텐데…돈이 안되는 분야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바꾸는 마법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기사에서 콜로라도대학의 산부인과교수이자 폐경의학의 권위자인 나네트 산토로 교수의 말을 인용한 대목에는 깊은 빡침이 묻어있어 오히려 위로를 받았다 아 우리만 그런게 아니구나....


“Her particular shtick is very challenging to address because 75 percent of it is technically correct and the rest comes from a parallel universe,” Dr. Santoro said. “The amount of time and effort I have been spending recently to redirect my patients away from the 25 percent has been astounding.”


"그녀의 특유의 주장은 다루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 중 75퍼센트는 기술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나머지 25퍼센트는 마치 평행 우주에서 온 것 같기 때문입니다.”라고 산토로 박사는 말했습니다. “최근에 제 환자들이 그 25퍼센트를 신뢰하지 않도록 유도하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이 엄청납니다.”


쇼닥터는 어디에나 있고 쇼닥터의 열광적 지지자도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이 기사와 여기 달린 댓글을 보면서 알게 된다. 쇼닥터들은 Dr Haver와 마찬가지로 정말 진심이다. 환자들을 돕고 싶어하고 본인의 practice가 옳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유튜브에 접속만 하면 뜨는  여에스더의 글루타치온과 김소형의 무배즙 팔이를 보다보면 건강한 사람에게 더 건강해진다며 구슬려 쉽게 돈을 버는 삶이 본인만 납득이 된다면 얼마나 즐겁고 보람찰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아픈 사람들만 상대하며 화나고 절망하는 얼굴들만 대하는 것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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