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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oAzim Oct 09. 2024

골수검사에 대한 저의 생각

골수검사를 둘러싼 공방이 곧 대법원판결을 앞두게 되었군요. 

https://v.daum.net/v/20241008185715922

골수검사에 대한 생각을 언젠가 브런치에 써놓은 적이 있습니다. 

https://brunch.co.kr/@cathykimmd/274

당시 저는 이렇게 썼었습니다. 


"골수검사는 수술이나 내시경처럼 전문의가 하는 일이 아니다. 레지던트 1-2년차가 하는 침상술기 (bed side procedure), 즉 병실에서 하는 비교적 간단한 시술 중 하나다. 3년차만 되어도 대개 손을 뗀다. 전문의는 골수검사결과를 놓고 치료를 결정하는 사람이지 골수검사를 직접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골수검사는 늘 경력 1-2년째의 초심자의 몫이 되고, 환자들은 종종 서툰 손길에 극한의 통증을 느끼게 된다. 골수검사는 개원을 해서 쓸 수 있는 기술도 아니요, 검사대상 환자의 수도 소수의 혈액질환 환자로 제한된 까닭에 이걸 잘 한다고 해도 그다지 이점이 없다. 골수검사의 달인이 된들 인정이나 보상을 받을 길이 없으니, 잘 하는 사람이 좀처럼 없는 것이다."


예전에 저는 "골수검사 수가가 올라가면 교수가 골수검사를 하게 될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하지만 외국에서도 골수검사는 주로 전공의의 일입니다. 그래서 비슷한 (의사만 해야 하나  vs 간호사가 해도 되는가) 고민을 했던 것 같고, 위의 글에서도 인용했지만 간호사와 의사의 시술을 비교하는 연구도 진행된 적이 있었습니다. 골수검사가 내시경검사나 수술보다 덜 위험하고 간단한 검사라는 건 분명합니다. 그러니 점점 의사 외의 의료인력에게 가르쳐서 하는 시술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죠. "그런 식으로 하면 전공의를 왜 수련시키냐 수술이건 내시경이던 다  PA 시켜서 하지"라는 비난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는 분들도 gray area가 존재한다는 점은 부정하지 못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사만 할 수 있는 술기와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술기가 명확하게 나뉘어 있나요? 제가 수련받은 병원에서는 모든 채혈과 말초혈관카테터 삽입을 인턴이 했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간호사들이 하지요. 모든 병원에 인턴 또는 전공의와 간호사 사이의 업무분장의 갈등은 늘 있습니다.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면 이런 갈등이 있을 리 없죠. 


PA간호사의 골수검사를 병원의사회라는 조직에서 고발한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환자를 보도록 전공의를 더 많이 부려먹기 위해  PA 간호사에게 골수검사를 시키고 전공의들이 당연히 배워야 할 골수검사 수련기회를 앗아갔다.... 는 것이 그분들의 논리일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측면도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실적인 측면도 볼 필요는 있습니다. 골수검사는 환자 입장에서 매우 힘든 검사입니다.  ("힘들다"는 "위험"과는 다른 환자 경험상의 주관적인 측면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수면내시경은 골수검사보다 힘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골수검사보다 수면내시경이 더 위험할 수 있는 검사입니다) 그러니 그들은 경험이 많고 손이 좋은 시술자를 원하지만, 전공의들에게 검사를 받는다면 그런 시술자를 만날 확률은 매우 적어지겠죠. 모든 시술자가 1-2년 이내의 초심자이니까요. 모든 시술은 물론 초심 시절을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내시경이나 수술과는 달리 골수검사는 저년차 전공의만 하는 시술이라 3년 이상 이 일을 한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아마 의료법 위반으로 이 일을 고발한 의사도 골수검사를 전공의 시절 이후 해본 일은 없을 것입니다. 어차피 전문의로 활동하면서 써먹을 일이 거의 없는 기술이고 혈액종양내과/소아과가 있는 대학병원에서만 시행하는 시술이라면 PA를 훈련시켜서 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있겠는가...가 저의 생각입니다. 진료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의사-간호사간의 업무분장논란을 외부에서 부추기고 개입한 꼴이 아닐까 싶은 것입니다. 


이 일은 어떻게 해결되어야 할까요. 지금은 의정갈등 때문에 교수들이 골수검사를 합니다. 이런 것이 의료법위반으로 고발한 이들이 원한 것일까요. 그렇다면 별로 할 말은 없습니다. 다만 저는 누가 하느냐보다는 어떻게 술기를 교육시키고 관리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보고체계와 대처방법을 마련해놓느냐가 훨씬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안되어 있으면 의사가 해도 당연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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