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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o 시오 Jan 12. 2016

스타워즈가 돌아왔다

from the galaxy far, far away


오늘 이야기에는 이 음악이 빠질 수 없다.


기다림마저 행복하게 만드는 존재가 있다.

정말 이런 이야기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작년 한 해 동안 나는 스타워즈를 기다리며 행복했다. 디즈니가 루카스필름을 인수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나는 에피소드 7이 제작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조지 루카스가 계획한 스타워즈는 6부작이 전부니까. 그 후에 시답잖은(지극히 편파적인 의견입니다) 스타워즈 애니메이션이나 내는 디즈니를 보며 한숨 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글쎄 에피소드 7이 나온다는 게 아닌가! 그때부터 나는 12월 18일 어디서 누구와 스타워즈를 볼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행복감에 빠졌다. 주위에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친구가 없어 이 들뜬 마음 공유할 수 없다는 게 슬펐지만. 어쨌건 간에 스타워즈는 다시 돌아왔다!



어릴 적 여름마다 거실에 모기장을 쳐 놓고 엄마, 동생, 나 셋이서 영화를 봤다. 비디오를 틀고 까끌대는 이불을 덮으면 곧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이 행해진다. 우리 중 한 명이 모기장을 재빨리 통과해서 형광등을 끄고 오는 거다. 그 순간 아드레날린이 쉴 새 없이 솟는다. 으으으 시작한다!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화면 속 또 다른 세계로 빠져들 때의 긴장감. 스타워즈가  그중 제일 압권이었다. 스피커를 뚫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별들 위로 올라오는 노란 글자들을 보는 순간 숨이 막혔다. 아 뭔가 거대하고 신비한 이야기가 시작되는구나. 머나먼 우주 세계에는 나쁜 놈들이 많았고, 우리의 착한 놈들은 그들로부터 세상을 지켜내려 한다. 그들의 이름은 제다이. 망토를 두르고 광선검을 휘두르는 엄청 멋진 사람들!



스타워즈를 관통하는 궁극의 힘인  '포스'는 실로 매력적이다. 모든 생명체를 통해 만들어지는 이 우주적인 에너지는 스타워즈라는 세계를 존재케 하는 근원이나 마찬가지다. 제다이들은 수련을 거쳐 포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기사들인데 염력, 텔레파시, 공중부양, 세뇌 등의 능력으로 발현된다. 공화국에 소속된 제다이들은 우주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 한 몸 바친다. 옳은 것을 위해 똘똘 뭉쳐 행하는 사람들. 결혼도 안 하고. 한마디로 진짜 멋있다. 그런데 엄청 나쁜 놈들 또한 강력한 힘을 가진 제다이다. 악한 힘의 유혹과 어둠에 복종해 우주를 지배하려는 아주 나아쁜 놈들. 이 두 집단의 힘의 원천이 똑같은 포스라는 사실이 아이러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고.



제다이 세계에는 전해져 오는 예언이 있었는데, 그것은 "포스에 균형을 가져올 자"가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한 행성의 노예로 살던 소년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제다이들에게 발견되고, 그가 가진 강력한 포스는 제다이들로 하여금 예언이 말하는 '그 자'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러나 아나킨은 힘의 균형을  가져오긴커녕 제다이들을 다 죽여버리고 그 유명한 다스 베이더가 되어 나쁜 편에 선다. 스타워즈가 핫한 요즘 검색만 하면 나오는 줄거리를 왜 이야기하고 있냐면, 이 부분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러니이기 때문이다. 막무가내 아나킨은 다스 베이더가 되기 전 규율을 어기고 연인 아미달라 공주와 결혼을 했다. 그가 악의 힘에 충성을 맹새할 때 아미달라 공주는 아이를 낳다가 죽고 마는데,  이때 남녀 쌍둥이가 태어난다. 이들이 결국 자기 아빠랑 싸워서 우주의 평화를 가져오는 슬프고도 기구한 아이러니의 가족사! 아 너무 운명의 장난 같고 좋다.



훌륭한 스토리라인을 가진 영화는 많다. 잘 만든 영화도 많다. 특히 요즘에는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영화가 많이 나왔다. 그런데 왜 스타워즈일까. 난 심지어 영화 보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 (대신 극장 가는걸 좋아한다). 어렸을 때 접한 영화라는 이유도  한몫 하지만, 스타워즈 세계를 더 사실적이고 고유하게 만드는 디테일들의 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총 들고 총총 걸어 다니는 스톰트루퍼의 유니폼도 그렇고, 제각각 다른 외계 생명체들의 모습이나 뾱뾱거리며 주인공을 돕는 R2D2, 라이트 세이버의 디자인, 각 행성마다 다른 언어들, 광속 비행을 할 때 펼쳐지는 빛의 늘어짐, 미래도 과거도 아닌 그 어딘가의 의상들. 작은 것에도 묻어있는 스타워즈의 고유한 색깔은 시기와 위치를 가늠할 수 없지만 어딘가에는 꼭 존재할 것 같은 세계를 탄생시켰다.



그리하여 나는 교양 시간에 인물 조사 대상으로 조지 루카스를 선택하고, 스타워즈 관련 물건을 발견하면 일단 고민하고,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아하고 보는 어른이 되었다. 자애로운 디즈니(a.k.a 돈 버는 기계)는 앞으로 2편의 에피소드를 더 개봉할 예정이다. 그러면 총 9편이 된다. 나는 내 남편이 나랑 같이 스타워즈를 봐 주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것 까진 강요 안 한다. 그렇지만 내 아들딸은 나와 함께 포스를 고민하고, 마스터 요다가 센지 루크 스카이워커가 센지 비교하고, 자신만의 우주 비행선을 그리면서 컸으면 좋겠다. 5월 4일(May the 4th)에는 가볍게 스타워즈 시리얼을 먹으면서 명장면을 회상하는 거다. 엄마 나 밀레니엄 팔콘 나올 때 소름 돋았어 뭐 이런 거.       



덧 1. 에피소드 7의 제작, 감독, 연출을 맡은 J.J. 에이브럼스는 감사하게도  얽히고설킨  가족사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3부작 주인공들과 향수를 자극하는 스토리라인까지 장착해 주었다. 귀여운 주황 로봇은 덤. 분명 남이 만들었는데 오리지널 냄새가 난다. 팬들의 추억과 애정을 지켜주는 에이브럼스 감독과 디즈니에게 감사를 ㅠㅠ


덧 2. 진짜 스타워즈 때문에 친해진 친구들 두 명이 있는데, 실제로 나랑 말이 되게 잘 통했다. 역시 포스를 믿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야! (농담입니다.) 얼마전에 알았는데 내 동생도 스타워즈 좋아한다. 내 아이에게 좋은 외삼촌이 되어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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