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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o 시오 Dec 15. 2015

그럴 땐 재즈

모든 순간을 위한 음악


겨울에는 바깥공기가 아플 정도로 차다. 몸이 움츠러드는 이 쌀쌀맞은 계절을 좋아하는 이유는 많다.  그중에 하나를 얘기하자면 재즈를 듣기에 더할 나위 없는 날씨라는 점이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재즈 컴필레이션으로 많이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밤새 답답해진 집안에 공기가 돌게 창문을 열어놓고 아침을 준비하면서, 늦은 저녁 따뜻하게 히터를 틀어놓은 내 방에서 빈둥거릴 때, 든든하게 챙겨 입고 나가면서 귀에 이어폰을 꽂을 때 딱 듣기 좋은 음악. 언젠가부터 나는 재즈를 잘 모르면서도 좋아하게 되었다.



묵묵하고 거친 목소리가 주는 차분함이 좋다. 현이 튕기며 퍼져나오는 콘트라베이스의 선율이 중심이 되고, 거기에 화려한 색을 입히는 피아노나 외로운 금관악기가 더해지면 마음이 설렌다.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 건 챗 베이커 Chet Baker와 스탄 갯츠 Stan Getz의 조합이다.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느끼고 싶다면 에디 히긴스 트리오 Eddie Higgins Trio의 크리스마스 재즈, 나른한 봄가을에는 다이애나 크롤 Diana Krall이 있다.



Chet Baker - I Fall in Love Too Easily


딱히 주의를 끌려고 하지 않아도 눈길이 가는 사람처럼 재즈는 나를 집중하게 한다. 긴장하지 않아도, 흥에 겨울 준비를 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스며들게 하는 그런 매력이 있다. 편히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같다. 그렇다고 흥을 모르는 음악도 아니잖는가. 브라스와 미친듯이 흥겨운 리듬이 만나 춤 안추고는 못 배기는 마법의 순간도 선사할 줄 안다. 요망하다 요망해.




Diana Krall - East of The Sun (And West of The Moon)


문득 혼자있게 된다면, 살짝 기분이 좋거나 우울하다면, 날씨가 상쾌하거나 칙칙하다면, 누군가의 차분한 말소리가 듣고 싶다면, 재즈를 들어보자. 그 순간에 꼭 맞는 재즈를 만날 거다. 처음에 운명처럼 반하기도 쉽지만 곱씹을수록 매력이 우러나오는 음악이다. 결국에는 당신도 나처럼 언제나 재즈를 찾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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