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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민 Feb 10. 2016

몰카배틀, 몰카의 정석은 역시 이경규

몰카 배틀이 정규편성 되려면​

몰카 배틀이 정규편성 되려면


 9년만에 다시 돌아온 몰래카메라는 시청자들의 높은 기대만큼이나 새로운 형식과 재미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아직 파일럿이라 정규 방송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우선 몰래카메라는 이전 시즌과는 다른 이름으로 시청자들을 찾았다. 프로그램 명을 "몰카 배틀"로 변경하고 MC 이경규,노홍철, 이특의 몰카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각자 몰카를 촬영하고 이를 방청객과 함께 감상하며 투표로 왕좌를 뽑는 형식이다.

 이특은 10대와 20대 방청객을 공략하여 아이돌만의 장점을 살린 몰카를 선보였다. 이특의 첫 몰카는 요즘 대세 혜리 속이기 작전. 덕선이와 다를바 없는 혜리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친근감을 선사했다. 하지만 혜리 속이기보다 혜리 일상 엿보기정도로 만족해야 할 수준이었다. 특히 몰카의 당사자로 활약하는 이특의 모습이 오히려 몰입감을 방해했다. 몰래카메라는 관찰예능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을만큼 이경규가 짜여진 상황을 중계해주는 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특징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특은 몰카 연기자로 활약하며 그 상황에 완전히 빠져든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현실감 떨어지는 몰카 소재도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기엔 역부족이었다. 지금 가장 핫한 혜리의 몰카, 덕선스러운 혜리의 일상 모습을 엿볼 수 있음에 만족할만한 수준의 몰카였다.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MC 이특을 위한 역몰카까지 선보여 그나마 찾은 재미에 찬물까지 끼얹었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 공감도 재미도 잃어버린 상황이다. 좀 더 치밀한 계획과 보완이 필요해보인다.   

 사실 지금까지 이경규가 보여준 몰래카메라는 스타를 완벽하게 속이는 과정, 그것을 이경규와 시청자가 함께 훔쳐보는 재미를 극대화 시킨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이경규와 시청자의 예상이 맞아 들어가는 쾌감, 스타들이 속아가는 재미를 관찰하는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피날레에 이경규의 황당한 등장과 더불어 스타를 깜짝 놀라게하는 웃음을 만드는 것이다. 그야말로 기승전결이 분명한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는 예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특징을 잘 살린 이경규의 몰카는 역시 이경규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강력한 웃음을 주었다. 치밀한 작전은 물론이고 작전 지시도 직접하며 흥미로워하는 이경규의 얼굴이 재미를 배가시켰다. 사람의 욕망을 건드렸다는 점, 몰카 당사자들의 감정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이경규의 레전드급 진행 덕에 큰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중국 진출을 향한 전현무의 욕망이 그대로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전현무의 인간성까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등 웃픈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 어느때보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전현무의 모습과 카메오 채연 및 연기자들의 호연이 몰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었다. 비록 전현무의 살신성인으로 큰 재미를 만들어냈지만 왠지 모르게 네티즌들의 설왕설래가 오갈 것 같은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럼에도 이경규의 복면컨셉이 화룡점정을 찍으며 박수가 절로 나오게 하는 핵폭탄급 웃음을 만들어내었다.

 정규편성을 위해서 보안해야 할 사항은 적지 않다. 노홍철의 감동몰카도 나쁘지 않았지만, 일반인 시청자들을 속인다는 것은 그만큼 한계가 있다. 자칫 잘못하면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휴먼드라마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의외의 전개가 눈물과 감동을 선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몰래카메라가 종영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과 파일럿 과정에서 발생한 시청자들의 의견을 잘 조정한다면 또한번 레전드급 웃음을 안방극장에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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