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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민 Jan 29. 2016

시청자들이 고구마·사이다 타령을
하는 까닭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 아들의 전쟁"

  국민 라면 신라면의 위기는 짬뽕라면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었다. 짬뽕라면이 주는 신선함이 국민라면을 잠시 위협하고 있는 모양새이긴 하다. 꼬꼬면 열풍처럼 말이다. 하지만 짬뽕면에는 꼬꼬면의 일시성보다는 좀 더 깊은 사회학적 이유가 존재하는 것 같다. 일반 라면보다 굵은 면발과 칼칼한 매운맛은 씹는맛과 얼큰함을 주며 소비자의 입맛을 제대로 사로 잡고 있다. 이는 팍팍한 세상에서 시원함과 얼큰함을 동시에 안겨주는 짬뽕라면으로부터 소비자들이 일종의 위안 같은 것을 얻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라면 하나에 무엇이 이리 감상적이냐고들 이야기 하지만 그만큼 일반 서민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팍팍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일지 모르겠다.

 

  요즘 드라마 역시 이러한 세태를 반영한 듯 현실 세계를 리얼하게 다루고 있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SBS의 "펀치",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 이어 "리멤버- 아들의 전쟁"까지 SBS 미니시리즈를 책임지고 있는 것은 사회 고발성 짙은 드라마이다. 케이블 채널 tvN은 "미생"을 넘어 "시그널"까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스토리들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중에서도 "리멤버-아들의 전쟁"은 유승호의 제대 후 지상파 복귀 첫작품으로 시청률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등 큰 사랑을 받고있다. 

 

 유승호가 맡은 서진우 역은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는 인물로 그 기억력 하나로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쳐간다. 그 억울함의 중심에는 대기업 사장 남규만이 있고 남규만의 악행은 세상 모든 사람의 공분을 살만큼 억울하고 잔인한 것들이다. 분노 조절 장애라는 소시오패스적 인격 장애를 가지고 있는 남규만이지만, 늘 그는 승리하고 고통 받는것은 주위 약자들이다. 하지만 유승호의 노력과 영민함이 그의 목을 점점 조여오고 시청자들은 그 긴장감에서 오는 통쾌함을 맛보며 앞으로의 전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극 초반 쫄깃했던 긴장감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유승호 아버지 사건 중심으로 흡입력있게 진행되던 스토리가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갈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중심을 잘 잡아주던 아버지의 죽음은 사건 에피소드 남발이라는 무리수를 가져왔다. 아버지에 대한 복수로 남규만 잡기를 치밀하게 이끌어 가야 할 마당에 새로운 사건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실로 답답한 전개가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통쾌함이 올 듯 말듯 밀당을 하고 있는 스토리 전개는 "고구마 전개"라는 불명예를 안겨주었다. 그만큼 답답함과 지지부진함은 서민들의 현실만큼이나 팍팍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고구마·사이다 전개에 대한 시청자들의 일침은 이제 더 이상 드라마는 드라마 일뿐이라는 명제가 성립하지 않음을 말해준다. 드라마가 보여주는 픽션이 너무 현실성이 넘치는 것이 문제이다. 내 삶의 답답함의 근원이 저것이었구나를 눈 앞에서 보여주는데 어떤 시청자가 공분하지 않을 수 있을까?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일갈을 드라마 속 주인공이 대신 해주길 바라는 사람들의 속마음은 지지부진한 전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빨리 남규만을 잡고, 그가 최대한 응징당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은 시청자들에게 작가는 그저 불친절하기만하다.  


 비록 곧 한방을 터뜨릴 것 같은 기대감은 점점 무너지고 있지만, 현실 속 어두운 단면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차피 남규만을 잡기란 현실에서든 드라마에서든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현실을 상세하게 알게되는 시청자들의 의식 변화, 또 정의를 이야기하는 소수의 법조인이 보여주는 소소한 통쾌함이 목 막히는 뻑뻑함에 순간의 청량감을 안겨 줄 것이라 기대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드라마와 현실 모두에는 완벽한 고구마도 완전한 사이다도 없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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