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펫방·집방?
이애란의 <백세시대>는 전해라~ 짤방으로 2015년 하반기 대중문화를 강타했다. 전해라 시리즈를 끊임없이 양산하며 트로트와 젊은 세대의 소통을 이끌었다. 가수 이애란씨는 덕분에 25년의 긴 무명생활을 마무리하며 최고의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지나간 노래도 다시보자 열풍이 일어날 만큼 그녀의 역주행은 많은 의미를 갖는다.
백세시대 가사를 살펴보면 백세시대를 준비하는 세대 공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 각 60세부터 100세에 이르기까지 세대별 맞춤 고민과 생의 희노애락은 남녀노소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20-30대에게는 다가올 노년에 대한 고민, 부모님 세대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일깨워주고, 또 중장년층에게는 삶의 카타르시스까지 안겨준다는 평이다. 또 전해라로 마무리되는 후렴구는 스스로가 이끌어갈 삶의 의지를 표현하며 더 큰 지지를 받고 있다.
백세시대의 도래는 젊은 싱글족들에게도 하나의 숙제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변화된 생활상은 결혼에 대한 가치와 기준까지 바꾸어 놓았고,혼자서 백세까지 살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혼자남녀들에게 하나의 숙제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이애란의 “백세시대”는 이러한 젊은이들의 고민까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만들어주며 뜨거운 호응을 일으켰다. 최근 대중문화에서는 “백세시대” 열풍과 혼자남녀의 트렌드가 조화를 이루면서 새로운 컨셉의 프로그램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바로 애완동물 방송 펫방과 셀프 인테리어 방송 집방이 그것이다.
지난해 대중문화는 먹방·쿡방 열풍으로 뜨거웠다. 하지만 방송계의 유행은 그 어느 분야보다 민감하다. 먹고 마시는 것을 감상하는데 지친 방송가는 새로운 포맷,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혼자남녀, 싱글족 맞춤 방송이다. 케이블과 종편에서는 앞 다투어 셀프 인테리어 방송, 애완동물과 함께하는 방송을 선보이고 있다. tvN의 “내방의 품격”, Jtbc의 “헌집줄게, 새집다오”가 집방을 주도하고 있다. 또 Jtbc의 “마리와 나” 그리고 채널A의 “개밥주는 남자” 등은 애완동물 집사로 분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에서 재미를 이끌어 내고 있다.
물론 이러한 새로운 방송 트렌드들이 꼭 싱글족만을 위한 요소들은 아니다. 하지만 변화하는 생활환경 속에서 싱글족들의 삶의 형태가 어느정도 반영되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싱글남 주병진이 강아지 세 마리를 키우며 느끼는 감성을 이해하고, 멋진 싱글라이프를 위해 월세집도 셀프 인테리어 하는 싱글족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싱글족들이 백세시대를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준비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애란의 “백세시대”는 무엇보다 전해라 짤방을 통해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였다. 하지만 변화하는 생활상을 반영한 삶의 애환과 공감 능력이 전 세대를 걸쳐 사랑받을 수 있게 한 주된 요인이다. 남은 인생을 멋지게 살고 싶은 중장년층과 백세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젊은 싱글남녀의 조합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며 재미난 대중문화 요소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