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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수 Sep 30. 2015

#7 꿈

백수의 하루는 오후 3시에 시작된다

 우리가 잘 아는  그분, 이백수(27세, 가명, 무직) 씨는 1년 가까이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계약이 끝나 돌백(돌아온 백수)이 된 후,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한다. 허리에 손을 얹고 무릎을 굽혔다 펴며 '나는 나는 될 터이다'하는 노래를 부르던 시절, 나의 꿈은 대통령이었다.  그때에는 꿈이 무엇인지, 대통령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단순히 '어른들을 위한'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처음 스스로 무언가가 되고 싶다고 제대로 생각했던 것은 아마 중3 때였던 것 같다. 당시에 인터넷에 소설을 많이 쓰곤 했는데,  그때 꿈이 소설가였다. 하지만 부모님께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돈 못 버는 직업'이라며 반대하셨다. 아마도 소설가를 비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찢어지도록 가난하게 살아 온 그들의 고생을 자식이 반복하기를 바라지 않으셨던 것이리라. 그렇게 나의 꿈이었던 소설가는 구겨진 종잇장처럼 휴지통에 버려졌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는 꿈이 선생님이었다. 요즘 아이들이 장래희망에 '공무원'이라고 적는 것과 비슷한 이유였을 것이다. 부모 세대로부터의 사상 주입. 안정적이고 대우받는 직업이 좋은 직업이라는 인식이 한창 꿈을 키워야 할 학생들에게 유전된 것이다. 물론 자신이 정말로 무슨 일을 하고 싶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보다는 내 성적으로 어느 학교에 갈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교육체제의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교사가 된다'라는 '장래 희망'을 '꿈'인 것처럼 속여 스스로에게 주입하고 있었고, 그 막연한 장래희망은 수학 성적이 잘 나올 때면 '수학 선생님', 수학 성적이 안 좋고 국어 성적이 잘 나올 때면 '국어 선생님'으로 갈대처럼 흩날렸다. 그리고 일본어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을 무렵부터는 '일본어 선생님'으로 고착되었다.


 그렇게 나는 사범대에 진학을 하고, 또 사범대를 졸업했다. 졸업 당시 일본어 교사 임용고시 TO는 전국 0명.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교사가 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 전 해에도 역시 임용 TO가 0이었기에, 미리 포기했던 나는 다른 길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졸업 후에도 생각대로 취직이 되지 않고, '취직이 되더라도 내가 이 분야에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 무렵, 대학교 교수님이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를 해보라고 추천해주셨고, 반년 동안, 그리고 계약이 끝나고 다른 학교에서 다시 반년 가까이를 '일본어 선생님'으로 일하게 되었다.


 마음속 깊이 간직해 오던 '소설가'라는 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학창시절 목표로 하던 '선생님'이 되어 본 소감은 정말 훌륭했다. 계약이 끝나고 학생들과 이별파티를 하고 아쉬움 속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마치 꿈을 꾸고 깨어난 것 같았다. 그렇게 행복한 교사 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면 직업으로 삼아도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물론 매번 그렇게 좋을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꿈을 찾고 있다.



 꿈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액자 문구(위 사진)의 영향이 컸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던 중, 페이스북에서 브런치라는 사이트에서 '출간'이벤트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회원가입을 했다.


 꿈이라는 것은 굉장한 힘이 있는 것 같다. 출간 이벤트 마지막 날인 오늘, 하루에 4편을 써야 하는 부담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즐겁다. 대학생 때 미뤄뒀던 리포트를 제출일 직전에 부랴부랴 쓰던 때와는 다르게 스트레스나 압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혹시나 내 글이 책으로 만들어진다면...'하는 기대로 즐거울 뿐이다. 복권을 긁는데 힘들다고 투정 부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당장 현실이 급한 백수가 꿈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현실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그리움을 놓지 않고 있는다면, 언젠가 꿈은 이루어지리라.



인생을 시니컬하게 바라본 백수의 이야기.

40만 백수가 공감한 '백수의 하루는 오후 3시에 시작된다' 절찬리 연재중!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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