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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샤인 Jun 07. 2024

나의 10년 후

속리산에 올랐다. 머리가 여전히 지지직 거린다. 나의 10년 후...? 도저히 잘 그려지지가 않는다.

1년 후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려볼까. 나는 1년 뒤 누군가와 무얼 하고 있을까? 여전히 회사를 운영하고, 두 번째 어학연수를 떠나는 딸을 응원하고 있으려나? 다시 시작하려는 연애는 허점 투성이인데 그때쯤엔 안정기에 접어들려나? 곧 세상밖으로 나올 ESG경영서는 2쇄를 찍었을까. 덕분에 강연도 늘었고 운 좋게 TV에도 출연하기도 하려나. 처음 가보는 나라는 몇 개가 늘었으려나. 올해 처음 말위에 올라 초원을 거닐었는데, 그 기억을 잊지 못해 승마를 배우고 있을까. 3kg 그램 정도만 빠져도 좋겠다고 늘 대뇌였는데 조금 더 날씬해져 있을까. 혹시 내 동생이 결혼할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까. 합정, 망원, 서교, 홍대 주변만 운전할 수 있는 내 운전실력이 늘어 강남도 혼자 갈 수 있으려나. 얼굴 흉은 거의 지워져 있으려나. 부모님은 조금 연로해지셨지만 여전히 건강하실까. 나는 매일 한강을 걷고 라이딩하고 있을까. 1년 뒤도 혼자인 삶을 후회하지 않겠지.



나는 1년 누군가와 무얼 하고 있었을까? 1년 전 이맘때쯤 호주에 사는 베프가 망원동을 방문해서 즐거운 티타임을 갔었었다. 학회에서 발표를 했고, 3대가 모여 여행을 갔었다. PT를 열심히 받고 있었고, 머리 스타일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고민했었다. 딸아이를 괌에 보내야 하는지도. 지난 1년도 다가올 1년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3년 뒤는... 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비슷한 삶을 살고 있으려나.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는 그날밤이 떠올랐다. 10년 넘게 나를 먼발치에서 지켜보던 사람과 한강을 거닐며 산책을  했다. "여기서 비즈니스를 더 확장해야 할까" "글쎄. 그건 너 하기 나름이겠지" "그런데 아무 생각도 안 들고 하기도 싫어" " 혹시 생각했던 걸 모두 이룬 게 아닐까" "설마, 내가 이룬 게 뭐가 있다고" "어설프게 성공해서 그래" "어설픈 성공" "응. 어설픈 성공" 아... 섬광처럼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살려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던 어떤 지점. 타인의 눈엔 계획적인 성공일 수 있지만... 내 방식대로 원하는 일, 원하는 일상을 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달해 있는 지금, 여기, 이곳.


찬사와 내면의 목소리 중간 지점에 도달했다. 그리고 심호흡, 우선 하늘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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