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법
애를 쓴다는 것은 자신의 전력을 다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애는 창자다. 어떤 힘든 일을 해결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하는 일이라고 한다. 창자가 끊길 때까지? 인생에서 몇 번의 고통스러운 고비를 넘기면서 나는 나를 까맣게 태웠다. 누군가를 향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인내하며 내 안에서 문제를 발견하려 했고, 조직에서 인정받고 싶어서 다들 그렇게 산다며 누적된 피로와 지친 몸을 모른 체했다. 역할에 갇혀 책임의 한계치를 갱신해 가며 스스로를 몰아세우기도 했다. 성공하고 싶어서 느슨하고 편안한 관계에 쓸 에너지와 시간이 없었고, 소홀히 했다. 완성된 결과물을 뒤집고 다시 또 엎어가며 뾰족하게 만들면서 토하고 싶었던 적도 있다. 내 생각과 다른 타인의 생각에 반감이 생길 때는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나는 전방위적으로 전력을 다했고, 나를 갈아 넣었다. 그동안 참 애를 쓰며 살았다.
그러나 여전히 사랑엔 서투르고, 회사를 그만뒀다. 회사를 나온 뒤 6개월 이상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가족들 생각하고 챙겨야 하는지에 대해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생겼지만 나의 현재 생활에 대해 허심 탄하게 이야기 나눌 친구는 없었다. 완성된 결과물에 공을 들이지만 그건 나의 기준일 뿐이었다. 나의 생각을 설득하면 할수록 타인과의 소통이 어려워졌다. 나는 왜 애를 썼던 것일까.
나는 애쓰기 싫어졌다.
누군가를 사랑하며 참지 않고 저 밑바닥까지 솔직해지고 맹랑해지기로 했다. 창업을 했고 시간을 얻었다. 매일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PT도 받는다. 가족들과 거리감을 두기도 한다. 아무리 급한 상황이 와도 프로젝트 매니저들이 결과물을 낼 때까지 기다린다. 타인의 생각을 노래처럼 듣는다.
나는 애쓰지 않는 지금이 마음에 든다.
애는 사랑할 때만 쓸 거다. 오직 사랑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