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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레스컴퍼니 May 05. 2018

불안하지 않은 나이는 없다

모든 나이마다 인생 처음을 겪는 우리를 위해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생에서 역사적인 처음을 경험해왔습니다.


1개월 신생아는 먹고 배설하는 시간 외에는 잠을 자고
3개월에는 옹알이를 시작합니다.
6개월에는 손가락이 펴지면서 손바닥으로 물건을 잡기 시작합니다.
10개월에는 손을 잡아주면 일어설 수 있습니다.
1년째에는 걸음마를 시작합니다.

* 출처 BeFe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만나는 모든 것들이 처음인 우리는 엉엉 울어대면서 그 많은 것들을 겪어왔습니다. 그 후에도 우리는 무럭무럭 자라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거쳐 초등학교란 곳에 가게 되고, 10대가 되면 중학교, 고등학교를 섭렵한 뒤 드디어 20대가 되면 대학을 갈지 사회에 뛰어들지 결정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어느새 성인이 되어버린 우리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가거나 직장을 얻고 군대를 갑니다. 30대가 되면 결혼을 하고 첫 아이를 낳고, 40대가 되면 학부형이 되고, 50대가 되면 자녀의 이성친구를 만나고, 60대가 되면 자녀들의 결혼을 시키고 손주를 보고, 70, 80, 90, 100대가 되면 그동안의 삶을 정리하며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물론 이것은 예시일 뿐, 모두가 이와 같은 패턴을 살지는 않습니다. 저도 30대부터 이 패턴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시기와 선택의 문제일 뿐, 이와 같은 삶의 경험들을 모두 처음 겪는다는 것은 동일합니다. 그러니 무엇을 겪던 겁이 나는 것도 불안한 것도 너무나 당연합니다. 평생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것들을 경험하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우리는 모든 처음을 겪습니다


세상에 태어나는 것도, 옹알이를 하는 것도, 걸음마를 하는 것도, 학교에 입학하는 것도, 졸업하는 것도, 군대에 가는 것도, 결혼을 하는 것도, 아이를 낳는 것도, 가장이 되는 것도, 아이를 키우는 것도, 그 아이가 커서 또 결혼을 하는 것도, 그 아이의 아이를 만나는 것도, 그리고 이 인생을 마감하는 죽음까지도 이 모든 일은 각자에게는 처음 겪는 일입니다. 누구나 겪어왔던 일이라고 해서 내가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얼마 전 29살인 친구가 30살을 앞두고 끝나가는 20대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을 보게 되었는데요. 덕분에 저의 20대에 대해서 돌이켜보게 되었습니다. 10대의 제가 생각했던 스물은 꿈처럼 달콤할 것만 같았고, 서른은 광장히 높고 커 보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겪었던 스물은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았고, 서른은 높고 크지 않은 그저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습니다. 그렇게 꿈꿔오던 생각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크다 보니 나만 이런 건가 싶어서, 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끝도 없이 방황했던 20대의 저는 아홉수라고 하는 스물아홉에 굉장히 중요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5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했거든요. 더 이상 일하는 것이 즐겁지 않았고, 머릿속에는 앞으로 내 인생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불안하고 불안했지만, 내가 지금 질풍노도의 태풍 속에서 있는 거라면, 휘말려서 물거품이 되어버리기 전에 중심부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1년동안을 고민하다 30살에 퇴사를 결정했고, 그 덕분에 지금의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서른을 보내는 서른아홉은 스물아홉과 달리 평온하기만 합니다. 서른아홉도 아홉수라면 아홉수일 텐데, 얼른 마흔이 왔으면 싶기도 합니다. 서른넷에 비로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회사를 시작한 후, 힘들게 달려왔던 지난 5년간의 세월. 성취감도 정말 컸지만, 그만큼 고통이 따랐던 서른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 저의 좌우명은 '인생은 마흔부터'입니다.   


불안하지 않은 나이는 없습니다


가끔 진로강의를 가면 청년들이 자신이 꿈이 없는 것을 토로하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 친구들에게 20대에는 인생을 살면서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만 찾아도 성공하는 것이라며 불안을 덜어주려 노력하곤 하는데요. 그때의 저는 숨만 쉬고 있어도 불안했으니까,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고 있다고 해서, 그들보다 고작 몇 년을 더 살았다고 해서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불안은 나이를 먹는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경험이 많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살만큼 다 살고 경험할 만큼 경험했다고 해서 불안하지 않는다면 정말 좋겠지만,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앞두고 더 불안하지는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 불안하다고 해서 내가 잘못된 방향을 향해가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을 경험하기 전에 겪는 불안은 너무나도 당연한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올 초 독감을 독하게 겪으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불안했습니다. 한 달 한 달을 사는 자영업자가 거의 한 달간을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 있으니 진짜 큰 병에 걸린 거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과, 내가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나 하는 생존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불안의 소용돌이에 빠져있던 저를 구해내기 위해 했던 방법은 바로 이것입니다.


불안을 직시하라


지금 나를 괴롭히는 불안을 직시하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불안해하는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나는 왜 불안한 것인지? 그래서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무엇을 채우면 이 불안이 사라질 수 있을지? 진짜 나의 욕구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내게 묻고 또 물으면서 감정 카드를 뽑고 다이어리를 적었습니다. 너무나 불안하지만 불안하지 않은 척하면서 불안에 사로잡혀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믿을 수 있는 누군가에게 토로하거나 글로 적으면서 내 마음이 뭘 원하는지 정리하는 행동들이 얼마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지는 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3년 전쯤, 통장은 마이너스를 향해가는데 일은 없고 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구직사이트를 보며 취직을 할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회사를 찾고 이력서를 쓴 뒤 이메일을 보내기만 하면 되었는데, 저는 결국 버튼을 누르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스트레스컴퍼니를 한다고 동네방네 떠들어놨는데 이제 와서 다른 회사를 들어간다는 건 왠지 제가 했던 말들이 전부 틀렸다고 인정하는 것 같았습니다. 모두가 나를 비웃을 거 같았죠. 그런데 저는 이미 혼자서 모든 것을 책임지느라 너무 지쳐있던 상태였거든요.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그만두지도 못하는 제가 너무나 한심했습니다. 


그렇게 혼자서 펑펑 울면서 자책을 하다가, 나는 감정카드로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주면서 왜 내 마음은 내가 돌보지 못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카드를 꺼내놓고 지금 내 감정을 전부 늘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왜 이런 감정이 느껴지는 것인지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내 감정 밑에 있는 욕구도 함께 찾아봤습니다. 그렇게 해서 찾은 욕구들을 보며 하나하나 그 이유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 내가 이 일을 시작한 이유는 뭘까?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 건가? 내 삶은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그렇게 제가 원하는 가치들을 하나씩 정리하다 보니 그제야 마음이 가라앉더군요. 한참을 울고났더니 다시 새로운 힘도 생겨났습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늦었다,
뒤처졌다는 생각에 조급 하시진 않았나요?" 


다음 주에 서울시립대 창업 동아리 학생들에게 그동안 제가 해왔던 삽질에 대한 강연이 예정되어 있어서 그 친구들이 제게 궁금해하는 질문지를 먼저 받았는데요. 그중 기억에 남았던 질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늦었다, 뒤처졌다는 생각에 조급 하시진 않았나요?" 사실 저는 이 질문을 보고 살짝 놀랐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에 비해 뒤처졌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내가 원래 그랬던가 하며 생각을 거슬러 올라가 봤더니, 예전의 저는 달랐습니다. 


서른에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 대출을 받아서 아카데미에 등록하고 다시 학생처럼 열정을 불태우며 1년을 보내는 동안, 정말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지금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고민을 참 많이 했었습니다. 남들은 다 자기가 원하는 길을 가는 것 같은데, 나만 혼자 뒤처진 것 같다는 생각에 겁이 났던 적도 참 많았지요. 그때 제가 위로를 받았던 책이 한 권 있는데요. 바로 강상중 님의 '고민하는 힘'이라는 책입니다. 저자 또한 서른이 넘어서까지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지 못하고 더 공부를 하러 독일로 유학을 갔고, 계속 공부를 하면서 결국 자기 길을 찾았으며 결국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 교수가 되었다는 사실이 그때의 저한테는 굉장한 위안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똑똑한 사람도 서른이 될 때까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했는데,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할 일을 못 찾는 것이 뭐 어때서?!"라는 생각을 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그래. 기왕에 늦은 거,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끝까지 고민해보자. 밑바닥을 치면 뭔가 깨닫는 게 있겠지."라고 생각했고 덕분에 불안의 구렁텅이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보통 우리는 나에게 결핍된 어떤 하나의 사실을 두고, 그것을 가진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지만, 상대방의 입장에 들어가 보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게 됩니다. 그 사람은 그것만 가졌을 뿐, 그 사람이 가지지 못한 또 다른 무언가에 대한 결핍이 분명히 있거든요. 제가 돈이 없을 때는 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대체 돈이 많은 데 무슨 걱정이 있을 수가 있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돈 꽤나 많다는 사람들과 분노캔들을 태우면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분들도 산더미 같은 걱정이 있더군요. 부모님 때문에, 남편 때문에, 자식 때문에.. 다 고민을 하고 있는데 그 고민들이 어느 하나 작고 하찮은 것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사람은 다 각자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다음부터는 그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에겐 다 각자의 문제가 있습니다


누가 빠르고 느리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내가 느린 것 같아도 어느 순간 내가 더 빠를 수도 있고 또 느려질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냥 나의 삶을 사는 겁니다. 그러면 조급해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누가 조금 빨리 가던, 누가 더 느리게 가던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다 처음과 끝, 탄생과 죽음을 경험하게 될 테니까요. 그러니 누구와도 비교하지 말고, 그저 내 삶의 목표를 향해서 뚜벅뚜벅 걸어갑시다. 그렇게 천천히 우리 같이 걸어가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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