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주는 평화
나를 죽일 것만 같았던 더위가 언제 그랬냔듯이 사라지고 어느새 찬바람이 부네요. 달력을 보니 벌써 8월이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늘 이맘때쯤 드는 생각이 있죠. 뭐?! 벌써 올해가 4달 밖에 안 남았다고? 그리고 이 생각도 함께 들 겁니다. 내가 올해 초에 어떤 계획을 세웠더라...
나는
그동안 뭘 한 거지......
라는 생각. 다들 그런 생각했던 거 맞죠? (나만 한 거 아니죠...)
저는 올해 여유 있게 살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누군가는 그것도 결심이냐며, 그 정도의 결심이면 못 지키는 게 더 이상한 게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게는 절실하고도 절절한 결심이었습니다.
제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출근도 따로 없었지만, 퇴근은 더더욱 없었습니다. 머리 속에 해야 할 일들이 가득해서 뭐라도 하고 있지 않으면 금세 불안해졌기 때문입니다. 노느니 일하는 게 더 마음이 편한 그런 이상한 상태. 2년 전 2016년 크리스마스이브, 그날도 역시 그런 날들 중의 하루였습니다. 남들은 커플과 신나서 놀러 다닐 바로 그 시간에 저는 사무실에 혼자 남아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를 만들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들을 혼자서 맨땅에 삽질하며 하나씩 배워나가며 일궈오느라 고생 고생해서 이제 먹고살 수는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러나 그렇다고 아직 안정적이지는 못하고, 성공한 거라고는 더더욱이나 말할 수 없고, 뭔가 조금만 더 하면 될 것도 같은데, 그렇다고 무엇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는,,, 그래서 뭐가 될지 모르니 뭐라도 더 해보자고 더 가열차게 일만 계속하고 있는 그런 상태.....
와... 근데 이러다 죽으면
너무 억울하겠는데?
저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스트레스컴퍼니를 하면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게 꿈입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되기도 전에 혼자서 일만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든 겁니다. 그럼 정말 너무 억울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짐을 챙겨 나오며, 내년에는 좀 더 여유를 가져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렇게 계속 달리기만 해서는 결승점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쓰러져버릴지도 모르니 좀 쉬면서 가야겠다고. 그래서 내년엔 꼭 여행도 다니고 남들처럼 보란 듯이 좀 놀아보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저의 매년 새해 결심은 여유를 갖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유라는 게 막 가져야지! 한다고 해서 막 손에 잡히고 그러는 건 아니더라고요. 뭘 하면서 쉬어야 하나 손가락을 굴리며 고민하던 때 제 손에 잡힌 포스터 한 장, 부산에 있는 친구가 올린 연말 파티 초대장이었어요. 그걸 보자마자 아! 이거다. 싶었죠. 그날로 짐을 싸서 내려갔어요. 나 가요! 부. 산. 으.로!! 그렇게 부산에서 새해를 맞으면서 산책도 하고 울산에 있는 좋아하는 친구도 만나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서 수다도 떨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빈둥거리며 며칠을 쉬다가 서울로 올라왔는데요. 다시 몇 달간 버틸 수 있겠다 싶은 새로운 에너지가 생기더라고요. 뿜뿜!
그런데 그 후로 왠지 쉬어야 한다는 강박이 머릿속에 자리를 잡아버렸는지 서울을 떠날 기회가 생기면 어떻게든 그 기회를 잡으려고 애를 쓰고 있더라고요. 덕분에 작년 가을엔 일본, 겨울엔 제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아자!!
근데 저는 그렇게 신이 나서 제주를 다녀온 후에 앓아누웠더랬습니다... 끙. 저는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그 시기가 딱 기말고사 시즌이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여행을 가야 할 것만 같아서 전공책과 노트북을 싸 짊어지고 비행기에 올랐었는데 가서 안 먹던 고기를 잔뜩 먹고, 밤늦게까지 안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레포트를 쓰는 투혼을 발휘하고는 결국 집에 돌아와서 뻗어버렸습니다. 아... 아..... 무작정 여행을 간다고 해서, 서울을 떠났다고 해서 모두 재충전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병원을 순례하며 깨달았습니다. 털썩.
Q : 사람이 변하려면 사는 곳이 바뀌거나, 만나는 사람이 바뀌거나 시간을 쓰는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바쁘게만 살아온 내 마음에 여유를 가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A: 여행을 떠나는 한 번의 이벤트가 잠시 동안의 행복을 가져다줄 순 있겠지만, 그보다 훨씬 더 긴 나머지의 시간들을 오로지 잠깐 동안의 여행만을 기다리며 보낸다는 건,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저에게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선택이더라고요. 덕분에 저는 평범한 일상에서 갖는 나를 위한 작은 여유가 더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Q : 그럼 나를 위한 작은 여유는 어떻게 가질 수 있는 거죠?
A :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시간을 늘리면 되지 않을까요? 근데 그러려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고 있어야 해요. 그걸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까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과 여유를 선물해줄 수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
저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저랑 비슷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과 한참을 떠들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답니다. 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경험을 나눠주는 것도 좋아해요.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는 모임을 계속 열고, 그들의 위한 또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을 즐기고 있나 봐요.
그렇게 관계 속에서 얻는 즐거움도 좋아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좋은 것 중에 하나는 혼자서도 잘 놀게 되었다는 거예요. 저는 이제 식당에 가서 혼자 밥도 잘 먹는답니다. 얼마 전에는 팝콘이 먹고 싶어서 혼자 영화도 보러 갔다니까요. 후후. 생각해보니 옛날엔 혼자서 10km 마라톤을 뛰었던 적도 있었는데요. 정말 힘들더군요.. 이제 그런 짓은 하지 않으려고요.. ; 그렇지만 운동을 지속하는 건 진짜 중요해요. 그래서 필라테스를 끝내고 무슨 운동을 할까 하다가 거의 10년 만에 스윙댄스를 다시 시작했는데, 제 몸이 스텝을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기특할 수가! 한참을 스텝을 밟으며 몸을 움직이고 나면 정말 기분이 좋아진답니다.
한강에 나가서 강물을 한없이 바라보는 것도 좋아하고요. 차 안에서 혼자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해요. 집이 서울이 아니다 보니 이동거리가 기본 한 시간이 넘거든요. 그래서 그 시간에 노래를 들으면서 신나게 소리를 지르는데요. 그럼 기분이 나아진답니다. 서점에 가서 책 표지를 보는 것도 좋아하고요. 책 사는 것도 좋아해요. 예전에는 좋아하는 책들을 잔뜩 사서 책꽂이에 꽂아놓고 언젠가는 저 것들이 다 내 머릿속에 들어가 있겠지 싶어서 뿌듯해하고 그랬는데요. 어느 순간 다 부질없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싹 다 헌책방에 보내버렸어요. 그 후로는 꼭 읽을 책들만 사고 있는데요. 지금은 심리학대학원에 다니다 보니 제 책꽂이엔 거의 다 심리학 책들 뿐인데 그래도 안 읽은 것보다 읽은 것들이 더 많네요. 나중에는 스트레스컴퍼니 사무실을 제 상품들과 함께 심리학 책들이 함께 있는 서점으로 꾸며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오시는 손님들께 상품과 함께 책도 추천해드리고 같이 앉아서 수다도 떨고 모임도 열고 분노캔들도 태우고 그러면 참 재밌겠죠!
저는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상상하는 것도 참 좋아해요. 다음엔 뭘 만들어 볼까? 이런 걸 만들면 어떨까? 이렇게 하면 더 재밌지 않을까? 틈만 나면 이러고 있는 걸 보면 저는 천상 생산자인가 봐요. 이렇게 생각한 걸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어서 참 다행이랍니다. 헤헷
얼마 전에 어느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하는데 존경하는 사람 이름을 적으라고 하더라고요. 그걸 보자마자 버틀란드 러셀이라고 쓸까. 아니면 빅터 프랭클을 쓸까 하고 잠시 동안 고민을 하다가 빅터라고 적었어요.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라는 책을 참 좋아하거든요. 그의 로고테라피 이론도 정말 좋아한답니다.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해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는 모든 30대가 꼭 보아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안 보셨다면, 꼭 한번 보시길 추천해요. 이번에 개봉한 어느 가족을 못 봐서 아쉬워하고 있는 데 어떻게든 시간 내서 꼭 챙겨보려고요. 음악은 가리지 않고 듣지만, 쾅쾅거리는 음악은 별로예요. 노래를 들을 땐 음색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케빈오의 부드러운, 커피소년의 조곤조곤한, 치즈의 청량한 목소리를 좋아해요. 에릭남이나 애즈원의 달콤한 목소리도 좋고, 우효의 담담한 목소리, 벤의 낭랑한 목소리도 좋아합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저는 꽤 소리에 민감한 사람이네요.
아, 민감한 거 또 있는데. 날씨! 더운 건 그래도 잘 참는 편인데, 추운 건 정말 못 참아요.. 그래서 선풍기 바람도 싫어하는데, 올해 폭염은 좀 힘들긴 하더라고요. 근데 올 겨울은 더 춥다면서요? 벌써부터 걱정이라니까요.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나라에 가서 살다가 날씨 풀리면 다시 돌아오고 그렇게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 단순 노동하는 것도 좋아해요. 아무 생각 없이 손을 움직이다 보면 머릿속이 좀 비워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저는 굳이 노동집약적인 분노캔들을 만들었나 봐요. 감정카드는 또 어떻고요. 카드들을 쭉 늘어놓고 하나씩 모아서 50개를 채우는 일도 만만치 않답니다. 게다가 작년에는 극복양말 1,000개를 엄마랑 둘이서 포장한 적도 있다니까요. 스트레스컴퍼니는 리얼 가내수공업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조용한 공간에서 혼자 글도 쓰고, 작업도 하다가, 노래도 부르다가, 책도 읽다가, 디자인도 하다가, 빈둥거리기도 하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평화로운 시간을 좋아해요. 어쩌면 그래서 저는 크리스마스날도 사무실에 있었는지도 모르겠군요....험;;;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가요?
자, 이제 당신의 차례예요.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찬찬히 생각해보세요.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처음엔 생각이 잘 생각이 안 날 수도 있어요. 그래도 그렇다고 포기하지 말고 계속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봤으면 좋겠어요. 이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니까요. 부모님이 원하는 것, 남들이 좋아하는 것, 사회가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 온.전.히.당.신.이.좋.아.하.는.것.말이예요. 그것을 찾으세요.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이 당신을 더 당신답게 만들어줄 거예요. 자신을 믿으세요. 당신은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다우니까요.
저는 가끔 기분이 다운되면 커피소년 노래를 들으면서 그래도 괜찮다고 나를 위로해주곤 하는데요. 오늘은 이 노래를 들어야 겠네요. 노래를 틀어놓고 눈을 감고 가사를 들어보세요. 분명 당신도 좋아하게 될 거예요.
-그냥 거기에 있어요-
커피소년
1.내 마음이 조급할 때
모두 날 앞서가는 것 같을 때
모든 것들이 다 사라지는 것 같을 때
특히 아무 일 없을때
무언가 꼭 해야 할 것 같을 때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 불안한 마음
(후렴)
당신은 당신 그대로 있으세요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걸요
더 잘하려거나 조급해 마요
있는 그대로 그냥 두세요
당신은 여전히 아름다워요
그들도 아름답지만 그건 다른 문제예요
당신이어서 할 수 있는 건
그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해요
그냥 거기에 있어요
2.유독 우울했던 날
내 삶에 어떤 기대도 없던 날
사람들 속에서 외로웠던 그 날에
다들 어떻게 사는지
나는 잘살고 있는 건지
창에 비친 내 모습 초라해 보일 때
(후렴)
당신은 당신 그대로 있으세요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걸요
더 잘하려거나 조급해 마요
있는 그대로 그냥 두세요
당신은 여전히 아름다워요
그들도 아름답지만 그건 다른 문제예요
당신이어서 할 수 있는 건
그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해요
그냥 거기에 있어요
스트레스컴퍼니는 당신과 나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당신이 스트레스에 굴복하지 않고, 즐겁게 극복할 수 있도록 세상에 없던 상품을 만들고
활용해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트레스컴퍼니의 모든 상품은 스트레스컴퍼니샵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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