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간을 월급과 바꾸고 싶지 않다
사표를 낼까 말까 2년여 시간을 망설이다 ‘내 시간을 더 이상 월급과 바꾸고 싶지 않다’는 결심이 서자 실행으로 옮겼습니다. 2010년 6월이었습니다.
그 후 10년이 넘는 세월, 뿌듯함과 후회가 교차했지만 적어도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쓰면서’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어 하는지를 탐색하고 경험하며 독립적으로 살았습니다. 어찌 보면 삽질의 시간들이었고 일과 즐김이 엮인 느슨하게 보낸 세월일 수 있지요, 그리고 나는 나에게 이 같은 이름을 붙입니다.
‘SNS콘텐츠 메이커’,‘공간콘텐츠 기획자’ 다채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 경험을 차곡차곡 쌓으며 ‘콘텐츠와 공간’이라는 내가 지향점으로 삼을 키워드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이쯤에서 나 자신을 중간 점검해 봐야 하지 않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동안 했던 일을 정리하며 좀 더 냉정하게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방향성을 점검하려 그간의 경험을 글로 정리해 보려 합니다.
글과 책은 꼬맹이 시절부터 늘 내 곁에 있었어요. 소설, 만화처럼 스토리가 있는 글에 특히 열광했지요. 한때 만화 스토리 작가가 될까?를 고민할 정도로 중고교 시절 만화가게 드나들며 푹 빠져 지냈던지라 전공은 별 고민 없이 국어국문학을 택했습니다. 막연히 뭔가를 쓰고 짓는 것에 대한 동경심이 마음 밑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던 것 같았어요.
대학 시절 전공 공부가 썩 재미있지도 마음에 와 닿지도 않았어요. 문학이라는 게 자기 자신과 드잡이 하며 파고드는 건데 나는 깊게 파는 것보다는 얕지만 넓게 파는 걸 더 좋아했어요. 순수문학보다는 저널리즘 글이 내 취향에 맞았고요. 그래서 대학원에서는 방송을 공부했지요.
졸업 후에는 잡지사, 케이블TV에서 일을 줄곧 했어요. 잡지든 방송이든 신문이든 미디어에 탑재할 콘텐츠는 ‘기획’이 탄탄해야 해요. 직장에 속해있던 20대, 30대 때 기획은 곧 ‘돈이 되는 콘텐츠’였어요.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즉 광고주의 지갑을 열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지요. 회사 대표에게 깨지고 소비자 만나러 다니며 ‘나는 왜 이것밖에 못하지’ 스스로 닦달하는 과정에서 콘텐츠의 핵심인 ‘의미’와 ‘재미’란 키워드를 얻게 됐습니다. 흔한 2개 단어 속에 콘텐츠가 갖춰야 할 지향점이 다 들어있더군요.
이렇게 적고 보니 장밋빛 직장 생활을 한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지요. 심적으로 많이 지치고 힘들었어요. 당시 인생의 황금기인 30대를 내가 아닌 조직에 중심을 두고 지낸 것은 두고두고 후회가 많이 됩니다. 어차피 조직의 부속품이었을 뿐이고 직원들이 땀 흘린 결실은 결과적으로 모두 사주의 독차지가 되었는데...
물론 조직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것 경험하는 건 많아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내 일, 내 비즈니스라는 중심축을 꼿꼿하게 세우지 않으면 수시로 현타가 찾아오지요. 나 역시 그랬고 심리적으로 힘들었지요. 게다가 어린 딸 키우는 ‘워킹맘’이라는 신분은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다 보니 늘 시간에 쪼들렸어요.
그래서 사표를 냈습니다. 구체적인 로드맵, 계획 없이 ‘내가 해 보고 싶은 걸 하자’라는 순진한 희망만 가지고 말이죠. 30대 초반부터 막연하게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앞으로 그걸 해보자 결심했고 그 이후 참으로 많은 ‘삽질’을 시도했답니다.
아무튼 그 과정 속에서 해보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원 없이 경험했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N잡러가 되어있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