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김범석
서울대 암병원 종양내과 18년 차 전문의
김범석 교수가 자기가 만난 여러 죽음과
암 투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점점 주위에 암 때문에 투병하시고,
돌아가신 분들도 많다.
죽음이 한결 가까워진 느낌이다.
그래서 더 죽음에 관한 생각을 정리해 볼 때다.
우리는 언젠가 죽을 것을 알고 있지만
평소에는 죽지 않을 것처럼 산다.
그럴 때 갑자기 죽음을 선고받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기 가치관에 따라
담담히 받아들이는 사람, 부정하는 사람
더 살기 위해 애쓰는 사람
여러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의사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했다.
어떻게 죽어가면서도 그럴 수 있을까 할 정도로
형제 관계가 끊어져
죽음을 코 앞에 둔 위험한 상황에서
간신히 연락이 닿아
앞에 선 동생에게 전한 마지막 형의 말은
“내 돈 2억 갚아라”라는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죽음 앞에서 돈이 무슨 소용일까 싶지만
모를 일이다.
이렇게 죽기에는 너무 억울한 건지도.
막상 죽음을 선고받으면
현실을 받아들이기도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기도 너무 어렵다.
하지만 그래야 변한다.
예정된 죽음보다 갑작스러운 죽음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일 때
남은 삶에 변화가 찾아오기 때문이었다.
그런 변화를 지켜보면서
예정된 죽음은 어쩌면 삶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암환자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죽음보다 통증이라는 말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용기라는 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용기가 아니라
결국 죽을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날들을 버텨내고
살아내겠다는 의지에 가까운,
살아내는 용기였다.”
그래도 잘 안 됐을 때는
그럴 땐 존엄사가 필요한 게 아닐까
“자살을 선택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투병하는 동안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만큼은
덜 고통스러운 방법을 택한다.
그리고 대게는 유서를 남긴다.”
예정된 죽음이 와도
또는 갑작스럽 죽음이 와도
자기 몸을 망쳐가면서까지
서로가 너무 슬퍼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저희는 명절 때 제사 안 지내고
그냥 놀러 다녀요.
그러니까 다들 좋아해요.
명절 때 더 열심히 와요.
올해는 어디로 놀러 갈지 지들끼리 계획해서 와요.
사실 맛있는 거 먹고 좋은 구경 하며
지내기에도 인생이 짧거든요.
죽은 사람 챙기지 말고 그냥 너희들끼리,
산 사람들끼리 즐겁게 지내라고요.
나중에는 지들도 그러고 싶대요.”
그래서 암을 치료할 때
‘꼭 이겨서 승리하지 않고,
지지 않는 것도 패배는 아니다’라는
관점이나 전략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기기 힘들다면 지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누군가를 돌볼 때에는 어느 정도 이기적이어야 이타적이 될 수 있다” 는 말은
그냥 듣기 좋은 말이 아니다.
나를 돌보지 않으면 가족도 돌보기 어렵다.
인생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죽음에도 정답이 없고,
자신의 의지와 뜻대로 하기 어려운 것이긴 하지만
가족들에게 큰 피해가 안 간다면
그래도 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게도 그런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가족들과 의료진은 환자에게 현대의학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아무도 행복하지 않았고 환자는 너무 힘들게 저승길로 떠났다."
마지막 작가의 질문이 머릿속을 계속 맴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과연 최선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