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터링 CTO, Ken을 만나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직장이잖아요. 돈을 버는 일이 그저 생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목표와 좋아하는 일을 찾아나가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녕하세요~ MD 소식통 Gina입니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튜터링 사업부에서 CTO*를 맡고 계신 Ken입니다!
Ken이 계셨기에 지금의 튜터링 애플리케이션이 있습니다. 개발자로서 서비스를 구현해내는 일부터, 통화 품질 및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을 개선하는 일까지 모두 Ken의 손을 거쳤답니다.
저는 Ken이 인터뷰 전에 직접 답변을 써서 준비해 와주시는 바람에 감덩의 눈물을 흘렸는데요(써오신 거 조금씩 컨닝하셨던 건 안비밀). 본인 인터뷰 재미 없을 것 같다고 노심초사하시길래 제가 재밌을 거라고 열심히 안심시켜 드렸습니다. 끝까지 재밌게 읽어 주세요!! :)
*CTO(Chief Technical Officer): 기업의 기술적 의사결정을 총괄하는 경영인. 기술의 발전에 대응하여 기업의 연구개발 전략을 수립합니다.
안녕하세요. 본의 아니게 코딩으로 반평생을 지내온 개발자 Ken이라고 합니다. 튜터링에서 CTO를 맡고 있어요.
제 명함에는 R&D* 총괄이라 쓰여 있긴 하지만, 개발 잡부라고 읽으시면 큰 무리가 없습니다ㅎㅎ 튜터링 초기에는 직접 개발을 많이 하기도 했고, 아직도 절반 정도는 개발 업무를 하고 있어요. 튜터링은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이다 보니, 개발팀에게는 주어진 일정과 자원에 따라 아웃풋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과제가 있어요. 그런 개발 업무들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엔지니어링을 하는 게 저의 큰 역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 튜터링 서비스에 개발자가 20명 정도인데요. 일을 분배하고 콘센서스를 잘 잡아서 일이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튜터링 애플리케이션을 안정화하고,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고, 불편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분주하게 뛰고 있답니다.
*R&D(Research and Development): 연구개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연구, 신제품 개발 및 현재의 상품을 발전시키는 일을 가리킵니다.
출근하면 개발팀 리더들과 스크럼 회의*를 해요. 개발 총 프로젝트 매니저(PM)인 진진, 프런트엔드 총괄 닥터홍, 백엔드 총괄 케이트, QA 총괄 제레미, 그리고 저까지 5명이서 전날 있었던 이슈와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체크합니다. 이후에는 제가 튜터링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코딩을 담당하고 있어서 그 코딩 작업을 하고요. 튜터링의 통화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업무도 하고 있어요.
튜터링에서 튜터와 통화를 연결할 때 이용하는 기술을 웹 RTC**라고 하는데요. RTC 협력회사들과 계속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통화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어요. 매일 측정되는 통화 품질 지수를 바탕으로 왜 어제보다 실패가 많았는지 분석하고, 실패율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안정적으로, 더 뚜렷한 음질로 수업받으실 수 있도록 열심히 작업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고, 스크럼 이후에도 두세 건씩 회의를 진행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갑니다.
*스크럼(Scrum) 회의: 따로 회의실을 잡지 않고 선 채로 하는 회의. 어제 한 일과 오늘 할 일, 업무의 문제점 등을 공유합니다.
**웹 RTC(Web Real-Time Communication): 웹 브라우저 간에 플러그인 도움 없이 서로 통신할 수 있게 설계된 API
저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저 이전까지는 컴퓨터공학과가 아니라 전산과라고 불렸던 것 같아요. 제가 워낙 자유로운 영혼이라 학교 다닐 때는 수업도 잘 안 가고, 여러 번 학사경고를 받았었는데요. 구사일생으로 10년 만에 졸업했습니다. 학생 때 병역특례 제도가 생겨서, 3년 정도 실무를 경험하면서 일을 할 수 있었어요. 그 경험을 통해서 제가 코딩을 잘하고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저는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건 귀에 잘 안 들어와서 주로 독학을 했는데요ㅎㅎ 인터넷 처음 생길 때 교회 홈페이지를 만들기도 했어요. 거기에 채팅창이나 라디오 방송을 붙이면서 커뮤니티 형식으로 만들었는데, 나중에 이런 작업들을 포트폴리오로 쓰기도 했어요.
졸업하고 나서는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일본 취업을 준비했습니다. 그때 해외 취업 바람이 불었었는데, 제가 일반적인 기질이 아니어서 그런지 나가고 싶더라고요. 일본에서 5년 정도 지내면서 SI, CRM, EC솔루션 등을 개발하면서 지냈어요. 그런데 너무 몸을 혹사시키면서 일했는지 건강에 무리가 왔고, 한국에 돌아와서 쉰 다음에 다시 일을 시작했어요. 화력·수력·원자력 발전소의 관제시스템, 대우조선 스마트쉽 등을 개발하는 일을 했었습니다.
40살 되던 해에는 잘 다니던 회사를 뛰쳐나왔어요. 마흔 전에는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 때 이제는 모바일 시대라는 생각이 들어서, 모바일 개발을 독학한 뒤에 절친한 친구와 함께 창업을 했어요. '묵찌빠로 세계정복'이라는 캐주얼 게임을 만들었는데, 카톡으로 대결을 신청해면 앱 설치를 안 해도 바로 묵찌빠를 할 수 있는 나름! 신선한 게임이었어요. 그런데... 사실 개발자로만 이뤄진 회사가 잘 될 리가 없죠. '앵그리버드'가 개발자가 혼자 만들어서 대박 난 게임이라고 해서 그런 신화를 기대했었는데, 해보고 나서 아니구나... 싶었어요. 팀빌딩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았죠. 그리고 집사람과 약속한 시간도 1년이었기 때문에, 회사를 접고 다시 N사의 스마트뱅킹 프로젝트에 프리랜서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은행 프로젝트여서 그렇기도 하지만, 스마트뱅킹은 개발 범위가 상당히 제한적이라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눈여겨보다가 튜터링에 입사하게 되었죠.
로켓펀치를 통해 스타트업을 알아보던 중에 튜터링의 김미희, 최경희 대표를 만났어요. 그 전에도 몇몇 팀들과 미팅을 했었는데, 꿈은 야심차지만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튜터링 같은 경우에는 BM(Business Model)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이전에 전화 영어를 써보기도 했고, 1:1 회화 수업을 들어 보기도 했지만 불편했던 경험이 많았거든요. 제가 베스퍼와 타샤를 전에 알지 못했기 때문에 친분이나 신뢰로 함께했던 건 아니었고요. 내가 내 돈 내고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서비스였기 때문에 이건 시장에서 워킹하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합류하게 되었어요.
"100억을 줄 테니 60살까지 내가 시키는 일만 해"라고 한다면, Gina는 하시겠어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율적으로 살고 싶어요.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직장이잖아요. 돈을 버는 일이 그저 생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목표와 좋아하는 일을 찾아나가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업에서 누군가가 시키는 일을 하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 도전해보고 싶은 일을 계속 찾아 나섰던 것 같아요. 그래서 창업도 했던 거고, 스타트업으로 온 것도 마찬가지예요. 창업을 하거나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어느 정도 오너십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일을 수행하게 되니까요. 그저 조직의 일부가 되어서 해야 하니까, 누군가 시키니까 하는 삶은 저와 맞지 않다고 느꼈어요. 제가 워낙 자유롭고 싶어 하는 영혼이라 그런지도 몰라요 ㅎㅎ
당연히 추천합니다. 개발 직무는 전문성을 기른다고 한 분야만 마스터하다 보면 결국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적어져요. 스타트업에서는 개발자 한 명이 프로덕트 하나를 서버부터 다 맡아서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거든요. 그렇다 보니 대기업이나 큰 회사에서 부분적인 일을 하는 것보다 훨씬 시야를 넓힐 수 있죠. 그러다가 특정 분야에 포커싱 하고 싶으면 그때 해도 늦지 않아요. 안정성을 보면서 대기업을 선택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사실 어떤 분야든 실력을 갖춰 놓으면 안정성은 따라오게 되어 있는 것 같아요. 개발자는 특히 더 그렇죠. 본인이 실력이 있으면 원하는 조건에 원하는 페이를 받을 수 있어요(멋짐 뿜뿜). 결국 안정감을 가져오는 것은 직장의 네임밸류가 아니라 본인의 커리어인 거죠. 그리고 개발자들한테 물어보면 백이면 백 스타트업에서 하는 일이 더 재밌다고 하실 거예요. 재밌고 도전적인 일이면서, 실력도 키울 수 있는데 스타트업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회사와 같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MD는 커가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문화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고, 다양한 도전을 해볼 수도 있죠. 이런 성장의 과정을 함께할 수 있다는 건 도전인 동시에 기회라고 생각해요. 이 과정을 겪어본 사람과 아닌 사람은 분명 차이가 있겠죠.
유연하게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회사 분위기 역시 큰 장점이에요. 솔직히 일반 회사에서는 대표나 임원들에게 의견을 얘기하기 쉽지 않거든요. 우리는 그런 형식 없이, "타샤 잠깐 얘기하시죠"하고 바로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어요. 저희는 임원이라고 따로 방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장벽이 거의 없습니다. 같이 고민하고, 같이 일하는 실무형 리더들이 포진해 있다는 게 MD의 큰 장점이에요.
저는 CTO라는 좀 특별한 일을 맡고 있잖아요. 그렇다 보니 기술과 사람에 대한 인사이트를 동시에 갖추고 있어야 해요. 사실 사람에 대한 인사이트는 모든 리더에게 필요한 능력일 거예요.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사람이 곧 기술이고, 사람이 모든 걸 만들어내니까요. 그래서 어떤 사람을 어디에 배치하고, 어떤 일을 주고, 어떻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잡아줄 것인가, 이런 고민이 많이 필요해요. 사람 보는 눈뿐만 아니라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능력 역시 필요한 거죠.
제가 제일 못하는 게 멀티태스킹이에요. 이젠 숙달돼서 곧잘 해내지만, 그럼에도 참 싫어해요. 저는 하나의 일을 집중해서 처리하고 싶어하는 편이라,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다뤄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애로사항인 것 같아요.
다른 하나는 리더로서 관리 업무를 해야 한다는 거예요. 관리자는 우리 팀원도 잘 알아야하고 다른 팀과의 업무 조율도 해야합니다. 그러다보니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가 없어요. 업무와 프로세스를 관리해야지 사람을 관리하면 안되는데 여러 업무들을 한번에 하는 것이 쉽지는 않네요. (켄무룩)
처음에 잘 모르는 상태로 들어왔던 주니어들이 성장해서 일을 잘 해내는 걸 볼 때면 정말 뿌듯해요. 아직은 초기 개발자분들이 많겠지만 앞으로 튜터링 출신 개발자들이 더욱 성장하고 인정 받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구요.
또 하나는 긍정적인 고객 리뷰를 발견할 때도 보람을 느껴요. 좋은 리뷰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잘 사용하고 계시는구나, 도움이 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제가 최근 두세 달 튜터링으로 열심히 영어공부를 했는데, 정말 도움이 되더라고요. 잘 만들었구나 싶어서(ㅎㅎ) 개발자로서 뿌듯했습니다.
개발팀은 업무가 많아서 매일 바쁩니다. 저는 주로 개발팀 리더 5명과 일을 하는데, 그분들은 더 바빠요. 특히 진진은 식사도 잘 안 하세요ㅠㅠ 저희 팀이... 그런 곳입니다. 그래도 최근에 한 번 모여서 밥을 먹긴 했어요!!
리더는 인기를 얻기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리더는 냉철하고 정확한 판단으로 구성원을 이끌어야 해요. 그리고 실패에 대해서 솔직하게 인정하고, 유연하게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역할을 잘 수행하려면 팔로워들의 지지가 꼭 필요해요. 저는 훌륭한 리더가 훌륭한 팔로워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팔로워가 훌륭한 리더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좋은 리더는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구성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 저 또한 이 자리에서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주중에는 서울에 계신 어머니 집에서 지내고, 주말에 원주로 내려가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요즘 무협지에 재미가 들어서 주중에는 무협지를 열심히 읽고 있어요. 최근에는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를 읽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아내와 탁구를 치거나 아이들 공부를 봐줍니다. 예전에는 영어 문법을 가르쳤었는데 이제 애들이 저보다 영어를 잘해서 포기하고.. 이제는 코딩을 가르칩니다! 이건 당분간 저보다 잘할 일이 없겠죠? ㅎㅎ 요즘은 일본 생활 경험을 살려서 일본어도 가르쳐 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나는 관리자인가 아니면 개발자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 잘하는 일 세 가지는 다른데, 저는 지금 좋아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중인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일은 개발이에요. 새롭고 신기한 걸 구현해내는 일이 즐겁거든요.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은 관리 업무죠. 잘하는 건 둘 다 잘해요(스웩). 팀장만 거의 십 년째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연차가 쌓이다 보니 앞으로도 관리 업무를 할 일이 더 많을 텐데, 저는 엔지니어의 길을 가고 싶거든요. 제일 고민되는 부분이죠.
가족 사랑입니다. 제 카톡 상태 메시지도 가족 사랑이라고 되어 있어요. 제가 너무 가정적인 사람이라 그런 건 전혀 아니고요. 살면서 인류를 위해 거창한 걸 하지는 못하더라도 가족만큼은 충분히 사랑하자는 마음에서 그렇게 정했어요. 제 젊었을 때 꿈이 선교사였어요. 전 인류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싶었는데 제 한계를 느끼기도 했고, 큰 일을 해내려다가 자기 가족도 못 돌보는 경우를 많이 봤었어요. 그래서 내가 전 인류를 사랑하거나 나라를 위해서 희생하진 못하더라도, 내 가족만큼은 사랑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회사라는 울타리를 통해서 만난 인연이기는 하지만,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고 인연을 잘 이어나갔으면 좋겠어요. 일로 만난 사이(!)인 것도 맞고, 커리어를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많은 회사 중에 MD에서 만났다는 건 특별한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헤어지는 날이 오더라도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계속 좋은 관계를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 이런 거 처음 해봤어요(수줍). 교회에서 중학교 때 해 봤나?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쭉 인터뷰하고 나서 느낀 건데, 제 인터뷰 재미없을 것 같아요ㅠㅠ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