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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사람 Feb 14. 2024

50대 부부 다시 신혼

경상도 남자 경상도 여자의 소통


우리 부부는 둘 다 경상도 사람이다. 심지어 고향도 가깝다. 같은 군이다.

그렇게 얘기하면 대부분 그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냐고 물어본다. 그렇지는 않다.

성인이 되어서 아는 분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남편은 흔히 경상도 남자라고 하면 떠올릴 법한 말 수가 적은, 말하는 데 별 재주도 없고 흥미도 없는 딱 그냥 경상도 사나이.

나도 어릴 때부터  별명이 곰일 정도로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애교와는 담 쌓은 무뚝뚝한 경상도 여자.

그러면서도 남편이 무뚝뚝하고 잔 정이 없는 것이 결혼 생활 20여년 내내 서운하고 못마땅한 모순덩이.

늘 별로 말도 없는 남편이 어쩌다 한번씩 내뱉는 말한마디에 속상하고 삐지고 싸우고 울고...


아이들을 키울 때도, 집안의 대소사를 결정할 때도 늘 상의하거나 고민을 풀어놓고 대화하기 보다 혼자 고민하고 혼자 결정하고 통보하는 일방적인 소통에 불만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적응하고 20년을 넘게 살다보니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받아들이게도 되었지만

그래도 가슴 한 켠에는 앞으로 남은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 이 짝꿍과 어느 정도는 합을 맞춰야 인생이 좀 더 편안해지고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싶어 고민이다.

그동안 아이들 키우느라, 자기 일 자기 생활 각자의 인간관계 관리 등을 하느라 서로에 대해 무관심과 방관을 곁들인 적당한 거리두기를  해왔지만 이제 이 곳에선 우리 둘 밖에 없다.

남편은 그래도 회사에 출근해서 직장 동료들이라도 만나지만 나는 만날 사람이 아직 없다.

어쨌든 넷에서 다시 둘이 되었고, 50대에 다시 신혼처럼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다행히 남편도 둘이 잘 지내 보고자하는 의지는 있는 것 같고...


한동안은 정말 30대 결혼 초 첫 신혼때 처럼 남편 아침과 점심 도시락까지 챙겨서 출근시켜놓고 저녁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며 알콩달콩 잘 지내고 있었는데...  이 생활이  아직 채  한달이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신혼약빨이 떨어진  건지...

늘 다투던 문제로 오늘도  약간 다투었다.

나는 늘 뭔가에 쉽게 중독상태가 되곤 하는데 주로 드라마라든가 소소한 모바일게임 등에 한동안 푹 빠져서 적당히를 모르고 내리  몇시간동안 내내 매달려 있곤 한다. 나 스스로도 좋지 않은 건 알지만 남편이 그런 내 모습을 보기 싫어하고 간섭하고 심지어 기분 나쁘게 그만 두게 하려고 하면 반발심이 나고 화가 난다. 내가 애도 아니고... 그냥 ‘으이그 못 말리는 마누라’하고 봐 넘겨주면 될 것을 꼭 자기 불편한 마음을 불편한 언어로 표현을 한다.

그래도 이젠 쌓인 경험치 덕분인지 크게 폭발하기 전에 호흡도 생각도 각자 좀 다듬고 조절하면서 마음을, 감정을, 생각을 잘 전달하려고 했다.

같은 말이라도 내  감정이 상하지 않게 조금 더 이쁘게 말하든지 아니면 아예 당신이 그 자리를 피하면 좋겠다고....

  

싸울 일도 없고 늘 행복하기만 할 수는 없다. 늘 맑은 날만 있으면 그  지역은  급격히 사막화된다고 어느 유튜브에서 들었다.

문제가 있는데 덮어두고 조용조용히 넘어가기 보다는 오히려 건강하게 잘 싸우는(?) 법을 배우며 서로에 대해 더 잘 알아가고 깊은 정을 쌓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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