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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공기 Jun 04. 2020

붕괴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법




내가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귀신도 극악무도한 살인마도 아니라 ‘졸음운전’이다. 난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두 번 겪은 적이 있다. 다행히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지만, 폐차를 했었다.  그래서 장거리 운전을 할 때 마다 꼭 챙기는 것이 박찬호크림하고 드림카카오이다.(절대 광고 아님)


특히 요즘처럼 햇살이 눈부신 날에는 쉽게 비몽사몽해지기에 틈나는대로 차를 세워 목과 어깨에 박찬호크림(맨소래담같은 기능)을 발라주고 드림카카오 세 알을 입에 털어넣어 당을 보충해준다. 


그런데 오늘은 박찬호크림을 집에 두고 나왔다. 급한 마음에 드림카카오를 집어 들었는데 웬걸  ‘달그락’ 소리가 나지 않는다.


“설마 다 먹었다고? 분명 많이 남아있었는데...”


드림카카오 뚜껑을 열자 내 머리의 뚜껑도 열렸다. 


그야말로 ‘붕괴’되어 버렸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차문을 활짝 열었다. 다행히 오늘은 태풍이 심해 바람이 많이 불었다. 빨리 졸음을 내쫓고 싶어서 불쾌한 일을 상상했다. ‘분노’는 잠이 안오는데 도움이 된다. 


뭐라도 걸려라 하는 마음에 


한국교육, 한국인들 노동권에 대한 인식, 한국인들의 운전습관, 한국인들의 연예관, 한국인들의 자존감이... 떠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얼마 전 내게 짜증을 냈던 후배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후배에게 화가 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후배가 내게 화를 냈다.  


“형의 말을 계속 듣고 있으면, 한국인들은 그냥 개쓰레기네요...왜 그렇게 한국을 부정적으로 봐요?”


그의 핀잔에 난 변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한국 사람들이 쓰레기가 아니라 우리가 특수한 환경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자라다보니 대부분 비슷한 관념과 태도를 취하는데...물론 아닌 사람도 있지. 모두가 다 그렇다는 일반화는 아니야. 그런데 분명 비슷한 구석이 있어...그렇다고 부정적인 게 아니라 우리는 긍정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 변화를 위한 모먼트가 필요하고...


난 마치 터져버린 새우깡 봉지처럼 칠칠맞지 못하게 투박한 언어를 여기저기 사방팔방으로 흘리고 있었다.  


일종의 버릇이다. 


난 어릴 적부터 거시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내가 속한 공동체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무슨 문제가 터졌을 때 문제 자체를 보기보다 그 원인과 발생과정을 추리하곤 했다. 그래서대학 때 동아리 회장과 갈등을, 회사를 다닐 때 대표와 갈등을, 교회를 다닐 때 목사와 갈등을 겪었다. 신기하게도 그 공동체들은 모두 하나같이 붕괴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내가 공동체를 파괴한 것은 아니다. 나의 문제제기에 수장들은 “너나 잘하라”라는 말로 내 의견을 묵살시켰고, 문제는 산불이 번지듯 점점 더 커져갔고, 구성원들은 모두 떠나갔다. 하지만 나는 최후까지 남아있었다. 일종의 오기였을까?  최후의 목격자로 남고 싶었을까? 결국 난 끝까지 의리를 지킨 구성원인냥 대표가 떠날 때까지도 빈 자리를 지켰다. 사실 의리라기보다 ‘끝'을 봐야 내 연구가 드디어 종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난 시스템 덕후다. 초등학교 때부터 기계를 분리해서 작동원리를 분석하고 라디오키트를 잘 만들었다. 대학때 이후로 현재까지 수많은 공동체에서 조직관리 일을 해왔다. 그래서 오작동에 있어서 절대 특정한 부품 이나 개인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과정의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문제 삼는다. 과정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희망적이다.  


즉 나의 분노는 특정한 대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왜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가?’에 대한 ‘현상의 불만’이자 '과정의 불만'이다. 


예를 들어 한국교육은 교육의 목적이 대학입시인 현 상황을 탈피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본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어놓고, 동시에 너무 처벌이 약한 청소년보호법에 불만을 갖는 모순에 갇혀있다.   


노동권에 대해서는 배워본 적도 없기에 그저 잘리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노예근성에 사로잡혀서 어떤 불이익에도 감내하고, 동료가 부당한 처우를 당할 때도 눈을 감을 뿐이다. 지하철 노조의 파업으로 지하철이 연착되었을 때 왜 노조가 파업을 했는가? 궁금해 하기보다  불편함을 초래한 노조를 욕하고 본다. 물론 언론도 한몫한다. 작년 말 샤넬코리아 백화점 직원들이 출근시간보다 30분 일찍 출근해서 화장하고 단정하게 꾸며야 하는 회사방침에 대해서도 화장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해달라는 주장에 어떤 언론은 ‘값비싼 샤넬 화장품으로 마음껏 화장하는 것에 대해 감사해야지 오히려 성을 내냐며 노조원들을 탓하고 비난했다. 


운전대를 잡으면 욕을 많이 하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목숨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내 생명을 위협하는 난폭운전자들에게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온다. 아니 오히려 내가 보행자일 때 더 위협을 느낀다. 보행자들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자동차, 오토바이들이 너무 많다. 마음 같아서는 몸을 던져 부딪혀 막대한 보험금이라도 타고 싶은 심정이다. 아니면 운전자를 끌어내어 패주고 싶다. 보행자 우선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다. 그래서 더욱더 교통법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었던 가장 인상적인 연예관과 결혼관은 “형, 연예란 그저 식욕과 성욕을 함께 나누는 것 아닐까요?” “오빠, 결혼은 그저 거래라고 생각해요. 요즘 누가 사랑해서 결혼해요? 그저 먹고 살려고 하는 거지. 전 결혼에 관해서 어떠한 환타지도 없어요. 전 현실적이고 쿨해요.”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 생각에 동의하기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실제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대체적으로 자존감이 낮다. 그 이유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인데 성장과정에서 끊임없이 경쟁과 비교에 시달리며 자책과 소외받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자기 존재에 대한 확신과 당당함이 없다. 그래서 자신의 일상을 스스로 소외시킨다. 그러다보니 매우 의존적인 편인데 뿌리가 없으니 자기만의 기준이 없고 기준이 없으니 뭐가 하나 뜨면 판단 없이 화악 쏠리는 편이다. SNS올린 화려한 사진들 뒤로 그의 초라함이 느껴진다. ‘붉은악마’의 상징성이 단지 ‘한국 사람들은 단결을 잘 한다’로 보지 않고 ‘한국 사람들은 군중심리에 휩쓸리는 성향이 강하다.’고 본다. 그래서 지나친 국뽕도 혐오한다. 얼마나 자존감이 낮으면 국뽕에 그리도 쉽게 취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종의 의존증이다. 자존감이 없는 사람들 쉽게 ‘노예근성’에 사로잡힌다. 


한국사람들은 우주와 신체의 원리 정(육체)-기(소통)-신(정신, 비전)에서그저 정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생각의 초점이 그저 육체의 쾌락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성장하지 않고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미성숙한게 아닌가? 


그런 생각들을 하는 사이에 어느새 잠이 다 깼다. 


기분이 상쾌해졌다.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천박하다!”


마치 며칠 참은 변비를 해결한냥 후련해졌다.


아마 그 욕은 내 자신에게 하는 것일지 모른다. 


모든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인데...말이지.


나는 뭐하고 있는지.


그래 이 참에 그냥 붕괴되어 버리자!


붕괴는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코로나를 계기로 우리가 판을 새롭게 짰으면 한다.  


특히 학부모들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이번 기회에 진정한 교육이 뭔가 고민했으면 좋겠다. 


어차피 지금은 '명문대>대기업>신분상승'에 대한 패러다임이 붕괴된 지 오래다. 


그냥 아이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아이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것을 발전시켜주고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게 하고 특히 교육의 가장 중요한 부분, 타자와 잘 어울리는 사회적 능력을 향상시켜줬으면...한국에서 더 이상 지금처럼 소시오패스가 대량생산되지 않았으면 한다. 아이의 직업이나 아이의 밥그릇은 그냥 아이의 운명에 맡기기를 바란다. 


차문을 닫고 시동을 걸었다. 


오늘 문득 찾아온 깨달음은 


우리가 시간 속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시선과 태도가 변하면...


그 시간을 통해 오히려 진정 자유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단 한끝-차이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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