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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효진 Apr 27. 2019

2주 만에 돌아온 도쿄

2017.6.14~2017.6.24 ④, ⑤, ⑥, ⑦

자, 언급했던대로 슬슬 사진의 양이 현저히 줄고 있다.


왜인지 디쉬의 파스타 사진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여기서 런치를 먹고 사우다지를 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 날짜로 무릎이 아주 엉망진창이 된 사진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사우다지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고 들어오다가 샷시에 박았을 것이다.



나나메의 사진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여느 때처럼 나나메에서 일과를 끝내고 토미가야의 아침을 찍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일어나서 키라에게 추천을 받은 즈이쵸에 갔다. 메뉴는 가츠동과 맥주 밖에 없다. 맛집 포스가 물씬 풍겼다. 원래 시부야 구민들의 숨겨진 명소인 듯했지만 최근에는 외국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졌다고 한다. 키라의 추천은 옳았다. 개맛있었다.



다음은 감독이 생일 보답을 하겠다며 치쨩과 나를 불렀다. 난 뭐 한 것도 없는데 왜 부르지...


사실 이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이 둘과만났을 때 딱히 재미가 없다. 내가 2017년 6월 나나메에 푹 빠졌던 건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감독이나 치쨩, 키라와 만날 때는, 이들이 비록 나를 그 동네로 이끌어준 사람들이었을지라도 변변한 대화를 하지 않는다. 서로 궁금한 게 없어 보였다. 적어도 나의 성향 상으로는 한계가 있는 관계였다는 소리다. 지금은 나도 도쿄에서의 인간관계를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게 됐지만, 이번 여행까지만 해도 나는 이들 아니면 도쿄 자체가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그만큼 심정적으로 의지를 하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월급 탔다고 감독이 쏘는 샤브샤브를 먹고 잔지바루로 갔다. 캇쨩과 히라마가 있었다. 아마 이날도 감독이나 치쨩이 먼저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 솔직히 이럴거면 걍 내버려 뒀으면 싶었다.



다음날은 1월에 소개받았던 시오링을 만났다. 꽤 먼곳까지 움직였다. 건강식을 먹고, 쓸데없이 신사와 절들을 구경하다가, 블루보틀에 가서 커피와 와플을 먹었다. 일본인한테 일본인 욕을 그렇게 한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만난 일본인들은 일본인의 전형적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선도 잘 넘고, 필요 이상으로 잘 해주려고 하고, 의외로 정이 많았다. 다만 나라는 특이한 한국인을 대할 때 그에게 잘해주는 자기 자신에게 취해 있다는 느낌은 항상 있었다. 필요없는 호의를 베풀어 오히려 내가 눈치를 보게 만드는.



아무튼 감독의 구라 사건을 실컷 욕하니 맞장구도 쳐주고 신명이 났다. 일본어가 정말 많이 늘었다는 생각을 했다.



귀가하려고 보니 치쨩이 요코상이 일하는 스페인 음식점 시란토로에 가자고 했다. 대학 교수인 나토리상도 나와주었다. 일본어에는 욕이 너무 없어서 국딩 시절부터 욕쟁이 할머니로 불렸던 나로서는 답답하기 이를데가 없다는 말을 했다. 사무라이의 나라와 선비의 나라가 가진 차이점이라고 할까. 칼 차고 다니는 나라에서는 입씨름 붙으면 바로 피를 보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보니 말로 죽여버리는 욕이 발달하지 않았나,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하루의 종착역 나나메에 가서 텟쨩과 수다를 떨고 화과자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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