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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효진 May 06. 2019

그 거리의 여자

2018.4.3 ~ 2018.4.17 ⑬, ⑭, ⑮

결국 돌아가는 비행기는 나리타 출발 LCC를 고를 수밖에 없었다. LCC는 처음이어서 불안하기 그지 없었다. 심지어 그닥 싸지도 않았던 기억이다. 늘 짐이 꽤 무겁기 때문에 그걸 추가하고 하면 거의 20만원 정도는 들었던 것 같다. 어쨌든 17일 출발, 3일을 연장하고 말았다. 2016년 12월 이후 연장 자체가 처음이었다. 잘 데도 있고 믿는 구석이 있으니 그랬던 듯 싶다. 그리고 2018년 내내, 제때 돌아간 적이 없다.


역시 연장한 만큼 미친듯이 마셨던 것인지 이 3일 간의 사진은 거의 없다. 면접을 보기로 한 회사와는 18일, 귀국 다음날로 일정을 잡았다. 이때부터 한여름에도 오한이 드는 취업난을 경험하게 되었고, '인생 뭐 없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하게 됐다. 될 놈은 되는 법이고, 인생은 한 번 뿐이다.


정석대로 타나-네이바-나나메 코스였다. 굳이 한국, 한국인은 싫지만 나는 좋다고 말하는 이케쨩, 선장과 아침까지 마셨다. 아저씨 친구가 정말 많이 늘어났다.


네이바의 흔들린 피자
나나메의 이케쨩과 어느새 밝아온 창밖


진짜 이번 여행 마지막 밤이다. 역시나 새로 생긴 딤섬집에 꼭 가고 싶다는 맛스는 유키쨩과 나를 끌고 롯폰기로 향했다. 생긴지 3일 됐나 그런 유명한 가게였는데 줄이 어마어마했다. 식사 시간도 아니었는데 한 시간 정도는 줄을 섰던 것 같다. 한국이라면 10분 이상 안 기다릴 터인데...



줄을 서며 배가 고파졌는지 맛스가 롯폰기 힐즈로 들어가서 빵을 사다 줬다. 이걸 먹어도 식사 제대로 할 수 있으려나... 했는데, 이걸 좀 봐 주셨으면 한다.



전 메뉴를 다 시키는 맛스의 모습이다... 말 그대로 전 메뉴다...



그래서 이런 꼴이 나고 말았다. 아무리 대식가라도 다 먹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남은 음식은 포장해서 타나에 선물로 갖다주라고 했다. 손도 안 댄 메뉴도 있었다.


그나마 저렴한 편이라고 해야 할지...


마지막 밤이지만 평일이라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타나에 음식들을 갖다주고 좀 빨리 네이바로 갔다. 그새 배가 고파져서 스팸계란을 시켰다. 이거 밥도둑이다. 음식 제대로 하는 집은 타나지만 내 입맛은 네이바다.


연장 이후부터 기관지 상태가 좋지 않더니 이날은 맑은 콧물까지 줄줄 흘렀다. 치쨩은 어엿한 일본인이 돼서 화분증에 걸린 것이라고 했다. 다 좋은데 제발 알레르기만은...



마지막이라고 동네 설정상 나의 전남편인 텟쨩에 타나 부부까지 네이바에 집합해 주었다. 그런데 엄청 귀찮은 여성 고객분이 있었다.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내가 국적을 밝히면 꼭 한국을 좋아한다거나, 언제 여행을 갔다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정도 당연한 부분이긴 하지만 거기에 어떤 리액션을 해야 좋단 말인가. 아이고 감사합니다? 즐거우셨나요? 대충 그렇게 답해도 이 여성 고객분은 멈추지 않고 한국 이야기로 교감을 시도해서 보통 곤란했던 게 아니었다.


11시 50분 나리타 출발 비행기라 잠도 잘 겨를 없이 신주쿠터미널에서 리무진을 탔다. 의외로 시간이 남아서 그렇게 먹고 싶었던 맥도날드에 갔다. 그런데 아직 맥모닝 시간이라 빅맥을 주문할 수 없었다. 점원에게 빅맥을 기다리겠습니다 선언하고 자리를 잡았다. 한 30분을 기다렸는데 5분 만에 해치웠다. 그리고 다음날 면접에서는 사장님과 지연까지 있어서 기대를 했건만, 처참히 낙방하고 말았다.


버거가 나오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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