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4.3 ~ 2018.4.17 ⑬, ⑭, ⑮
결국 돌아가는 비행기는 나리타 출발 LCC를 고를 수밖에 없었다. LCC는 처음이어서 불안하기 그지 없었다. 심지어 그닥 싸지도 않았던 기억이다. 늘 짐이 꽤 무겁기 때문에 그걸 추가하고 하면 거의 20만원 정도는 들었던 것 같다. 어쨌든 17일 출발, 3일을 연장하고 말았다. 2016년 12월 이후 연장 자체가 처음이었다. 잘 데도 있고 믿는 구석이 있으니 그랬던 듯 싶다. 그리고 2018년 내내, 제때 돌아간 적이 없다.
역시 연장한 만큼 미친듯이 마셨던 것인지 이 3일 간의 사진은 거의 없다. 면접을 보기로 한 회사와는 18일, 귀국 다음날로 일정을 잡았다. 이때부터 한여름에도 오한이 드는 취업난을 경험하게 되었고, '인생 뭐 없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하게 됐다. 될 놈은 되는 법이고, 인생은 한 번 뿐이다.
정석대로 타나-네이바-나나메 코스였다. 굳이 한국, 한국인은 싫지만 나는 좋다고 말하는 이케쨩, 선장과 아침까지 마셨다. 아저씨 친구가 정말 많이 늘어났다.
진짜 이번 여행 마지막 밤이다. 역시나 새로 생긴 딤섬집에 꼭 가고 싶다는 맛스는 유키쨩과 나를 끌고 롯폰기로 향했다. 생긴지 3일 됐나 그런 유명한 가게였는데 줄이 어마어마했다. 식사 시간도 아니었는데 한 시간 정도는 줄을 섰던 것 같다. 한국이라면 10분 이상 안 기다릴 터인데...
줄을 서며 배가 고파졌는지 맛스가 롯폰기 힐즈로 들어가서 빵을 사다 줬다. 이걸 먹어도 식사 제대로 할 수 있으려나... 했는데, 이걸 좀 봐 주셨으면 한다.
전 메뉴를 다 시키는 맛스의 모습이다... 말 그대로 전 메뉴다...
그래서 이런 꼴이 나고 말았다. 아무리 대식가라도 다 먹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남은 음식은 포장해서 타나에 선물로 갖다주라고 했다. 손도 안 댄 메뉴도 있었다.
마지막 밤이지만 평일이라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타나에 음식들을 갖다주고 좀 빨리 네이바로 갔다. 그새 배가 고파져서 스팸계란을 시켰다. 이거 밥도둑이다. 음식 제대로 하는 집은 타나지만 내 입맛은 네이바다.
연장 이후부터 기관지 상태가 좋지 않더니 이날은 맑은 콧물까지 줄줄 흘렀다. 치쨩은 어엿한 일본인이 돼서 화분증에 걸린 것이라고 했다. 다 좋은데 제발 알레르기만은...
마지막이라고 동네 설정상 나의 전남편인 텟쨩에 타나 부부까지 네이바에 집합해 주었다. 그런데 엄청 귀찮은 여성 고객분이 있었다.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내가 국적을 밝히면 꼭 한국을 좋아한다거나, 언제 여행을 갔다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정도 당연한 부분이긴 하지만 거기에 어떤 리액션을 해야 좋단 말인가. 아이고 감사합니다? 즐거우셨나요? 대충 그렇게 답해도 이 여성 고객분은 멈추지 않고 한국 이야기로 교감을 시도해서 보통 곤란했던 게 아니었다.
11시 50분 나리타 출발 비행기라 잠도 잘 겨를 없이 신주쿠터미널에서 리무진을 탔다. 의외로 시간이 남아서 그렇게 먹고 싶었던 맥도날드에 갔다. 그런데 아직 맥모닝 시간이라 빅맥을 주문할 수 없었다. 점원에게 빅맥을 기다리겠습니다 선언하고 자리를 잡았다. 한 30분을 기다렸는데 5분 만에 해치웠다. 그리고 다음날 면접에서는 사장님과 지연까지 있어서 기대를 했건만, 처참히 낙방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