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개념과 발전과정 및 상호 관련성에 관하여
산업화-세계화-정보화 등으로 인해 세상이 급변하면서 그에 따른 사회문제와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럽게 맞이하게 된 팬데믹은 사회의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정부 즉, 공공의 역할이라 여겼고,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은 시민사회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가 고도화되고 다변화되면서 공공과 시민사회가 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 도래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었으며,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레 뒤따랐다. 그로 인해 등장하게 된 CSR, 지속가능성(발전), ESG의 개념과 발전과정을 살펴보고 상호 관련성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먼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뜻한다. 이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53년, 미국의 ‘하워드 보웬’ 교수에 의해서다. 그의 책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에 의하면,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은 우리 사회의 목적과 가치에 알맞게 기업가들이 의사결정을 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행동에 옮기는 의무’라는 개념을 언급하고 있다. 사회공헌은 물론 공급망 관리, 인권 등을 통틀어 칭하는 표현으로 기업이 사회를 위해 하는 부가적인 행위로 인식되었다.1)
이후 1991년에 경영학자인 ‘아시 캐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경제적 책임-법적 책임-윤리적 책임-자선적 책임의 4단계로 구분하였다. 1단계인 경제적 책임은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이윤을 창출하고 고용을 확대하는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말하며, 2단계인 법적 책임은 안전한 제품 생산과 투명한 회계 운영이 이에 속한다. 3단계인 윤리적 책임으로 환경과 사회에 이롭도록 도덕적 규율의 준수를 강조하고, 4단계인 자선적 책임은 기업의 이윤을 소외계층 지원에 활용하는 사회공헌으로 구분했다.
이러한 CSR은 기업이 쌓아 올린 수익 중 일부를 사회에 기부하거나 공헌한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자선활동이 대표적이라 인식되었다. 사회로부터 배척당하는 기업의 행태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소극적 책임으로 여겨졌으며, 비재무적 구조로 인식해서 소홀한 경향이 다분했다.2) 즉, 다수의 기업이 아시 캐롤이 제시한 사회적 책임 단계의 자선적 책임인 사회공헌 정도만을 수행한 것이라 하겠다.
기업의 책임 단계에 대한 구분인 CSR과 달리, 기업의 역할을 ‘경제·사회·환경’의 역할로 구분한 개념이 바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지속가능’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을 한 것은 1713년 한스 카를(Hans Carl)이라는 독일의 산림경제학자에게서 그 시초를 찾아볼 수 있다. 이후 1952년에 일반 경제학에 수용되었으며, 1972년에 개최된 인간과 환경에 관한 유엔 회의에서 ‘지구의 날’을 선포하면서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현세대의 필요한 것을 충족하되, 미래세대의 가능성을 파괴하지 않고 인간과 환경이 조화를 이루며 경제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후 경제와 환경의 공존 개념으로 각국에서 지지를 받아 확산하기 시작했고, 1987년에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개념으로 제안되었으나, 이 용어가 공식적으로 채택된 것은 1992년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에서 ‘의제21(리우환경선언)’이라는 문건에서 사용되면서였다.
이러한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이슈가 대두되고 그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전 지구적인 환경파괴, 그로 인해 발생하는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인류의 미래가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서 최근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ESG의 출발과도 연관이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적 책임(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합성어로, 경영의 축 혹은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 세 가지의 비재무적인 요소를 고려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을 뜻한다. 이 용어는 2003년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3)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으며, 유엔글로벌콤팩트(UNGC)도 2005년에 이를 받아들여, 2006년 두 기관이 공동으로 유엔책임투자원칙(UN PRI)을 제정했다.4) UN PRI 6대 책임투자 원칙에는 ‘투자 분석과 투자의사 결정에 ESG를 반영하고, ESG를 주주권 행사에 활용하며, ESG 정보공개를 요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로 인해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투자자의 니즈(needs)로 인식되었으며, 반드시 해야만 하는 행위로서 ‘투자 원칙이자 철학, 전략’으로 강조되며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즉, ESG를 고려한 투자가 주류가 되었으며, 위험회피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투자의 새로운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앞으로 온실가스를 얼마나 감축할 것인지, 팬데믹과 같은 상황에서 직원들과 협력사의 건강이 보장되는지, 다양성을 고려한 이사회 운영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투자자들이 기업에 정확한 수치와 근거를 바탕으로 정보를 요구하게 되면서, 이러한 비재무적 요소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이슈가 대두되고 있다.
위의 내용으로 볼 때 과거에는 CSR을 하지 않는다고 기업을 낮게 평가하거나 투자를 철회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ESG를 고려하지 않거나 잘 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나 주주들이 투자를 철회할 수도 있을 정도로 필수불가결의 요소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가 국내에 빠르게 유입되면서 기업들이 혼선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아직 ESG 평가 지표가 모호하기도 하고, 과거에 기업이 CSR을 대하듯 새롭게 풀어나가야 할 ‘귀찮은 숙제’ 정도로 인식을 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 ESG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 기업의 핵심 사업에 적극적이고 전략적으로 도입하고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엿보인다. 즉, 사회적 가치를 내재화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마련을 통해서 환경과 사회에 리스크를 줄여나가고 성과도출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국제사회 혹은 관련 기구에서는 이를 측정할 지표의 마련이 요구된다.
[ 각주 및 참고자료 ]
1) 사회적가치연구원 유튜브, '헷갈리는 사회적 가치 개념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영상 요약 및 재구성, https://youtu.be/Fjm191Z5Bng
2) 이것이 ESG다, 매일경제신문사, 2021, p.11.
3) 유엔환경계획과 주요 금융기관들이 결성한 국제 파트너십
4) 임대웅 UNEP EI 한국 대표의 설명
※본고는 인하대학교 대학원 문화경영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 지속가능경영을 부전공하면서 2022학년도 2학기에 수강한 '지속가능경영전략'이라는 과목의 기말고사 과제로 작성한 글을 업로드한 것임을 밝힙니다. 따라서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원고이므로, 오류나 토론해야 할 지점이 있다면 언제든 편하게 댓글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