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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네아 Mar 11. 2018

삶의 질을 높여 왔던 물건들의 기록

물건에 대한 고찰을 통한 취향 찾기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건강한 식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인 줄로만 알았다. 여행과 음식에 대한 에세이들을 읽고 나니,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 고유한 문화와 역사를 바탕으로 발전해온 것임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내가 쓰는 물건은 어떨까?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우선순위를 정해서 꼭 필요하거나 갖고 싶은 물건을 산다. 우리가 매일 음식을 먹듯, 물건을 사고 나면 매일 사용하거나 감상한다. 한정된 예산 하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해서 구입한 물건, 특히 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물건이 아닌 것일 수록 개인의 취향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사고 싶은 모든 물건을 망설임 없이 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이 많은 경우는 논외로 치자.) 요즘은 유통 채널과 구입 방식이 다양하다 보니 어디에서 어떻게 물건을 사는지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기도 하다.


난 조금 시간을 들이더라도 충분한 정보 검색을 거친 후, 마음에 드는 물건이 나와야 구매한다. 오랜만에 주말에 마음먹고 필요한 물품을 인터넷에서 고르다가 몇 시간이 훌쩍 가기도 한다. 그렇게 고른 물건 중 가장 만족한 것들은? 몇 개 생각해보았다.


1. 블루투스 스피커

전국의 수많은 자취생들이 블루투스 스피커를 삶의 질을 높여준 아이템으로 손꼽았다. 나도 스마트폰으로만 음악을 듣다 보니 블루투스 스피커가 있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만 해왔다. 그러다가 어느 날 본가에서 혼자 남아 커피를 마시려 하는데 커피머신 옆에 낯선 물건이 보였다. 생긴 게 딱 블루투스 스피커 같길래 호기심에 블루투스를 연결해봤다. 스마트폰에서 약간 갇혀 있는 듯한 사운드가 스피커를 통해 웅장하게 뻗어 나온 순간 이미 고민할 필요 없이 구매를 결정했다.

그렇게 블루투스 스피커가 운명처럼 삶에 들어왔다. KBS 라디오 앱으로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유용하게 사용하는 중이다. 다른 장르의 음악에서는 그렇게 드라마틱한 음질 차이를 느끼진 못한다.

음악을 듣기 전 세팅부터...


2. 네스프레소 머신

1인 가구 생활을 시작할 때 네스프레소 머신은 위시리스트 0순위에 있던 제품이다. 워낙 카페인 없이는 살 수 없었고 지금처럼 차(Tea)를 많이 마시던 시절도 아니라서, 매일 한 두 잔씩 뽑아 먹는 게 일상이 되었다. 백화점에서 캡슐을 사 갈때마다 스스로 돈을 번다는 여유를 느끼곤 했다. 가끔 네스프레소에서 리미티드 에디션 캡슐을 출시하는데 특히 오스트리아의 디저트를 모티브로 한 커피들은 당시에 신세계와도 같았다. (요즘 나오는 리미티드 에디션은 패키지는 예쁜데 맛은 그다지 모르겠다.)

네스프레소 머신과 아이스라떼


3. 남향 집

예전에는 남향에 살아본 적이 없었다. 본가의 내 방은 동향, 베란다는 서향이고 첫 번째 자취집도 북서향이어서 햇빛이 잘 들지 않았다. 본가 집은 선택 사항이 아니지만 자취집은 1년 단위로 자유롭게 옮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이사 시 채광을 중점적으로 알아본 결과 정남향에 가까운 지금의 집에 살게 되었다.

남향 집의 장점은 겨울에 제대로 드러난다. 전생에 나무나 풀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겨울이면 항상 계절성우울증에 걸리는데, 남향 집에 살면서 많이 나아졌다. 겨울에는 오전 9시~오후 1시 사이에 햇빛이 정면으로 내리쬐기 때문이다. 맑은 주말 아침에 햇빛 드는 방향으로 침대에 앉아서 독서하면 한 주의 스트레스가 풀린다.

이건 우리집은 아니지만 햇빛이 잘 들어온다는 건 이런 느낌!

4. 초록 식물

처음 1인 가구 생활을 시작할 때는 꼭 집안에서 꽃 피는 식물을 키우고 싶었다. 북서향 집에서 식물 광합성용 램프까지 사서 키웠건만 여러 조건이 안 되어서 떠나보낸 화초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어쩌다 산 초록 식물인 호야가 꿋꿋이 잘 자라는 모습에서 초록 식물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금 집으로 이사온 후 고사리를 하나 샀다. 추운 겨울에도 초록이들은 햇빛이 비칠 때 반짝거리며 잠시나마 나를 여름으로 초대한다.


보시다시피 '이것은 분명 내 삶의 구원자다'라는 확신을 갖고 산 물건도 있고, 효용성을 반신반의하다가 갑자기 내 마음으로 훅 들어온 물건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지름'을 단행하게 되는 만큼, 마케팅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하는 엉뚱한 생각으로 샐 때도 있다. 보통은 이런 식으로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의 속성을 분석하면서 스스로 취향을 되돌아보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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