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넘 앤 메이슨의 왕실 마케팅
올해 5월, 차 애호가의 영원한 드림시티인 런던을 방문했다. 런던에 가고 싶은 단 하나의 이유를 꼽으라면 포트넘 앤 메이슨에서 애프터눈 티를 마시는 것이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포트넘 앤 메이슨 매장에 도착한 날은 로열 웨딩(5월 19일) 바로 하루 전이었다. 로열웨딩 기념차인 'The Wedding Bouquet Blend'와 머그잔이 매장 곳곳에 디스플레이되어 있었다. 런던 여행 기간 동안 대여섯 군데의 티샵을 방문했지만 그중에서도 흔치 않은 광경이었다.
왕실의 하인이었던 윌리엄 포트넘과 마차 대여점을 운영하던 휴 메이슨은 1707년에 포트넘 앤 메이슨을 설립했다. 포트넘 앤 메이슨 차의 품질은 믿을만했고, 포트넘 가문이 오랫동안 왕실에서 일했다는 인연도 깊었다. 덕분에 1867년에 왕실에 식료품과 차를 납품하는 업체로 지명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영국 왕실에 납품하는 고급 티 브랜드'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포트넘 앤 메이슨은 특히 적극적으로 왕실 마케팅을 전개한다. 앞서 언급했던 로열 웨딩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슈에 맞추어 차를 출시해 왔다.
이 브랜드의 대표 블렌딩인 'Royal Blend'와 'Queen Anne' 또한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왕실과 연관성을 가진다. 아쌈의 맛이 강하게 나는 'Royal Blend'는 원래 에드워드 7세를 위한 특별 블렌딩이었다. 부드러운 실론이 더 많이 섞인 'Queen Anne'은 1907년 브랜드 설립 200주년을 기념하여 1707년 당시 통치했던 앤 여왕의 이름을 딴 블렌딩이다.
'Smoky Earl Grey'는 왕실의 요청으로 만든 홍차다. 스모키한 향과 시트러스 향이 조화를 이룬다. 스모키한 향은 18~19세기에 주로 수입했던 랍상소우총의 특징이며, 시트러스 향은 영국의 상징적인 가향차인 얼그레이의 특징이다. 영국인들이 랍상소우총과 얼그레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짐작하게 한다.
그 외에도 엘리자베스 여왕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한 'Coronation'과 'Diamond Jubilee' (지금은 'Jubilee'로 온고잉 중) 등의 블렌딩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런 블렌딩은 보통 아쌈/실론/기문 홍차를 베이스로 하는데, 올해 로열웨딩 기념차는 녹차를 베이스로 민트와 각종 꽃잎을 섞어서 그들의 결혼만큼이나 꽤 파격적이었다. 참고로 이 차는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21세기에 왕실이라니 시대착오적인 느낌이 없진 않으나, 포트넘 앤 메이슨 홍차의 특별한 품질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드는 데도 왕실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영국식 홍차 문화 중 하나의 아이템 정도로 즐기면 포트넘 앤 메이슨과 조금 더 친해지지 않을까 한다.
◎ 참고문헌
Fortnum&Mason, 『Tea at Fortnum&Mason』, Ebury Press,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