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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네아 Jul 29. 2018

늦게 쓰는 프롤로그

홍차로 글을 쓰고 싶어진 이유

차 마시기에 관심을 가진 지는 10년이 다 되어 간다. 혼자서 차를 마실 때는 왜 차를 마시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티 테이스팅 클래스에 들어간 첫날, 수업에 등록한 이유를 말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는 자신감 넘치게 차를 더 알고 싶어서라고 말했지만 나는 왜 차를 마시는지에 대한 의문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건강을 목적으로 마시지도 소확행을 누리기 위함도 아니었다. 오랫동안 혼자서 차를 마셔왔으니 다른 사람의 영향 때문도 아니었다.


이유는 복합적이었지만 한 단어로 요약하면 '다양성'이었다. 어릴 때부터 종류가 많은 것을 좋아했고 수많은 무언가 중 하나를 선택하는 행위는 즐거움이었다. 차 또한 지역과 기후에 따라 맛과 향이 매우 다양한데 블렌딩 차까지 더해지면 선택의 폭은 더욱 넓어진다. 블렌딩 차는 마케팅을 위해 아름답거나 의미 있는 이름을 달고 출시된다.

 

차의 다양성을 이름에서 찾다

아름답거나 의미 있는 이름은 스토리를 가진다. 반짝일 정도로 아름다운 이름은 해당 브랜드가 속한 국가의 문학적 배경을 짐작하게 한다. 그 나라의 기념일이나 특정 도시, 행사 등을 이름으로 붙여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또 같은 이름을 가지고 여러 브랜드가 각자 개성 있는 블렌딩을 출시하기도 한다. 어떤 방향으로든지 이름과의 연관성을 탐색하다 보면 한 나라의 문화를 희미하게라도 살펴볼 수 있다. 그래서 차의 다양성 탐구를 맛이나 향이 아닌 이름에서부터 시작하고 싶었다.


1인 가구의 소소한 삶, 여행, 미식

그리고 홍차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재미있게 읽었던 에세이들이 있다. 주제는 1인 가구의 소소한 삶, 여행, 미식으로 각자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자신의 경험을 몰입감 있게 쓰고 중간중간에 작가의 삶의 통찰이나 여행지, 음식 정보가 어우러진 것이다. 에세이들의 주제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졌던지라 이 세 권의 에세이들은 지침서가 되었고 삶을 풍요롭게 해주었다. 책을 읽기만 하다가 언젠가 직접 이런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바로 홍차가 떠올랐다. 어렴풋이 차를 좋아하기 시작한 분들이 이 글을 보고 내가 느꼈던 풍요로움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어떨까?


글쓰기는 공부를 위한 수단

『이름으로 마시는 홍차』에 여태까지 세 개의 글을 올렸지만 쉽지 않았다. 감정보다는 실제 내용과 경험을 쓰려고 하다 보니 사실여부를 체크하는 게 시간이 꽤 많이 걸린다. 티클래스에서 배웠던 내용은 최대한 나의 언어로 소화해서 쓰고, 배우지 않은 내용들은 따로 책이나 인터넷을 찾아서 쓴다.  그러면서 공부가 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다소 모호하거나 식상하더라도 계속 쓰는 과정에서 나만의 접근법을 찾을 것이라 믿는다. 최근 개인적으로 중요했던 일을 끝냄과 동시에 글쓰기 소모임에 가입했으니 당분간 매주 일요일에 『이름으로 마시는 홍차』업데이트를 할 예정이다.


참, 모든 차가 아닌 홍차에 대해 쓰려고 하는 것은 단순히 홍차가 입맛에 맞기 때문이다. 여러 차 종류를 마시다 보면 취향이 생기는데 개인적으로는 홍차의 적당히 발효된 무게감이 좋다. 이름을 주제로 글을 쓰다가 가끔 녹차나 우롱차가 등장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블렌딩 홍차의 이름에서부터 출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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