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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네아 Nov 20. 2019

겨울, 보이차 그리고 다시 찾은 차생활의 즐거움

2019년 11월 초순의 기록

드디어 차를 매일 끼고 살아야 할 겨울이 왔다. 각성효과가 덜하고 빈속에 마셔도 될 차가 필요해서 카페쇼에서 보이숙차를 샀다.

지난주에는 극심한 번아웃을 느꼈다. 책을 쓰는 것 외에도 개인적으로 바쁜 일이 있었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살아왔는데 일이 조금씩 해결되려니 긴장이 풀리면서 더 게으름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상대방의 답변은 기약 없이 오지 않아 막연함과 열패감을 안은 채 방황하기 시작했다. 남은 두 달간 겨울잠이라도 자고 싶을 만큼.

월요일 저녁, 고장 난 와이파이가 의외로 쉽게 수리가 되었다. 건강하고 맛있게 요기를 한 후 보이차를 마시면서 잔잔한 유튜브 영상을 보고, 인스타그램에 밀린 피드를 올리고 온갖 잡일들과 온라인 쇼핑까지 했는데도 차생활에 대해서 글 쓸 시간이 있다. 행복한 시간이다. 오늘의 보이차는 꽤 저렴한 편이지만 적당히 즐기기에 충분했다. 시간을 내어 맛보고 개완에 물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선을 잘 파악하고 내게 적당한 찻잎의 양과 우리는 시간을 파악하려고 끊임없이 돌아보게 만들었다.

보이차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이렇게 부드러운 보이숙차라면 웬만큼 익은 생차와 구별하기 힘들 것 같다. 홍차를 주제로 책을 썼지만 보이차는 완전히 다른 영역 같다. 마침 최근 내 주변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이 오버랩된다.

어떤 일에 대해서 인정을 받고 승승장구한다고 다른 일에서 꼭 그러리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과거의 성과와 현재의 자신을 구별하는 게 의외로 어렵다. 항상 자신을 돌아보고 객관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이 절실해진다. 정확하게 자신을 돌아볼 수만 있다면 괜히 자신을 낮추어서 남들에게 우습게 보일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보이차 덕분에 평범한 차생활의 즐거움을 다시 찾게 되어 다행이다. 일단 이렇게 휴식하며 때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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