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

당신도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어릴 때 할아버지댁에 자주 갔다. 차로 20-30분 정도 걸려서 한달에 두 번 정도 찾아뵈었던 것 같다. 나는 차에 타자마자 잠이 들곤 했다. 차가 멈추어서 깨보면 항상 할아버지댁이 아니었다. 댁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는 슈퍼마켓이었다. 아버지가 잠깐 차를 대놓으면 어머니는 항상 과일을 적게는 한 봉지 크게는 한 박스씩 샀다. 어쩌다가 깜빡하고 슈퍼에 안 들린 날이면 할아버지댁 앞에 왔다가도 다시 되돌아갔다. 나는 자다 깬 마음에 '아니 할머니댁 하루이틀 가는 것도 아닌데 뭘 귀찮게 갈 때마다 과일을 사나..' 했었다. 그냥 빨리 가서 할머니가 해주신 저녁밥이나 먹고 싶은데, 갈 때마다 슈퍼 앞에 주차해서 5분, 10분씩 서 있는게 답답했었다.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 웹툰 <송곳>


결혼하고 나니 왜 어머니가 그 때마다 과일을 사가셨는지 알게 되었다. 손자손녀 입장에서야 마음 편히 가면 되는 할아버지댁이지만, 며느리나 사위 입장에서는 빈손으로 가기엔 찜찜할 수 있는 곳이다. 서는 곳이 달라지니 정말 풍경도 달라졌다. 가까운 가족 간의 일도 이럴진대 회사에선 오죽할까.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하면 짜증날 일이 많다. '왜 이런 것까지 결재를 받아야 하는가?', '왜 내가 이렇게 잘하고 열심히 하는데 승진을 빨리 시켜주지 않을까?', '왜 이 프로세스는 이렇게 비효율적일까?' 밖에서 생각하던 직장 생활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막상 조직에서 일하는 현실을 접하고 나면 수많은 불만이 생기게 된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 당신이 일을 잘한다는 전제 하에, 리더가 될 기회는 언젠가 반드시 온다. 작은 조직이든 큰 조직이든 사람들을 이끄는 자리에 가보면 당신이 이전에 품었던 의문들에 대한 답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회사 내 문제들을 합리화한다거나 방관해도 좋다는 뜻이 아니다. 청산해야 할 적폐나 비효율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경우, 시야가 넓어지고 나면 그것이 조직으로서 최선이었음을, 당신이 리더가 되어도 별다른 대안이 딱히 없음을 알게 된다. 당신보다 먼저 회사에 들어왔던 사람들이 당신보다 못나서 지금의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당신도 서는 곳이 바뀌면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회사에 불만과 적개심만 가득한 것은 당신에게 좋지 않다. 왜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시야를 넓혀 생각해보고, 지금 이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건설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연관글 : 빠르게 승진하는 사람의 비밀)




- 직장생활 어드바이스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 많은 컨텐츠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원문 링크 : 직장생활 어드바이스

(https://www.workadvice.biz/post/008161)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의 의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