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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는 위선이 직업이다

광고주와 컨텐츠 소비자 사이 끊임없는 줄타기

초등학생 장래 희망 직업 1위가 유튜버라고 하던게 엊그제였는데, 요새는 뒷광고로 인해 유명 유튜버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내돈내산'이라고 주장하는 광고는 시청자에 대한 기망이다. 거짓말을 한 이상 이런저런 변명을 해봤자 디펜스가 가능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냥 유튜버들만 욕하고 넘어가기에는 찜찜하다. 사실 이건 미디어 산업 전체의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주 간단하게만 보면, 미디어 산업은 기본적으로 컨텐츠 생산자, 컨텐츠 소비자, 광고주의 3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생산자 (유튜버, 신문사, 방송국) 측에서 컨텐츠를 만들면, 소비자 (유튜브 유저, 신문 구독자, 방송 시청자)가 컨텐츠를 보고, 광고주가 그 소비자들의 Eyeball을 사기 위해 컨텐츠 생산자에게 돈을 지급하는 구조이다.


다른 산업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 둘만 있기 때문에, 생산자는 소비자만 보고 물건을 만들어 팔면 된다. 하지만 미디어 산업에서는 광고주가 생산자의 1차 목줄을 쥐고 있다. 나아가, 그 컨텐츠를 아무도 안봐주면 광고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컨텐츠 소비자가 2차 목줄을 쥐게 된다. 즉, 크리에이터든 전통 신문/방송사든 미디어 산업에서 컨텐츠 생산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두 세력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광고주는 '내 돈 주고 내가 산' 광고 지면이기 때문에 내 제품이 어떤 각도로 나와야 하는지, 광고를 할 때 그 모델 (크리에이터)의 표정이 어떻게 지어져야 하는지까지 컨트롤 한다.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게 나와야 광고 효과도 크기 때문에, 광고주는 컨텐츠 생산자에게 '연기'를 주문하게 되고, 크리에이터들은 결국 팬들의 신뢰와 자신의 양심을 천천히 돈과 바꾸게 된다.


결과적으로 광고 기반 미디어 산업에선, 구조적으로 어느 정도의 위선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유력 신문사들이 광고주를 위해 홍보성 기사를 쓰고 비판성 기사는 내리는 것도 사실 같은 맥락이다. 아무리 실력 있는 명품 배우라고 해도 <보좌관>의 이정재는 극의 흐름을 깨면서 세라젬 안마기를 써줘야 하고, <비밀의 숲 시즌2>의 조승우, 배두나는 극의 배경이 2019년 3월이지만 2019년 11월에 나온 현대차 신형 모델을, 반드시 '로고가 보이도록' 타줘야 한다.


이런 구조가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 더 많은 사람이 경제적 부담 없이 양질의 컨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유일하다. 하지만 당신이 이런 위선을 조금도 용납하기 싫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컨텐츠 소비자들이 직접 생산자에게 돈을 내면 된다. 내 컨텐츠를 보기 위해 기꺼이 돈을 내는 소비자가 있을 때, 비로소 컨텐츠 생산자는 소비자만을 위해 진정성 있는 컨텐츠를 만들게 된다. 개인적으로 2개의 매체를 유료 구독 중이다. '내 돈 주고 내가 산' 컨텐츠다 보니 이 매체가 광고주의 이익 때문에 허튼 짓을 하진 않을 것이란 신뢰가 있다. 컨텐츠의 내용도 매우 훌륭할 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피드백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다시 한 번 깨닫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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