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쿠바에서 인터넷이란 낯선 존재다.
인터넷을 하려면 사진과 같이 전화국(Etecsa) 앞에 긴 줄을 서서 기다린 뒤 인터넷 카드를 구매하고는 공원이나 지정된 호텔 로비에 가서 코드를 입력한 뒤 이용할 수 있다. 덕분에 저녁이면 공원은 늘 인터넷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1시간 이용권은 전화국에서 직접 기다려서 살 경우 2 CUC(2,400원. 2015년 기준)이고, 긴 줄을 기다릴 엄두가 나지 않으면 공원에 항상 대기 중인 삐끼들에게 3 CUC에 구매하면 된다. 즉, 공원에서 살 경우 1 CUC 더 비싸게 사는 꼴이다.
듣기로는 몇 달 전만 해도 1시간에 만원 정도 했다고 하니, 그래도 지금은 꽤 괜찮아진 편이다. 사실 이 천원이 그렇게 비싼 돈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괜스레 돈 주고 인터넷을 하려니 생 돈 나가는 느낌이기도 하고, 현지 물가에 적응하다 보면 100원에도 민감해지는 것 아니겠는가.
한국에 있을 때는 어딜 가나 LTE 혹은 와이파이가 빵빵 터지기에 소중함을 몰랐는데 여기 와서 이렇게 한시간씩 구매해서 쓰려니 그 짧은 시간이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다.
뭐, 그래서 결론은
좋았다.
어느 곳에서나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종이쪽지에 글씨를 써서 누군가에게 말을 전하고,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각자 핸드폰만 들여다 보기 보단 누군가와 이야기를 주고받고,
무료할 때 아무 생각 없이 가십거리를 들여다 보기 보단 나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하고.
인터넷으로 블로그를 뒤적거려 누군가의 발자취를 쫓는 여행이 아닌 정답이 없는.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여행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자의가 아닌 타의였지만 이제 지구 상 어느 곳에서도 쉽게 느낄 수 없을 꽤 달콤한 불편함이었다.
딱히 할 일도 없으면서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나 같은 인간에게는 더욱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