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가난한 자
명예롭지 못한 자
타인의 삶을 살았던 자(슈슈 씨)는
죽어서 저승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저승사자 님의
기분이 좋아 보였습니다
럭키-
먼저 가난한 자가 말했습니다
"제 평생 배터지게 먹는 게 소원입니다"
저승사자 님은 흔쾌히
하고 말했습니다
다음엔 명예롭지 못한 자가 말했습니다
"살아생전 먹고 살 만큼 살았으니
국회의원 자리에서 권력이나 한번 누려보고 싶소"
쿨한 저승사자 님은 이번에도
하고 웃으며 허락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타인의 삶을 살다 죽은 슈슈 씨가
말했습니다
"작가로 사는 게 꿈이었는데
월급쟁이로만 살다가
그만 명을 달리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약간의 시간과 자유를 허락해 주십시오"
슈슈 씨의 소원을 듣던
저승사자 님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쿨하지 못한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네가 살아 있는 동안 평생 가지고 있던 게 바로
시간과 자유였다
그걸 여기 와서 또 찾느냐
정말 너처럼 욕심이 많은 인간은 처음 봤다"
결국 슈슈 씨의 소원만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