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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nebear Jan 07. 2021

마음 사용법

그냥 써보자

마음을 숨겨두면 내 스케이트처럼 되고 말 거예요.
실패를 두려워하면 사랑을 못해요.


   만인의 크리스마스 메이트, 영화 '나 홀로 집에'에 나오는 명대사이다. 주인공 케빈이 뉴욕 거리를 헤매다 우연히 공원에서 만나게 된 비둘기 아주머니에게 한 말인데 지금 생각해도 케빈은 인생 2회 차였던 게 분명하다. 세상에 상처 받고 사람들에게 마음을 닫아버린 비둘기 아주머니에게 케빈은 아껴두다 결국 쓰지 못하게 된 자신의 스케이트 이야기를 해준다. 망가질까 겁이 나서 방 안에서 두어 번 탔는데 결국 작아져서 신지 못하게 된 스케이트처럼 마음도 숨겨두면 소용없게 된다고, 당신의 마음은 충분히 따뜻하다고 그 작은 아이가 다 큰 어른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던 장면은 볼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내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만들었던 케빈의 말은 마치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비둘기 아주머니처럼 나도 마음을 쓰는 게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내가 준 만큼 돌아오지 않을까 봐 상대가 부담을 느껴 뒷걸음칠까 봐 조심조심 상대를 살피기 바빴다. 기껏 내어준 내 마음을 거절당하면 상처 받고 무너져 버릴까 봐 적당히 주고받으려 애썼다. 최대한 덜 다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이 힘들었다. 힘들어지니 관계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커지는 것 같았다.


   마음에도 유통기한이 있는 것 같다. 케빈의 말처럼 쓰지 않으면 쓰는 법을 잊어버리게 된다.


   마음을 쓰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일까?

   정말 잘 쓰는 방법이 있기나 한 걸까?


   마음은 일단 써봐야 잘 쓰게 되는 게 아닐까? 주고 싶은 만큼 주고, 마음 가는 대로 쓰다 보면 어느새 몸에 익을 것이다. 너무 겁내지 말자. 사람을 좋아하면 생각하고 신경 쓰게 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좀 더 편안히 내어주자. 거절당해도 괜찮다. 좀 쓰리긴 할 수 있다. 그는 나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잘 받아주는 이도 반드시 있다. 그땐 마음껏 고마워하면 된다. 다만, 그가 떠날까 두려워서 헌신하려는 마음이 스스로를 덮치지 않게 내 마음 먼저 살뜰히 보살펴야 함을 잊지 말자.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어요.
잃을 건 없어요.
도전해봐요.

-나 홀로 집에 II 케빈-



2021. 1. 7.

글감: 유통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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