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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nebear Nov 18. 2021

성질이 나서 몬살겠어

화가 많은 건 유전이야

엄마랑 전화를 끊자마자 오빠가 나한테 와서는

"왜 그리 툭툭대? 또 무슨일이고?"

"아 몰라. 엄마가 짜증나게 하잖아!"


10초 법칙

엄마와의 통화는 10초 안에 끝내야 한다.

10초가 넘어가면 반드시 싸움이 일어난다.


"아오 참! 울엄만 왜 자꾸 자기 듣고 싶은 말 강요하는거야?

답정너면서 왜 자꾸 묻는건데?!!! 어휴~~~~

대화가 안된다. 정말"


갑자기 아까 낮에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 오버랩 되면서 골치가 아파온다.

상사가 "이건 잘했고, 요건 다른 표현이 나은 것 같아." 라며 피드백하는 것도

어찌나 거슬리던지 속으로 '자기가 뭔데 나보고 잘했다, 못했다야? 그럼 자기가 하지. 별로 차이도 없구만.'

상사가 하는 말인데 자기가 뭔데라니?

난 심각한 권위불화가 있는 게 틀림없다.


내 눈치를 살피던 오빠가 산책가자고 한다.

찬바람을 쐬니 끝없이 타올라 삼킬 것 같았던 불씨가 조금씩 가라앉는다.

정신이 든다.

"휴. 오빠는 나하고 어떻게 만나? 이렇게 성질 부리는데."

"그러니까~ 얼마나 쏘아대는지... 알겠나?"


"성질이 나서 몬살겠어. 다시 태어나고 싶다... 나 주말에 엄마한테 잘 말할 수 있겠나?"

"아니. 백퍼 싸우고 오겠지. 협상타결 안되도 좋으니까 싸우지만 마라."

"이 성질 머리로는 손해보는 게 너무 많아."

"몸 속에 화가 많은 것이지."

"그거 아나? 화가 많은 것도 유전이다."

"맞나... 어이가 없네."


오래전부터 얽혀 수시로 발동되는 엄마와의 역동은

여기저기서 난리를 부려댄다.

자꾸만 걸려 넘어지고 속아 넘어간다.

마음이 요동쳐 미쳐버리겠다.


입술 주위가 간질간질

포진이 올라오나보네.

스트레스 받았다는 티는 입술에서 난다.


상냥함과 긍정을 기본 소프트웨어로

장착할 수는 없었냐는 소용없는 말을 허무하게 뱉어본다.


꼬이고 모난 속을

오늘도 뒤집어가며 모질게 구박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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