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프리 Nov 05. 2019

왜 말이 안 되는 말이 있을까?


사랑이 깃들어서야.


가령, 사이먼 앤 가펑클이 부른 「The Sound of Silence」는 ‘침묵의 소리’로 번역해요. 침묵인데 어떻게 소리를 내지? 유치환 시인의 「깃발」에선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고 하면서 말도 안 되는 말을 하잖아.

사랑하면 문법, 논리를 초월하게 .

상대의 침묵 속에서 말소리를 찾아내고 상대가 옷을 못 입어도 예뻐 보이잖아.

시인은 어떤사람이지? 어떤 대상에 사랑에 빠진 사람이야.



시인만의 언어가 거기서 나와.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보면 ‘소리 없이 그 이름 부르네’ 하는 대목이 나와.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 에선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 라는 가사가 있지. 이 대목은 참 슬퍼. 한용운의 「님의 침묵」은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않았습니다’라고 하면서 시인의 마음속엔 님이 계속 자신의 곁에 머물잖아. 시인은 물리적인 거리와 공간에서 영적인 세계로 대상을 끌어 들여서 논리와 이성을 초월해.

그 초월의 힘은 사랑에서 나와.



천상병 시인의 「소풍」을 보면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라는 대목이 있어. 우리들 상식에 소풍은 학창시절 1년에 한두 번 갔던 기억이지만, 시인에겐 삶 그 자체가 소풍이야. 아니 어쩌면 삶이란 게 소풍처럼 짧은 걸지도 모르지.


사랑하면 말이 안 되는 말이 나와. 사랑하지 않으면 말이 안 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